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2019년 10월 8일 화요일 (맑음)
산행코스: 홍룡사 주차장 ~ 홍룡사 ~ 화엄벌 ~ 원효봉(정상) ~ 은수고개 ~ 비로봉 ~ 집북재 ~ 성불암계곡 ~ 내원사 입구
산행거리: 14.2km
산행시간: 11:40 ~ 17:00
산행트랙:
등산지도:
화엄벌 은빛 억새 물결이 보고 싶어 2년 전에 갔던 천성산을 다시 간다.
그런데 억새가 피긴 했을까?
지구 온난화로 여름이 자꾸 길어져 10월인데도 반팔을 입고 다니는데 억새도 아직 여름이라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쨌든 오늘은 코스가 좋다.
홍룡사에서 올라가서 화엄벌, 1봉, 2봉을 거쳐 내원사로 내려간다.
날씨가 맑기를, 억새가 폈기를 기도하며 버스를 타고 남녘으로 달려갔다.
버스 차창 밖으로는 그래도 가을이 오는지라 누렇게 벼가 익은 논들이 보였다.
그 모습이 무척 평화로운데 불현듯 좌우로 나뉘어 극한 대립으로 치닫는 작금의 현실이 생각나 슬퍼졌다.
나도 이제 실업자가 되어서 어제 구직급여를 신청하러 고용복지센터에 갔더니 올해 일자리가 30% 이상 줄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고 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느 나라 사람들인지. ㅜㅜ
좌든 우든 나라가 안전하고 부강하여 마음 편히 잘 살게 해 주었으면 좋겠다.
그건 그렇고 30년 가까이하던 일을 그만두니 시원섭섭하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이제는 후배들에게 양보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던 터라 그냥 마음 편히 놀기로(?) 하였다.
뭐, 또 기회가 닿으면 하는 것이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홍룡사 주차장에 도착하였다.
주차장에는 범종 모양의 화장실이 있었다.
모든 근심, 걱정을 쫓아낸다는 뜻이라고.
해우소에서 모든 생각을 깨끗이 비우고 홍룡사로 향하였다.
홍룡사는 별 볼일 없고 옆에 있는 홍룡폭포는 언제 봐도 멋있다.
떨어지는 물줄기 사이로 무지개가 보이는데 그 형상이 황룡이 승천하는 것 같다고 하여 무지개 <홍(虹)>과 용 <용(龍)>을 써서 홍룡폭포라고 이름 지었단다.
그런데 무지개가 안 보인다. ㅜㅜ
홍룡폭포
홍룡사 왼쪽으로 가면 등산로가 나온다.
홍룡사
반 정도는 완만하고 반 정도는 가파르게 올라간다.
통나무 계단이 나오면 가파른 오르막의 시작이다.
오름이 완만해졌다고 느끼면 화엄벌에 거의 다 온 것이다.
주차장에서 화엄벌까지 3km 정도, 1시간 10분 걸렸다.
원효대사가 1,000명의 중국에서 온 중들에게 화엄경을 설법했다는 화엄벌은 늪지로 보호 중이다.
몇 해 전에 여기 사는 도롱뇽이 천성산 터널을 뚫지 말라고 소송을 했다.
우리나라 사법 역사상 사람이 아닌 동물이 소송을 건 최초의 사건이다.
결론은 수년 동안 공사가 지연되느라 국세만 낭비한 채 결국 천성산 터널이 뚫리고 도롱뇽들도 잘 살고 있다고 한다.
도대체 터널을 뚫는다고 산꼭대기의 도롱뇽이 몰사할 것이라는 생각을 어떻게 했을까?
몰상식한 사고의 비약이 놀라울 따름이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전문가보다는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또 그것에 현혹되는 일들이 반복되니 나라가 병들어 갈 수밖에. ㅜㅜ
어쨌든 화엄벌에는 기대만큼 억새가 많이 피지 않아서 살짝 실망하였다.
용담이랑 진달래가 핀 화엄벌을 지나 원효봉으로 향하였다.
화엄벌
비로봉
화엄벌을 지나 양 옆을 녹색 펜스로 막아놓은 지뢰 지대를 통과해 올라가면 천성산 1봉인 원효봉에 도착한다.
