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등산

2019.12.24 (안동, 예천) 학가산(882m)

산행일시: 2019년 12월 24일 화요일 (맑지만 미세먼지 심함)
산행코스: 광흥사 ~ 복지봉 ~ 당재 ~ 서학가산성 ~ 국사봉(정상) ~ 동학가산성 ~ 신선바위 ~ 천주마을 ~ 광흥사
산행거리: 8.6km
산행시간: 10:35 ~ 15:00
산행트랙:

(안동, 예천)학가산 20191224.gpx
0.15MB

등산지도:

 

이른 아침에 집을 나서기 전 우연히 20년 전 사진을 봤다.
인생 일장춘몽이라는 말이 딱 맞는 것 같다.
당시에는 시간 가는 게 더디게 느껴졌지만 뒤돌아보면 아쉬운 순간들.
과거란 그런 것이겠지.
열심히 살았고, 결과야 어떻든 지금 내 삶에 만족한다.
내 인생에서 후회되는 것이 딱 하나인데 아마 바울처럼 내게도 가시로 남겨두신 게 아닌가 생각한다.
다시는 후회가 없기를 바라며 내게 허락하신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 보내려 한다.
그런데 그렇게 살려니까 relax가 안되네.ㅜㅜ
열심히 살면서도 여유를 갖는 법을 배워야겠다.
오늘도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기 위해 학가산으로 간다.
이렇게 열심히 산을 가는 이유는 내가 오래도록 산행을 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아서이다.
가까운 산에 놀멍 놀멍 다니는 건 할 수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그런 산행은 앞으로 2년 정도?
지금까지 정신력으로 버티며 다녔는데 내 육체가 마음을 못 따라가는 것 같다.
속상하지는 않다.
이만큼 다닐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감사하니까.
아침에 본 사진 한 장으로 사설이 길어졌는데 어쨌든 오늘 가는 학가산은 어떨지 기대가 된다.
광흥사에 도착해 산행을 시작하였다.
광흥사 오른쪽에 있는 해우소 앞에 등로가 있다.

 

광흥사

편안히 걸어가면 천주마을 갈림길이 나온다.
복지봉으로 먼저 갔다가 천주마을로 내려가 이곳으로 되돌아올 것이다.

 

이후 제법 가파르게 올라간다.

지난 목요일 산행의 피로가 안 풀린 데다 어제 저녁 늦게까지 바쁘게 돌아다녔더니 초반부터 너무 힘들다.
낙엽이 잔뜩 깔린 길은 가만히 있어도 미끄러진다.
복지봉으로 가는 길에 오른쪽으로 학가산 전체 능선이 보였다.

여기가 학가산 조망터네.

 

학가산

복지봉 정상

복지봉에서 가파르게 내려가면 고개에 도착한다.

천주마을 쪽으로 잠시 직진한 후 산으로 올라간다.

다시 가파르게 올라갔다 내려가면 당재에 도착한다.

 

학가산은 안동과 예천 경계에 있어서 당재에 이정표도 두 개가 있었다.

그런데 정상까지의 거리가 서로 다르다.
나중에 보면 알겠지만 정상석이 서로 다른 곳에 있기 때문이다.

 

당재

당재에서 본격적으로 학가산 산행이 시작된다.
묘지에서 좌측 상사바위 쪽으로 간다.
산허리를 타고 가는 길에는 큼지막한 바위들이 널려 있었다.

 

잠시 후 느르치리에서 오는 길과 만난다.

그쪽은 바위와 낙엽이 많아 등로가 불분명하였다.

 

이후 가파르게 올라가면 통천굴이 나오고, 이곳에서 왼쪽으로 다시 가파르게 올라가면 상사바위 삼거리에 도착한다.
그런데 왜 이리 미끄러워? 
다리에 힘이 없으니까 더 미끄럽다.

오늘 시작부터 영 맥을 못 춘다.ㅠㅠ

 

상사바위

통천굴

상사바위를 갔다 와서 국사봉으로 갈 것이다.

상사바위는 암벽 등반하는 곳이다.

밧줄 잡고 올라가는 코스도 있는 것 같던데 오늘은 그리로 가라고 해도 못 가겠다. 

 

상사바위 정상

상사바위 위에서 점심을 먹고 출발하였다.
낙엽이 수북이 깔린 길을 연신 미끄러지며 올라가면 서학가산성이 나온다.

학가산에 있는 서학가산성과 동학가산성은 누가, 언제, 왜 쌓았는지 모른단다.

 

서학가산성

곧이어 학가산 안내판이 나오고 예천 정상석이 나온다.
국사봉이라고 표시되어 있지만 이곳은 국사봉이 아니다.

