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2019년 11월 7일 목요일 (맑음)
산행코스: 죽전리 대밭골마을 ~ 수리듬 ~ 소바위듬 ~ 작은가야산 ~ 식기재 ~ 해인사 버스터미널
산행거리: 11.4km(식기재까지 7.4km)
산행시간: 10:40 ~ 15:50
산행트랙:
등산지도:
지난 일요일, 책상 앞에 앉아 있는데 갑자기 왼쪽 다리에 쥐가 나서 무릎을 구부린 채로 꼼작할 수가 없었다.
다리를 주무르고 발가락을 잡아당기고 했는데도 1시간이 넘게 도무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점점 더 아파지면서 허벅지를 지나 엉덩이까지 아파지기 시작하였다.
얼마나 아픈지 눈물이 줄줄 났다.
오후에 제주도에 가려고 비행기 표를 사놓았는데 결국 취소를 하고 삼성의료원 응급실로 갔다.
주차장까지 걸어갈 수도 없어 바퀴가 달린 책상 의자에 앉아 내려갔다.
응급실에 도착하여 휠체어를 타고 의사를 만나 초진을 한 다음 X-ray를 찍고 혈액검사를 하였다.
그 후 수액과 진통소염제를 맞으며 2시간쯤 있었는데 나이 지긋한 의사 선생님이 오시더니 검사 결과 뼈에는 아무 이상이 없고 염증도 없다며 내 다리를 여기저기 만져보신 후 일어나 보라고 하셨다.
애써 일어나려 했지만 무릎이 펴지질 않고 아파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의사 선생님은 겁내지 말고 일어나 보라고 하며 내 손을 잡고 일으키셨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다리가 쭉 펴지면서 일어서는 게 아닌가!!!
세상에, 이게 뭐임?
너무 놀라서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었다.
예수님이 앉은뱅이를 일으키셨을 때 이런 기분이었을까?
내가 생각해도 꾀병이었던 것처럼 벌떡 일어났으니 말이다.
진통소염제를 처방받아 사뿐히 병원을 걸어 나왔다.
다음 날 혹시 정맥류가 재발한 것 아닌가 하여 하지정맥 수술을 받은 병원으로 가보았다.
그곳 선생님께서는 정맥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며, 허리 근육이 약해서 그런 거라고 하셨다.
허리 근육을 강화시키는 운동을 하라시는데 처음엔 진짜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오늘 보니 통증이 다리부터 서서히 없어지더니 마지막에는 허리만 아프다.
어쩌면 지난 목요일에 황정산 석화바위에서 하산하는 길이 너무 힘들었던 데다 토요일에 수리산까지 가서 허리에 무리가 갔었나 보다.
화요일에 계룡산 가려던 것을 취소하고 쉰 다음 오늘은 작은가야산으로 간다.
오늘도 쉬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쉬면 좋겠지.
하지만 집에 있으면 몸이 축축 늘어지는데 그 느낌이 너무 싫다. ㅠㅠ
더구나 작은가야산은 쉽게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니까 무리를 하면서도 가보도록 하였다.
죽전저수지 앞, 대밭골마을 입구에서 내려 오른쪽으로 올라간다.
길가 감나무에는 내 주먹보다 더 큰 감들이 열려있었고, 앞에는 가야 할 수리듬이 보였다.
여기서는 <덤>을 <듬>이라고 하나보다.
저 수리듬 왼쪽 날등을 타고 올라가야 한단다.
보기만 해도 오싹한데. ㅠㅠ
그동안 교만해져서 날씨가 좋기만 기도했었다.
하지만 오늘은 오랜만에 무사히 하산할 수 있기를 기도하며 걸어갔다.
전원주택 단지를 끼고 가다가 계곡을 건넌다.
비탐 지역이라도 등로는 확실한데 벌목한 나무들이 많아 걷기가 불편하였다.
입산금지 현수막을 지나 가파르게 올라간다.
올라가는 길에 뒤쪽으로 들머리인 죽전저수지와 비계산이 보였다.
선두는 벌써 수리듬을 올라가고 있었다.
비계산
죽전저수지
(수리듬 바위를 올라가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드디어 수리듬 아래에 도착하였다.
군데군데 밧줄이 있지만 여기는 떨어지면 절벽이라 그대로 세상 하직하는 것이다.
무섭기도 하고 산행 중 쥐가 나거나 담이 걸릴까 봐 걱정이 되었다.
이 나이에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개고생을 하며 여길 오르나?
정말 늙어서 주책이야. ㅠㅠ
이젠 misscat이라는 닉을 버려야 할 것 같은 나이가 되었는데 그럼 뭐라 하지?
grandmacat?
넘 길다.
그냥 당분간 더 misscat으로.
너무 무섭고, 올라가는데 급급하여 제대로 사진도 못 찍었다.
앞에서 좋은인연님이 끌어주시고 뒤에서 임병수운님이 밀어주셔서 간신히 올라갈 수 있었다.
사력을 다해 오르는 misscat
사투 끝에 수리듬 정상에 오르니 조망은 정말 좋다.
그런데 너무 힘들어서 사진 찍을 기운도 없었다.
수리듬 정상에서 바라본 소바위듬
수리듬에서 내려가는 길 또한 상당히 까칠하다.
통천문을 빠져나갈 때는 미끄러져 떨어지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간이 콩알만 해졌다.
수리듬 통천문
내려온 길
수리듬 정상에서 내려온 길
수리듬을 지나 계속 올라간다.
뒤돌아보면 목숨 걸고 넘어온 수리듬의 멋진 모습과 그 뒤로 비계산 닭 볏이 보인다.