원래 여기는 원효산이고 2봉은 천성산이었는데 두 산을 합치면서 원효산의 정상인 원효봉을 천성산 1봉이라고 하고 원래 천성산의 정상인 비로봉을 천성산 2봉이라고 했다고 한다.
왜 쓸데없이 산을 합치는지 모르겠다. ㅠㅠ
천성산 1봉(원효봉) 정상
<평화의 탑>이라는 돌탑이 있는 원효봉을 지나 은수고개로 향하였다.
데크 계단을 내려갔다가 임도를 가로질러 올라간다.
임도에서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원효암으로 가게 된다.
은수고개로 가는 길은 장불재에서 안양산으로 가는 길처럼 좋았다.
데크 길 중간에는 비박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다시 양 옆으로 녹색 펜스가 있는 길을 따라가다 철쭉 군락지를 지나면 이정표가 없는 갈림길이 나온다.
이곳에서 어느 쪽으로 가도 2봉으로 갈 수 있지만 오른쪽으로 가는 것이 수월하다고 한다.
오른쪽으로 한참 가파르게 내려가면 은수고개에 도착한다.
은수고개에서는 미타암으로 내려갈 수 있다.
은수고개
은수고개에서 완만하게 오르다가 2봉 600m 전부터 다소 가파르게 올라간다.
하지만 그도 오래가지 않고 다시 완만해진다.
임도 옆으로 난 등로를 따라 가면 천성산 2봉인 비로봉에 도착한다.
비로봉 정상은 칼바위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저 멀리 지나온 원효봉과 화엄벌이 보였다.
천성산 2봉(비로봉) 정상
비로봉에서 바로 왼쪽으로 내려가면 내원사 계곡으로 가는 길이다.
아직 세 시간이나 남아 짚북재까지 가기로 하였다.
2봉을 가파르게 내려선 후 영산대 갈림길을 지나고, 중앙 능선 갈림길을 지나 내려가면 집북재에 도착한다.
내려가는 길에 천성산 공룡 능선이 보였다.
오늘 저기 갈 수 있을까?
군데군데 데크 계단들이 있어 공룡 능선을 탄 후 2봉으로 가려면 꽤 힘들 것 같았다.
비로봉에서 내려가는 길
천성산 공룡 능선
집북재
집북재에 도착하니 3시였다.
버스 출발시간까지 2시간 30분 남았는데 공룡 능선을 타려면 2.9km를 가야 한다.
그냥 산길이라면 충분히 갈 수 있는 시간이지만 암릉을 타려면 시간당 1km를 가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 빠듯할 것 같았다.
그리고 오늘 릿지화도 안 신었는데.
잠시 고민하다 천성산 공룡 능선은 다음에 타기로 하고 성불암 계곡으로 하산하였다.
완만하게 내려가다 계곡을 만난다.
얼마 전 왔던 태풍들로 인해 산사태가 난 것처럼 보이는 곳들도 있었는데, 태풍 덕분에 계곡의 물은 무척 맑았다.
계곡에서 족욕을 하며 한참 쉬다가 내려갔다.
성불암 갈림길에서 직진하여 성불암 입구 쪽으로 갔다.
계속 계곡을 따라가다 데크 계단이 나오며 오른쪽으로 큰 폭포가 보였다.
정말 멋진 3단 폭포이다!
이쪽으로 오길 정말 잘했네.
폭포 위에서 내려다본 모습
폭포 2단
폭포 하단
거짓말 약간 보태서 성불암 계곡은 천불동 계곡 같았다.
다시 성불암에서 오는 길과 합류하고 임도를 따라 내려갔다.
내려가는 길에 오른쪽으로 공룡 능선이 보였다.
공룡 능선
노전암을 지나 한참 내려가니 버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 억새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지만 무엇보다 날씨가 좋고 산행 코스도 좋은 데다 성불암 계곡이 좋아 아주 만족스러운 산행이었다.
게다가 오늘 대장이신 회오리 대장님이 너무 재미있으셔서 양산까지 오고 가는 길이 덜 지루했다.
* 2017년 3월 21일 천성산 산행기 http://blog.daum.net/misscat/3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