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2019년 3월 7일 목요일 (미세먼지 나쁨)
산행코스: 유촌 ~ 봉화산 ~ 매봉산 ~ 범골고개 ~ 장막산 ~ 큰산 ~ 진주핵시술장
산행거리: 9.7km
산행시간: 11:45 ~ 15:40
산행트랙:
등산지도:
연일 미세먼지로 인해 재난 안내 문자가 날아온다.
집 앞의 관악산이 안 보일 정도라 나가기도 싫다.
목도 아프고, 피부 트러블이 생길뿐더러 계속 뿌연 풍경을 보려니 우울해진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목요일 창선도를 갔다 온 다음부터 또 허리가 아프다.
오늘은 그나마 미세먼지가 덜하다고 해서 아픈 몸을 이끌고 집을 나섰다.
그런데 오늘 가는 곳도 통영이다.
길이 좋아져 4시간 40분 만에 도착했지만 꼼짝 않고 앉아있는 것이 너무 힘들어 죽는 줄 알았다.
허리만 아픈 것이 아니라 골반을 타고 허벅지로 해서 무릎까지 아프다.
이러다 원정 산행을 못 다니게 될까 봐 두렵다.
예전에 누군가 아파도 병원을 안 간단다, 산에 가지 말라고 할까 봐.
그 심정을 이해하겠다.
남쪽으로 내려가니 중부 지방보다는 덜하지만 여전히 뿌옇다.
이런데 왜 원전을 없애고 화력발전소를 돌리면서 태양광을 한다고 산에 나무들은 베어내는지 모르겠다.
도대체 무엇이 자연을 보호하는 길인가?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전문가가 아니라 뭣도 모르면서 목소리 큰 사람들이 이 나라를 이끌어 가는 게 문제다.
제대로 된 리더가 너무나 아쉽다.
잠시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졌는데, 유촌에 도착하여 산행을 시작하였다.
오늘 산행은 150~300m 봉우리들을 9개쯤 오르내리게 된다.
낮다고 얕보면 안 되는 것이 해발 0m에서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가파르게 올라가 잔 봉을 4개 넘고 다섯 번째 올라가면 봉화산에 도착한다.
중간에 조망이 트이는 곳들이 있지만 미세먼지 속에 흐릿하게 보일 뿐이다.
그런 모습을 보고 맘 상하느니 차라리 안 보는 것이 나을 것 같다.
봉화산 정상
봉화산 정상에서는 조망이 없다.
정상에서 오른쪽으로 조금 가면 봉수대 터가 있지만 지난 목요일 창선도에서 제대로 된 봉수대를 봤으니까 그냥 지나치기로 한다.
봉수대 터에 갔다 온 사람들이 괜히 갔다고 투덜댄다. ㅋㅋ
봉화산 정상에서 조금 가면 전망대가 나온다.
미세먼지 속에 파묻힌 섬들이 가슴 아프게 한다.
내 가슴이 이렇게 아플진대 이 세상을 만드신 하나님 심정은 오죽할까?
이러라고 인간에게 맡긴 게 아니실 텐데.
죄송해요, 하나님. ㅜㅜ
전망대
가야 할 능선
가파르게 봉화산을 내려갔다가 다시 가파르게 올라가면 매봉산에 도착한다.
오룩스 지도에도 이곳이 매봉산이라고 나와 있고, 나무에도 매봉산 표식이 걸려있다.
하지만 그 봉우리를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면 매봉산 정상석이 나온다.
올라가는 길에 올해 처음으로 현호색을 보았다.
미세먼지 때문에 우울하던 마음이 현호색을 보고 좀 밝아졌다.
어찌했건 봄은 오고, 꽃은 피는구나.
아까 그 봉우리가 더 높은데 이곳에 매봉산 정상석이 있는 것은 아마 조망 때문이 아닐까?
현호색
매봉산 정상
매봉산 정상석이 있는 곳을 내려가면 산불감시초소가 나온다.
초소 안에 있던 감시원 아저씨께서 나오셔서 주위에 핀 산자고 꽃이랑 주변 산들을 가르쳐 주셨다.
이곳은 산자고가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진행 방향 왼쪽으로는 벽방산과 거류산이 흐릿하게 보였다.
산자고
감시원 아저씨께 인사를 하고 범골고개로 내려갔다.
산불감시초소에서 범골고개까지는 770m이다.
범골고개로 내려가는 내내 향기롭지 못한 냄새가 났는데 내려가서 보니 근처에 양돈 농장이 있는 것 같았다.
범골고개
범골고개에서 잠시 도로를 따라가다 삼거리에서 호곡길 방향 산길로 올라간다.
산길 초입에는 산불감시원 김성문 씨의 차가 세워져 있었다.
나중에 이야기하겠지만 이 아저씨 정말 칭찬받아 마땅한 분이다.
장막산 가는 길은 여유롭다.
