산행일시: 2019년 12월 17일 화요일 (흐린 후 맑음)
산행코스: 을왕리 해수욕장 ~ 선녀바위 해수욕장 ~ 노적봉 ~ 을왕리 해수욕장
산행거리: 6.2km
산행시간: 13:11 ~ 16:13
산행트랙:
등산지도:
북한산을 가려다가 비 소식이 있어 포기하고 대신 우산을 쓰고서도 가볍게 걸을 수 있는 용유도 해변 트레킹을 가기로 하였다.
용유도는 국민학교 때 가보고 처음이다.
여름에 가족들과 여행을 갔다가 태풍인지 장맛비인지가 와서 섬에 갇혀 며칠 동안 유배 생활을 했던, 좋지 않은 기억이 있는 곳이다.
잿빛 하늘에서 쏟아지는 폭풍우와 아우성치는 성난 파도가 어린 나에게 상당한 두려움을 주었다.
이후 홍도에서도 안 좋은 기억이 있고 해서 이래 저래 섬은 별로 친근하지가 않다.
하지만 용유도는 이제 더 이상 섬이 아니다.
인천국제공항이 건설되면서 영종도, 삼목도, 용유도가 간척지로 연결되어 하나가 되었고, 다리로 육지와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폭풍우가 와도 섬을 못 빠져나갈까 봐 걱정할 필요가 없다.
용유도로 가는 동안에는 짙은 안개가 덮여 '오늘은 아무것도 못 보겠구나' 싶었는데 용유도에 도착하니 파란 하늘이 보였다.
용유도 을왕리 해수욕장에서 트레킹을 시작하였다.
을왕리 해수욕장
물이 빠져 갯벌이 넓게 드러난 철 지난 해변은 한산하였다.
을왕리 해수욕장 왼쪽으로 해안을 따라갔다.
예전에는, 아니면 여름에는 이곳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지 간간이 건물들이 있었다.
지도에 안이 선착장이라고 표시되어 있는 곳에서부터 길이 끊기고 해벽이 드러난다.
왼쪽을 보니 산으로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산으로 올라갈까?
한번 해벽을 따라 가볼까?
그러지, 뭐.
그런데 아이고, 이거 장난이 아니네.
내가 생각한 해변 트레킹은 이런 게 아닌데.
해변 트레킹이 아니라 해벽 트레킹이 되었네.
또 사서 고생이야. ㅠㅠ
가볍게 트레킹 한다고 제대로 산행 준비도 하지 않고 왔는데 이건 뭐 북한산 수준이다.
섬을 돌아가자 드디어 해변으로 내려설 수 있었다.
저 멀리 가야 할 선녀바위 해수욕장과 바다 건너 잠진도와 무의도, 실미도가 보였다.
잠진도와 무의도 사이에도 다리가 놓여 이제는 차를 타고 갈 수 있다.
이후 선녀바위 해수욕장까지는 진짜로 해변 트레킹이다.
모래가 너무 곱고 예뻤다.
우리나라 해변은 대부분 모래가 고와 놀기에 진짜 좋다.
난 해수욕장은 다 이렇게 모래가 고운지 알았는데 외국에 나가보니 그렇지 않은 해변들이 더 많았다.
진짜 우리나라 금수강산이야~. ^^
아름다운 산하만큼 여기 사는 사람들도 아름다웠으면 좋겠다.
선녀바위 해수욕장은 을왕리 해수욕장보다 작았다.
선녀바위 주변에는 굴 껍데기가 엄청 많았다.
자세히 보니 아직 껍질에 쌓여있는 굴도 많이 있었다.
난 가져가 봐야 해먹을 수가 없으니까 그냥 보기만 하련다.
선녀바위 해수욕장 끝에는 선녀바위가 있었다.
선녀바위 해수욕장
선녀바위
선녀바위를 지나 해변 끝까지 가보았다.
여기가 기가 센 곳인가?
여기저기 금붙이들이 있다.
그뿐 아니라 어디선가 꽹과리 소리가 요란하다.
독수리처럼 생긴 바위 아래에서 굿을 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굿을 하는 사람들)
해변 끝에는 멋진 바위가 있었다.
그런데 도대체 박태후가 누구야?
이름을 남기려면 좋게 남겨야지 이래서야. ㅉㅉㅉ
아마 이 사람은 이 글씨가 지워질 때까지 욕을 먹을 것 같다.
왼쪽부터 잠진도, 무의도, 실미도
되돌아나가 노적봉으로 향하였다.
지도에 보면 도로를 따라가다 등산로 입구가 나오는 걸로 되어있어 도로를 따라갔는데 등산로 입구여야 할 곳에 서해수산연구소가 들어서 등로가 없어지고 말았다.
다시 왔던 해변으로 돌아가 산으로 올라가기로 하였다.
가다 보니 이게 뭐야? 아까 지나온 길이 출입금지 구역이었어?
에라, 모르겠다.
조금 가다 보니 오른쪽으로 등로가 보였다.
잠시 올라가면 가파르게 직진하는 길과 왼쪽으로 산허리를 타고 가는 길로 나뉜다.
정상으로 가려면 직진해야 할 것 같지만 편해 보이는 왼쪽 길로 갔다.
아니나 다를까?
조금 가다가 해변 쪽으로 길이 내려간다.
내려가면 안 되는데...
가시나무에 찔려가며 오른쪽으로 치고 올라가니 정상으로 가는 등로를 만날 수 있었다.
노적봉 정상은 말 그대로 바위들이 쌓여 있었다.
79m 밖에 되지 않는 낮은 산이지만 조망은 나무랄 데 없었다.
왕산 해수욕장, 을왕리 해수욕장, 선녀바위 해수욕장, 잠진도와 무의도, 실미도가 다 보였다.
노적봉 정상
왕산 해수욕장(뒤), 을왕리 해수욕장(앞)
선녀바위 해수욕장, 멀리 왼쪽부터 잠진도, 무의도, 실미도
노적봉에서 을왕리 해수욕장으로 내려가는 길은 잘 찾아보아야 한다.
잘못하면 해벽으로 내려가게 된다.
산행을 마친 후 돌아가는 길에 마시안 해변을 지나게 되었다.
그런데 여기 왜 빵집들이 이렇게 많지?
그중 마시안 제빵소에 들어가 보았다.
빵 맛은 괜찮았지만 빵을 먹으러 여기까지 올 것 같지는 않고, 그보다는 조망이 정말 좋았다.
"우리나라 최고의 석양"이라는데 어쨌든 데이트하기에 좋은 장소인 것 같다.
마시안 제빵소(032-746-3977)
다음에 여길 또 오게 된다면 옆에 있는 마시랑 카페에 가봐야겠다.
그 집 빵 맛은 어떠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