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2019년 6월 28일 금요일 (흐림)
산행코스: 삼거동 구천댐 ~ 선자산 ~ 고자산치 ~ 계룡산 ~ 거제시 체육관
산행거리: 8.7km
산행시간: 12:06 ~ 16:40
산행트랙:
등산지도:
거제 계룡산을 내가 올려달라고 해놓고는 멀리 갈 생각에 떠나기도 전부터 진이 빠진다.
오늘 이후로는 당분간 멀리 다니지 말아야지.
어제 전국적으로 동시에 장마가 시작되었다는데 다행히 잠시 소강상태로 오늘은 비가 오지 않는단다.
하지만 들머리에 도착하니 안개가 짙게 끼어 조망은 포기해야 할 것 같다.ㅜㅜ
삼거동 선자산 등산로 입구에서부터 선자산 정상까지는 2km이다.
선자산은 육산으로 등로는 유순한 편이다.
딱 한 군데 암반 지대가 나온다.
바다가 보인다는데 오늘은 안개만 보인다.
하지만 물안개 속에 잠긴 조용한 숲길은 내가 좋아하는 길이다.
거미줄이 군락지를 이루고 있는 숲을 지나고, 폐 헬기장을 지나 정상에 도착하였다.
(암반 지대에서의 조망. 오늘은 안개만)
폐 헬기장
대장님 말로는 조망이 아주 좋은 곳이라는데 바람 때문에 빠르게 움직이는 안개 이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다.
더 높은 곳이었다면 꿈틀대는 운해가 보였을 것 같은데 산이 낮다 보니 구름 속에 갇혀버린 것이다.
퍼뜩 우리 인생도 이렇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힘들 때는 그저 당면한 문제밖에 안 보이겠지.
그러기에 환경이나 사람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위에 계신 하나님을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모든 것은 완벽하게 하나님의 손안에 있으니까.
죽기까지 나를 사랑하신 하나님께서 나를 위해 최선을 길을 예비하시고 그 길로 인도하실 것을 믿는다.
하지만 믿음은 보지 못하는 것들의 실상이기에 힘든 것이리라.
선자산 정상
(선자산 정상에서의 조망. 역시나 안개만)
선자산 정상을 지나 능선을 오르내리며 폐 헬기장을 지나고 정자가 있는 전망대를 지난다.
전망대는 수리 중이었는데 오늘 날씨가 좋았더라도 주위가 나무로 둘러싸여 있어 별로 전망이 좋을 것 같지는 않다.
폐 헬기장
전망대
전망대에서 고자산치까지 계속 내려가는 길에는 범의꼬리가 만발하였다.
특별히 이런 날 걷기 좋고 아름다운 길이다.
이후 넓은 헬기장을 지나 임도와 만나는 고자산치에 도착한다.
고자산치에는 정자가 두 개 있다.
범의꼬리
헬기장
고자산치
고자산치에서 점심을 먹고 계룡산으로 향하였다.
고자산치에서 계룡산 정상까지는 2km인데 대장님께서 쉽게 가자고 하셔서 임도를 따라 포로수용소 유적지까지 갔다.
허물어진 포로수용소를 보니 새삼 얼마나 힘들게 지켜낸 자유민주주의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의 주관자이신 하나님께서 이 나라를 지켜주시길.
유엔군 제1거제도 전쟁포로수용소 유적지
포로수용소까지는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갈 수 있다.
날씨가 궂은 데도 관광객들이 몇 명 있었다.
이곳에는 또한 잘 꾸며놓은 전망대가 있다.
<전국에서 가장 전망이 아름다운> 곳이라는데 그러면 뭐하나?
뭐가 보여야 말이지. ㅜㅜ
포로수용소 옆 전망대
(이렇게 보여야 하는데 ㅠㅠ)
<등산은 인내의 예술이다,>
포로수용소에서부터는 암릉이 시작된다.
조그마한 절터에 도착하니 남해가 내려다 보였다.
아, 조금만 더 맑았으면.
계룡사/거제시청 갈림길
절터
절터 옆 대나무 숲을 지나 계속 암릉을 타고 간다.
내 아쉬워하는 마음을 아셨는지 암릉을 타고 가다 보니 점차 구름이 걷힌다.
야호!
하나님, 감사합니다.♥
계룡산 정상에 도착하여 인증 사진을 찍을 때까지 남해 쪽은 맑고 거제시 쪽은 구름이 짙게 끼어있었다.
샘터 갈림길
계룡산 정상
정상에서 사진을 찍고 나니 낑낑대며 능선을 넘어가려던 구름이 끝내 산을 넘어버려 다시 짙은 구름 속에 잠겨버렸다.
얼마나 절묘한 타이밍인가?
우리보다 앞서 간 사람들도 조망이 없었고, 우리 바로 뒤에 온 사람들도 조망이 없었다.
내가 제대로 신앙생활을 하지도 못하는데 하나님께서 너무나 날 사랑하시는 것 같다.^^
나의 행위가 아니라 나의 존재 자체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난 아직도 잘 모르고 있나 보네.
계룡산 정상을 지나 잠시 더 암릉을 타고 간다.
434봉을 지나고, 전망대를 지난 후 쉼터까지 가파르게 떨어진다.
434봉
전망대
쉼터
쉼터에서 왼쪽으로 내려가면 임도를 만난다.
아까 고자산치에서 만난 임도가 여기까지 연결되는 것이다.
임도를 가로질러 공설운동장 쪽으로 쭉 내려가면 도로를 가로지르는 육교가 나온다.
육교를 건너 거제시 체육관으로 내려가 산행을 마쳤다.
육교에서 바라본 삼성중공업
거제시 체육관
체육관 화장실에서 간단하게 씻고 옷을 갈아입은 후 상경하였다.
선자산에서는 묵상하기 좋은 시원한 비구름 속 숲길을 걷게 하시고, 계룡산에서는 잠시 구름이 넘어오지 못하게 하셔서 멋진 조망과 함께 암릉 길을 걷게 하시니 너무나 감사하고 행복한 산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