 

학가산 예천 정상

여기서 능선을 타고 가도 되고 왼쪽 우회로로 가도 된다.
산불감시용 중계탑을 지나고, 당재 갈림길을 지나 조금 가다 보면 진짜 국사봉이 보인다.

 

국사봉

국사봉 올라가기 전에 국사봉 아래에 있는 능인굴에 가보았다.
굴 안의 <늘 마르지 않는 신비한 샘물>은 신비하게 말라 있었다.

 

능인굴

국사봉은 예전에는 밧줄을 잡고 올라갔나 본데 지금은 철 계단이 놓여 있다.
봉두암산 정상을 올라가는 것 같았다.
학가산은 이 근방에서 제일 높은 산인지라 정상에서의 조망이 좋고 중계탑이 여러 개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미세먼지가 두껍게 덮여 있어 희미하게 실루엣만 보였다.

 

                  국사봉 정상

국사봉을 내려가 바로 옆에 있는 유선봉으로 올라갔다.

유선봉은 올라가지 않고 우회할 수도 있지만 올라가 보길 권한다.

국사봉이 멋있게 보이는 곳이기 때문이다.

 

유선봉

유선봉에서 바라본 국사봉

밧줄을 잡고 유선봉을 내려간 후 삼모봉 오른쪽으로 우회하여 내려가면 난가대 갈림길이 나온다.
다리에 힘이 없어 조금만 경사가 져도 미끄러지는 통에 애를 먹으며 내려갔다.

 

유선봉 내려가는 길

삼모봉

중계탑 철망 옆길을 따라가다 하강한다.
가파르게 내려가는 길이 오늘 내게는 하강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정말 이러다 사고 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리에 힘이 없었다.

 

갈림길에서 산성 터 쪽으로 가면 동학가산성이 나온다.

자연지형을 이용하여 성을 쌓았다는데 정말 학가산에는 바위들이 많아서 생각보다 거친 산이었다.

난 오늘 편안히 산행할 줄 알았는데 목요 산행만큼이나 힘들다.

아니, 기운이 없어서 목요 산행보다 더 힘들다. ㅠㅠ

 

동학가산성

그다음 갈림길에서 신선바위 쪽으로 간다.
<초보자 우회>라고 쓰여 있지만 난 초보자가 아니라는 교만한 마음으로 거침없이 신선바위 쪽으로 내려갔다.

다른 때 같았으면 괜찮았을지 모르지만 오늘은 내 상태가 안 좋다 보니 정말 최악이었다.

가파른데다가 마른 흙과 낙엽 때문에 더 미끄럽고 힘들었다.

흙먼지는 정신없이 날리지, 밧줄은 삭아서 장갑뿐만 아니라 옷 여기저기에 묻지, 완전 아비규환이었다.

유격 훈련하듯이 내려가는데 마지막 밧줄에서는 금방이라도 밧줄을 놓치고 떨어질 것만 같았다.
그냥 우회할 걸 하는 후회를 하면서 진짜 울면서 내려갔다.

내려가서 사진을 찍으려는데 손이 부들부들 떨려 찍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이쪽으로 올라갔으면 조금 덜 힘들었을까?

나뿐만 아니라 다들 난리 치며 내려갔는데 웬만하면 이쪽으로는 내려가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렇게 지옥코스를 빠져나가면 신선바위가 나온다.

너무 힘들어서 신선바위 위로 올라갈 엄두가 안 났다.

신선바위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바로 마당바위로 가게 되고 신선굴을 통과해 왼쪽으로 가도 된다.

난 신선굴을 통과해 왼쪽으로 갔는데 특별히 볼 것은 없으니 그냥 바로 마당바위로 내려가는 게 나을 것 같다.

 

신선바위

신선굴

신선굴을 통과해 왼쪽으로 가면 아까 지나친 신선바위 갈림길에서 천주마을로 내려가는 길과 만난다.
이후 오른쪽으로 가면 마당바위가 나온다.
마당바위 주위에는 넙적한 바위들이 여러 개 있었다.

 

마당바위

이후 등로는 천주마을에서 끝난다.
천주마을에서 도로를 따라가다 묘지가 있는 곳에서 왼쪽으로 가면 광흥사로 넘어가는 산길을 만난다.
산행이 끝날 때 돼서야 몸이 풀려 날쌔게 걸어갔다.

 

천주마을

오늘 좋은 추억을 남기러 왔다가 개고생하고 끔찍한 추억을 만들고 말았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교회나 갈걸. ㅠㅠ
컨디션이 안 좋고 체력이 떨어졌을 때 산행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확실히 알게 된 날이다.
이제 한 살 더 먹으니 조금 더 조심해야겠다.


오늘의 교훈: 너 자신을 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