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2019년 10월 31일 목요일 (맑음)
산행코스: 방곡리 윗점마을 ~ 수리봉 ~ 신선봉 ~ 석화봉 ~ 중고개 ~ 석화바위 ~ 대흥사
산행거리: 7.6km
산행시간: 10:05 ~ 15:44
산행트랙:
등산지도:
10월 마지막 산행으로 황정산을 간다.
2016년 황정산에 갔다가 멀리서 석화바위를 보고 너무 예뻐 꼭 가보고 싶었는데 아름다운 10월 마지막 날에 그 소원을 풀게 되었다.
방곡리 윗점마을에서 산행을 시작하였다.
이 마을엔 단풍이 예쁘게 들어있었다.
수리봉까지 가파르게 올라간다.
중간 조망터에서 바라보는 수리봉은 위풍당당하다.
수리봉
대슬랩에 도착.
오른쪽으로 안전시설이 있는데 용감한 misscat은 슬랩으로 올라간다. ㅎ
똑같은 슬랩이라도 안전시설이 있으면 그걸 사용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훨씬 겁이 덜 난다.
수리봉 대슬랩
슬랩을 지나서도 계속 가파르게 올라간다.
수리봉이 괜히 수리봉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참, 이곳 수리봉은 독수리가 아니라 마을을 지킨다는 뜻이란다.
수학봉 갈림길에서부터는 능선을 따라간다.
수학봉까지 1.3km라 시간 상 갔다 와도 된다는데 별 볼일 없다니까 패스.
갈림길에서 기도터를 지나 180m 가면 수리봉 정상이다.
(기도터일 듯한 동굴)
수리봉 정상
수리봉 정상에서의 조망보다 정상을 조금 내려가면 멋진 조망터가 나온다.
이곳에 어느 산님이 잠들어 있다.
산이 좋긴 하지만 산이 되고 싶지는 않다. ㅠㅠ
예전에는 죽으면 화장해서 나 좋아하는 산에 뿌리라고 했었는데 그건 아이들에게 맡겨야 할 것 같다.
죽고 난 다음에는 내 알 바가 아니니까 아이들이 편한 방식으로 하는 것이 옳을 것 같다.
그런데 여기가 정말 명당이다.
이 조망터에서 천주산과 공덕산, 백두대간 황장산 구간, 가야 할 소용아릉과 신선봉, 도락산, 황장산, 석화바위 능선이 보인다.
지나온 수리봉
가야 할 소용아릉과 신선봉
황정산과 오른쪽으로 흘러내린 석화바위능선
수리봉을 가파르게 내려가서 소용아릉을 지난다.
계단도 있고 안전시설이 되어있어 조심하기만 하면 크게 위험하지는 않다.
소용아릉
짧은 소용아릉을 지나 신선봉으로 올라간다.
지나온 수리봉과 소용아릉
암봉인 신선봉은 왼쪽으로 우회하여 올라간다.
신선봉 정상석은 조금 더 가야 있지만 이곳이 실질적인 신선봉 정상이 아닐까 생각한다.
지나온 수리봉과 수리봉에서 내려오는 철 계단, 그리고 왼쪽으로 수학봉이 보인다.
수리봉 오른쪽으로는 붕어 입 같은 천주산과 공덕산, 그 옆으로 황장산 구간인 대간 마루금이 보인다.
좋은 봉우리들은 죄다 신선들이 차지하고 있는 것 같다.
신선봉 조망터에서
이후 숲길로 조금만 가면 신선봉 정상에 도착한다.
정상석 직전에 낮게 드리운 나뭇가지가 있는데 멋모르고 가다가 머리를 찧고 말았다.
얼마나 심하게 찧었는지 금세 혹이 났다.
나중에 보니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다 그 나무에게 당했다고 한다.
나무를 잘라버리던지 해야지, 원. ㅈㅈ
아닌가? 겸손 하라는 뜻인가?
머리를 찧은 나무
신선봉 정상
신선봉을 가파르게 내려서면 안부 삼거리에 도착한다.
<내려가는 길>은 방곡리로 내려가는 길이고, 황장산 주능선은 직진한다.
나무뿌리를 잡고 바윗길을 내려간 후 철 계단을 내려간다.
이후 계속 떨어지는 길은 낙엽이 수북하게 쌓여 무척 미끄러웠다.
결국 미끄러지면서 나무를 부둥켜안았는데 어떻게 했는지 새끼손가락 셋째 마디가 금방 퍼렇게 멍이 들었다.
오늘 부상이 잦네. ㅜㅜ
내려온 길
석화봉 갈림길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황장산 쪽으로 가고 세 명만 석화봉 쪽으로 갔다.
조금 가다 큰 바위가 있는 곳에서 왼쪽으로 상당히 가파르게 내려가서 우회한다.
이 바위는 우회한 다음 올라갈 수가 있는데 난 패스.
조금 가다 멋진 바위 앞에서 점심을 먹었다.