중간 중간 나무에 산불감시원 김성문 씨가 걸어놓은 팻말이 있었는데, <여기는 백년초 심어놓은 곳>, <여기는 관중 고사리 보호 지역>, <여기는 개복숭아 심은 곳> 등이라고 쓰여 있었다.
도대체 어떤 분이기에 이렇게 열심히 산을 관리하나 궁금해 하며 가다 보니 헬기장 삼거리가 나온다.
이정표에 왼쪽으로 화살표와 함께 <관망 포인터>라고 쓰여 있어서 가보았다.
헬기장을 지나 조금 가니 어떤 아저씨께서 웃으며 반기신다.
바로 그곳 산불감시초소에 계시는 김성문 씨였다.
우리를 만나자 신이 나서 자신이 어떻게 산을 가꿀 것인지 계획을 말씀하셨다.
산불감시초소 주변에 있는 소나무들은 이러저러한 모양으로 가꿀 것이고, 어느 곳에 어떤 나무들을 심고 가꾸고 계신지 설명하시는데 그 얼굴이 너무 기쁘고 밝아 보였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돈을 주는 것도 아닌데 수고롭게 묘목을 구해다가 화단을 만들어 심고 가꾸는 아저씨가 너무 존경스러웠다.
모든 일을 주께 하듯 하라는 말씀이 떠오르며 바로 이런 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한민국에 이런 분들이 계신 한 아직 소망이 있으리라.
산불감시초소에서는 공사 중인 법송일반산업단지가 내려다보였다.
이곳에서 미륵산과 사량도 지리산도 보이는데 미세먼지 때문에 안 보인다며 안타까워하셨다.
헬기장 삼거리
공사 중인 법송일반산업단지와 미륵산 방향
사량도 지리산 방향, 오른쪽으로 벽방산
산불감시8초소 김성문 씨와 그가 만든 개복숭아 길
(양쪽으로 작은 묘목이 심어져 있다.)
한참 아저씨와 이야기를 나누다 헤어져 장막산 정상으로 가면서 오늘 하나님께서 이 분을 통하여 말씀하시는 것을 느꼈다.
나도 불평하기보다는 주어진 삶에 감사하며 어떤 일이든지 충성해야겠다.
장막산 정상에는 정자와 전망대가 있었다.
역시나 미세먼지 때문에 조망은 슬프게 보이는데 자연보호에 앞장서야겠다.
장막산을 탄막산이라고도 하는지 서래야 박건석 님이 걸어놓은 팻말에는 두 이름이 다 쓰여 있었다.
장막산 정상
장막산 정상에서 과일을 먹으며 한참 쉬다가 송계마을 쪽으로 갔다.
다소 가파르게 내려가면 송계마을 갈림길이 나온다.
송계마을 갈림길
이후 직진하여 올라가 잔 봉을 몇 개 넘는다.
돌탑들이 보이기 시작하면 큰산 정상이 얼마 남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가파르게 올라가면 큰산 정상에 도착한다.
큰산 정상 부위는 바위로 되어있어서 조망이 좋은 곳이지만 오늘은 아무 쓸모가 없다. ㅜㅜ
큰산 정상
지나온 능선
큰산 정상을 내려서 가는 길에는 봄을 알리는 생강나무 꽃이 피었다.
생강나무
이후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진달래 군락지 사이로 가파르게 내려간다.
으~~, 이런 내리막 정말 싫어.
다행히 길지가 않다.
잔 봉을 넘어 진주핵시술장으로 내려갔다.
하산 길에 만발한 진달래꽃
진수핵시술장 앞에는 동백꽃이 만발하였다.
확실히 봄이구나.
매년 봄마다 보는 꽃들이건만 볼 때마다 반갑고 예쁜 것은 생명의 부활을 암시하기 때문이 아닐까?
긴 겨울 동안 앙상한 가지에 볼품없고 죽은 듯 보이던 나무들이 봄이 되면 화사한 꽃을 피우듯이 우리 인생도 죽음이 끝이 아니라 부활이 있음을 상기시켜주기에 봄꽃들은 유난히 반갑다.
진주핵시술장
동백꽃
산행 마감 시간이 지나도 6명이 오질 않아서 택시 타고 오라고 연락한 후 통영활어시장으로 갔다.
이곳에서는 전복 8마리에 3만 원이다.
지난 목요일 남해에서는 같은 크기의 전복 8마리가 2만 원이었는데.
또 전복을 먹기도 그래서 길가에 있는 식당으로 들어가 해물된장을 먹었다.(10,000원)
가리비, 게. 새우, 소라, 통영 석화 굴이 푸짐하게 들어있어 맛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회덮밥, 도다리 쑥국, 멍게 비빔밥과 쫄복국 등을 시켰는데 다들 맛있다고 하였다.
말린 문어와 유자빵을 사서 서울로 올라갔다.
미세먼지만 없었더라면 만점인데. ㅜㅜ
아름다운 우리나라의 파란 하늘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