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2019년 10월 23일 수요일 (약간 흐림)
산행코스: 진관사 ~ 웨딩슬랩 ~ 관봉 ~ 향로봉 ~ 불광중학교
산행거리: 5.6km
산행시간: 11:32 ~ 16:24
산행트랙:
등산지도:
오랜만에 삼각산을 간다.
삼각산은 어쩌면 내게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다.
가보고 싶은 곳은 많지만 갈 엄두가 나지 않는...
바위 앞에만 서면 도무지 두려움이 가시지 않고 벌벌 떨리니 진정 마음은 원이로되 육신이 약하도다.ㅠㅠ
그런데 대장님은 이런 내 사정을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자꾸 오라신다.
특별히 쉬운 코스로 진행해달라고 부탁을 드리고 용기 내어 가보기로 하였다.
웨딩슬랩과 향로봉은 한 번 가봤으니까 좀 낫지 않을까 기대를 하면서.
진관사에서 산행을 시작하였다.
등로를 따라가다 데크 계단 앞에서 오른쪽으로 빠져 계곡을 치고 올라간다.
웜업인가?
그런데 웜업 정도가 아니다.
메인 디쉬 나오기 전에 애피타이저 먹다 배탈 날 것 같다.
비봉과 향로봉 갈림길에서 점심을 먹고 향로봉 쪽으로 올라가다 드디어 금줄을 넘어간다.
가파르게 올라가면 웨딩슬랩 아래에 도착한다.
하단은 대장님 손을 잡고 올라가고, 상단은 한 손에는 자일을 잡고 한 손에는 도우미 손을 잡고 올라갔다.
여기가 이렇게 힘들었나?
전에 왔을 때는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 없이 자일만 잡고 내려간 거 같은데 오늘은 옆에서 잡아주는데도 다리가 후들거린다.
역시 난 안 되나 봐. ㅠㅠ
웨딩슬랩 하단
(앞에 파란 모자 쓴 이가 자랑스러운 misscat ^^)
웨딩슬랩 상단
응봉 능선, 의상 능선, 백운대 방향
비봉(왼쪽)과 관봉(오른쪽)
남들은 다 걸어가는데 왜 나 혼자 기어 가냐? ㅠㅠ
산 넘어 산이라고 웨딩슬랩이 끝이 아니다.
관봉도 슬랩으로 올라간단다.
Oh, no!!
오른쪽으로 우회 길이 있어 혼자 그리로 갔다.
우회 길도 비탐 코스이다 보니 쉽지는 않지만 적어도 바위에서 미끄러져 죽을 일은 없겠지.
관봉에 올라서니 지나온 웨딩슬랩도 보이고, 사모바위도 보이고, 비봉과 그 옆의 잉어슬랩도 보인다.
북한산이 참 좋긴 좋은데 나한텐 너무 버겁다.
그렇다고 한번 갔던 정규 탐방로들로는 또 가보고 싶지 않고. ㅜㅜ
관봉
관봉에서 바라본 비봉과 잉어슬랩
지나온 웨딩슬랩
관봉에서 향로봉을 향해 간다.
설악산 용아장성만큼 멋있는 곳이다.
그리고 그만큼 무서운 곳이다.
대장님은 자기만 믿으라고 하시는데 그러다 <북한산에서 남녀 동반 추락사> 이런 기사 나면 어쩌나?
향로봉 가는 길
(비봉과 잉어슬랩을 배경으로)
대장님과 선두로 가니까 사진 찍기는 참 좋다. ㅎ
대장님의 특별 가이드 덕분에 무사히 향로봉에 도착.
사실 슬랩만 아니면 웬만큼은 가겠는데...
다시금 향로봉 정상에 서니 사람은 지나가도 산천은 유구함을 느낀다.
잠시 머물다 가는 이 땅에서 나 떠난 자리에 향기만 남았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향로봉 슬랩을 내려간다.
자일을 묶어놓은 나무가 부러지면 어쩌나, 자일 매듭이 풀리면 어쩌나, 이 많은 사람들이 자일을 붙잡고 가다가 자일이 끊어지면 어쩌나, 오만가지 불안한 상상들이 머릿속을 날아다녔다.
자일을 얼마나 꽉 잡고 내려갔는지 지금도 손이 아프다.
하늘에 소망이 있다는 사람이 도대체 왜 이리 죽을까 봐 벌벌 떠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정말 산행하다 죽기는 싫거든.
향로봉
향로봉을 내려가서 영혼이 탈탈 털린 채 앉아있는데 옆에 있는 아저씨께서 남들 하는 거 왜 못하느냐고 약을 올리신다.
미안하지만 전혀 약 오르지 않걸랑요.
남들 다 하더라도 난 못할 수 있는 거지, 뭐, 흥!
난 설악산 용아장성에 케이블카나 구름다리가 설치되길 바라는 사람이라고요.
향로봉에서 불광중학교로 내려가는 길에는 백척폭포는 웅장한 폭포가 있었다.
저기서 물이 콸콸 떨어지는 것을 봤으면 좋겠다.
백척폭포
조망터에서 지나온 향로봉을 보니 저길 어떻게 내려왔는지 끔찍하다.
우황청심환이라도 먹고 올 걸.
지나고 보니 무섭긴 했지만 오늘 정말 멋있는 산행이었다.
관심이 있어도 떨려서 말 한마디 못 거는 사람이랑 인사한 느낌?
그나저나 대장님과 독점 계약을 한 것 같아서 다른 산우들에게 미안했다.
사진을 보니 내 옆에 항상 대장님이 계셨다.
약속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날 care 해주신 것이다.
사실 대장님께 제일 미안하다.
내가 이 정도로 폭탄일 줄을 모르셨을 테니 말이다.
그래도 친절하게 대장님은 또 오라 하시는데 다른 산우들이 처음엔 처음이라 봐주더라도 번번이 그러면 잰 바위도 못 타면서 여길 왜 왔나 하지 않을까?
내가 타인의 눈을 의식하지 않는 사람인데 백두대간 할 때 매번 후미로 하산하면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남들 눈치를 보게 되었다. ㅠㅠ
못하는 사람들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었으니 그것도 대간을 하면서 얻은 소득이다.
그런데 도대체 왜 이리 바위가 무서운 거야?
다른 건 이를 악물고라도 다 하겠는데 바위 타는 건 정말 못하겠다.
앞으로 황정산 석화봉이랑 계룡산 머리봉, 영암 노적봉, 거창 수리듬은 어찌 가려고?
그런 곳들은 왜 신청해놓고 걱정을 하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가야 하나?
뭐, 여태 벌벌거리면서도 다 다녔는데.
정 안되면 광주리에 실어서 들어 올리라고 해야지. ㅎ
봉제산 대장님, 벌벌이 misscat 델꼬 다니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 2018년 3월 9일 북한산 향로봉 산행기 http://blog.daum.net/misscat/541
* 2017년 10월 30일 북한산 웨딩슬랩 산행기 http://blog.daum.net/misscat/4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