참 미워하려야 미워할 수 없는 모습이다.
하지만 널 또 만날 일은 없겠지?
지나온 수리듬과 그 뒤로 보이는 비계산
암릉 구간을 지나 잠시 숲길을 올라가면 소바위듬에 도착한다.
사진 찍기는 소바위듬이 훨씬 멋있다.
조망도 더 좋고.
비계산에서부터 우두산을 지나 가야산과 남산제일봉까지 빙 둘러 보인다.
소바위듬
소바위듬을 내려간 후 오른쪽으로 등로는 이어진다.
소바위듬이 보이는 조망터에서 점심을 먹었다.
소바위듬
이후 군데군데 바위도 나오지만 이전과는 달리 편한 숲길이 이어진다.
어떤 바위는 좁은 통로를 지나야 하는데 나도 배낭을 벗고 통과해야 할 정도로 좁은지라 다른 사람들은 지나가기 힘들 것 같다.
차라리 바위 위로 가는 게 나을 것이다.
(좁은 통로 사이를 빠져나간다.)
선바위는 등로 왼쪽으로 살짝 비켜있다.
악휘봉 선바위보다 훨씬 늠름한 모습이다.
선바위
숲길을 지나면 다시 암릉 구간이 나온다.
첫 번째 암봉은 오른쪽으로 우회할 수 있다.
혹시 거기가 작은가야산 정상인가 하여 올라가 보았는데 정상이 아니었지만 조망은 좋았다.
비계산, 우두산, 의상봉, 금귀봉, 보해산, 남산제일봉이 보인다.
(이 봉우리는 오른쪽으로 우회하여 지나칠 수 있다.)
다시 암릉 구간을 지난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니까.
손가락바위는 손가락이라기보다는 주먹 같았는데 바람이 많이 불어 사진 찍기가 정말 겁났다.
손가락바위를 지나면 작은가야산 팻말이 나온다.
팻말을 세워준 경준님 감사합니다.^^
비계산에서부터 우두산과 의상봉, 지남산, 금귀봉과 보해산, 가야산, 남산제일봉이 보인다.
비계산 빼고는 다 갔던 산들이다.
참 많이 다니기는 했네.
손가락바위
공깃돌 바위를 지나면 암릉 구간은 끝이 난다.
지나온 암릉 구간
공깃돌바위
이후로는 완전 숲길이다.
조금 가다 보면 갈림길이 나온다.
오른쪽은 봉우리를 타는 길이고, 왼쪽은 산허리를 타는 길이다.
기운이 빠져 봉우리를 올라가지 않고 왼쪽 길로 우회하여 가기로 하였다.
그런데 두 길이 합류하는 지점에 도착하니 뒤에서 좋은인연님이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 봉우리가 진짜 작은가야산 정상이라고. ㅜㅜ
할 수없이 되돌아 올라가서 정상을 찍고 내려갔다.
경준님께 감사하다고 했던 거 취소.
왜 정상도 아닌 곳에 정상 팻말을 세워놓으셨어요?
작은가야산 정상
이후 능선을 오르내리며 고도를 낮추어 식기재로 향하였다.
기운이 빠져 쓸데없이 나뭇가지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금방 양쪽 종아리에 멍이 들었다.
식기재에 도착한 후 단지 봉을 하나 더 찍기 위해 단지봉으로 갈 것이냐, 그냥 하산할 것이냐를 놓고 고민하였다.
여기에서 하산하면 도로를 따라 한참 가야 하는데 그러기는 싫지만 단지봉에서 내려가는 길이 분명 가파를 테고 이미 기운이 빠져 덜덜 떨리는 다리로 무사히 내려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게다가 허리도 아프고.
결국 좋은인연님은 단지봉까지 가기로 하시고, 나와 임병수운님은 욕심을 버리고 식기재에서 하산하기로 하였다.
식기재
식기재에서부터는 넓은 임도를 따라 내려간다.
500m쯤 내려가면 출입금지 안내판이 나오고, 이곳에서 치인주차장까지 4km 정도를 도로를 따라 내려간다.
단풍이 든 도로를 따라 내려가는 길 오른쪽으로는 삼정 야영장과 치인 야영장이 있었다.
치인마을 직전에 있는 용문폭포는 수량이 많아 꽤 볼만하였다.
삼정 야영장
용문폭포
치인마을에 도착하여 시간을 보니 버스 출발 시간까지 한 시간도 더 남아 해인장 식당에서 더덕구이 정식(15,000원)을 먹었다.
반찬이 너무 많아서 한 젓가락씩만 먹었는데도 배가 불렀다.
식사를 하고 있는데 뒤늦게 단지봉으로 갔던 좋은인연님이 오셨다.
단지봉으로 안 가길 잘했다고.
내려오는 길이 가파른데다가 너덜길에 마른 낙엽이 수북이 깔려있어 미끄러워서 엄청 힘들었다고 하신다.
게다가 길이 분명하지 않아 알바한 사람들도 많았다고 한다.
나중에 카라에게 들으니 그래도 지난주 황정산 석화바위에서 내려간 길보다는 훨씬 좋았다고 한다.
헐, 석화바위 하산로가 최악이었다니까!
카라도 오늘 수리듬이 정말 힘들었다고 한다.
평소 조용하던 사람이 밧줄이 끊어져 묘비 세울 뻔했다고 얼마나 열변을 토하는지...
오늘 다들 힘들었나 보다.
그나저나 월출산 노적봉은 어떻게 가나?
아이고, 하나님 전 왜 이리 약하게 태어났어요? ㅜㅜ
그래도 이런 몸으로 지금까지 백두대간을 끝내고 500개 이상의 산을 완등 할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