이 바위 사이로 빠져나갈 수도 있고 왼쪽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바위 사이로 빠져나가는 길이 더 나은 것 같다.
이후 석화봉까지 가파르게 올라간다.
석화봉 정상
석화봉에서 400m만 가면 휴양림 갈림길에 도착한다.
석화바위는 C코스로 가야 하는데 B코스 쪽에 낙타바위라는 것이 있다고 하여 가보았다.
저게 낙타바위인가?
낙타바위로 가려면 가파르게 내려갔다 올라가야 하는 것 같아서 포기하고 갈림길로 돌아가서 C코스 쪽으로 갔다.
가파르게 내려가면 <휴양림 0.9km> 이정표가 있는 중고개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직진한다.
중고개
잠시 숲길을 지나면 멋진 바위군이 나타난다.
2층 높이의 이 바위들도 정말 멋진데 왜 이름이 없을까?
이 바위도 오른쪽으로 우회하여 가면 올라가는 길이 있다.
바위 위에 올라서면 황정산 주능선 전체 라인이 보이고 맞은편으로는 가야 할 석화바위와 그 뒤로 2년 전에 갔던 올산이 보인다.
바위를 내려선 후 석화바위를 향해 갔다.
키스바위를 지나고, 짧은 암릉 구간을 지나면 석화바위에 도착한다.
원통암 가는 길에 본 석화바위는 정말 꽃처럼 아름다웠다.
그 모습에 이끌려 여기까지 왔는데 밑에서 보니 엄청나게 큰 바위군이었다.
이 바위도 오른쪽으로 우회하여 가면 밧줄이 있어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너무 직벽이라 팔 힘이 없는 misscat은 결국 올라가지 못하고 슬프게 바라만 봤다는. ㅠㅠ
진짜 진짜 아쉬웠지만 수리봉에서 본 천일 씨처럼 여기에다 묘비 세우고 싶지는 않거든.
키스바위
석화바위
석화바위 정상
(난 아래에서 구경만 ㅠㅠ)
석화바위를 지난 이후 능선을 타고 점차 고도를 낮추기 시작한다.
가끔 바위가 나오는데 위험 구간에는 밧줄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석화바위와 황정산 주능선
째진바위 또한 어마 무지 큰 바위였다.
지난주 황매산에 본 순결바위보다 더 큰 것 같다.
째진바위
바람이 점점 세게 불어 방풍재킷을 입었다.
조금 더 내려가면 큰궁둥이바위가 있다.
지나온 능선과 황정산 정상에서 영인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그리고 맞은편 올산이 보인다.
올산 슬랩 구간에는 그 사이 다리가 생긴 것 같다.
큰궁둥이바위
곧이어 작은궁둥이바위와 곰바위가 나온다.
작은궁둥이바위와 곰바위
이후 등로는 급격히 가팔라진다.
가파른 데다 마사토 위에 낙엽이 수북이 덮여있고 군데군데 바위 구간도 있어 사중고를 겪게 하는 길이다.
팔 힘도 없고 다리 힘도 없는 misscat은 그 가파른 길에서 넘어지지 않으려 사투를 벌이며 내려갔다.
나중에는 낙엽 때문에 등로도 보이질 않아 무작정 질질 미끄러지며 내려갔다.
급경사 내리막길은 여러 군데 다녔지만 역대 최악인 것 같다.
모든 사람들이 혀를 내둘렀던 일월산 하산로나 광대산 하산로보다 더 힘들었다.
내가 원해서 갔으니 누굴 탓하리오? ㅠㅠ
어제 쉬질 못했더니 컨디션이 안 좋아서 그런가?
같이 가던 카라는 점심을 먹은 후 혼자 날아가 버렸는데 여길 어떻게 내려갔는지 모르겠다.
하긴 남자들보다도 더 빨리 다니는 무서운 아줌마니까.
난 혼자 내려갔으면 절대 못 내려갔을 것 같다. ㅠㅠ
너무 힘이 들어 예쁜 단풍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탈진하여 쓰러지기 직전 간신히 올산천변 도로에 내려섰다.
(수직 절벽인 데다 밧줄이 애매한 곳에 묶여있어 내려가기 힘들었던 구간)
이후 도로를 따라 대흥사로 가서 산행을 마쳤다.
대흥사
7.6km에 5시간 30분이나 걸렸다.
7.6km가 아니라 20km를 산행한 기분이다.
대장님이 6시간을 주시면서 5시간이면 다 내려올 수 있다고 하셨는데 5시간 주셨더라면 늦을 뻔하였다.
오매불망 그리던 석화바위를 바로 앞에서 보기는 하였지만 하산길이 너무 힘들어 두 번 다시는 못 가겠다.
사람이나 사물이나 때론 가까이하기보다는 멀리서 바라보는 것이 더 좋을 때도 있는 것 같다.
* 2016년 1월 29일 황정산 산행기 http://blog.daum.net/misscat/1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