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2015년 5월 23일 토요일 (맑음)
산행코스: 경포대 탐방지원센터 ~ 바람재 ~ 구정봉 왕복 ~ 천황봉(정상) ~ 통천문 ~ 구름다리 ~ 천황사지 ~ 천황 탐방지원센터
산행거리: 7.6km
산행시간: 13:00 ~ 18:15
등산지도:
주말은 길도 많이 막히고 등산객들도 많아 되도록 산행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월출산 공지가 토요일에 올라오는 바람에 할 수 없이 토요 산행을 하게 되었다.
우려했던 대로 길이 엄청 막힌다.
오늘 중에 월출산에 도착할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다음부터는 절대! 토요일에는 움직이지 말자'고 또다시 다짐을 한다.
어쨌든 긴 시간을 보내고 1시가 다 되어서야 금룡경포대에 도착하였다.
원래는 천황 탐방지원센터에서 시작하여 도갑사로 내려가는 코스였는데 시간 관계상 경포대 탐방지원센터에서 시작하는 걸로 코스가 변경되었다.
이왕이면 종주하는 걸 좋아하는 나는 아쉬웠지만 지나고 보니 코스가 변경된 것이 다행이었던 것 같다.
금룡경포대
오랜 시간 버스를 타고 가느라 굳은 몸을 풀고 금룡경포대에서 산행을 시작하였다.
바람재까지 2.5km 정도만 올라가면 되고 길도 좋다고 하니 한 시간이면 올라갈 것 같다.
경포대 야영장을 지나 경포대 삼거리까지는 정말 길이 좋다.
그런데도 날씨가 더워 금방 지친다.
더위에 취약한 나는 초반부터 연신 물을 마시고 부채질을 해가며 올라갔다.
경포대 삼거리는 지나면 등로가 가파르게 일어서기 시작한다.
1km 정도 힘들게 올라가니 선두 그룹이 멀리 바위 위에서 사진 찍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바람재 삼거리에 도착하면 사방으로 시야가 트인다.
바람재
여기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천황봉이고, 왼쪽으로 가면 구정봉이다.
구정봉까지 0.5km를 갔다 오기로 하였다.
등로는 잘 정비되어 있어 힘들지 않은데 날씨가 너무 덥다.
천황봉
구정봉
나무도 없는 땡볕 아래를 걸으려니 편안한 등로에도 쉽게 지친다.
하지만 발아래 내려다보이는 경치는 더위를 이길 힘을 주었다.
계단을 올라가면 구정봉 장군바위 안내판이 있다.
<큰바위얼굴>이라고도 하는 이 바위는 장군 얼굴을 닮았단다.
장군님, 얼굴이 좀 기네요. ㅋㅋ
구정봉 장군바위
사방을 둘러보아도 너무 멋지다.
사진을 찍느라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질 못한다.
사진 찍을 때는 몰랐는데 대장님이 찍어주신 사진을 보니 이런 위험한 곳에 올라가서 사진을 찍었네.
조금 더 가면 삼거리가 나오는데 어느 쪽으로 가던지 구정봉으로 갈 수 있다.
먼저 베틀굴 방향으로 갔다가 돌아 나오기로 하였다.
음굴이라고도 하는 베틀굴은 임진왜란 때 여자들이 이곳에 숨어 베를 짰다는데, 굴 내부가 여성의 국부를 닮았고 항상 음수가 고여 있으며 남근바위를 향하고 있다나 어쨋다나 하는 설명이 안내판에 적혀있었다.
베틀굴
왜 우리나라에는 이런 성기와 비슷한 바위, 폭포, 굴이 그리도 많은지 모르겠다.
도처에 깔려있는 남근석, 여성봉, 여궁폭포, 게다가 음굴까지.
사실 그런 설명을 안 해주면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말을 듣고 보면 또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특별히 성에 관심이 많아서 그런 건가?
아니면 성 문화가 개방되어 있지 않고 억압되어 있기 때문일까?
사회학적으로 한 번 연구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베틀굴에서 왼쪽으로 짧은 로프 구간을 지나면 삼거리가 나온다.
마애여래좌상까지 500m면 가면 되지만 너무 더워서 그냥 통과.
바로 오른쪽에 있는 구정봉으로 향하였다.
구정봉
구정봉으로 올라가기 직전에 통천문이 있다.
통천문을 지나자마자 바로 절벽이다.
구정봉에 올라서니 멀리 천황봉과 바람재 삼거리에서 지나온 길이 보였다.
구정봉에서 바라본 천황봉
저 길을 다시 되돌아가 천황봉까지 가야 한다.
눈을 돌려보니 안개골 쪽의 풍광도 빼어나다.
다음엔 향로봉으로 해서 도갑사까지 가봐야지.
향로봉
바람재 삼거리로 되돌아가기 전, 바위 그늘에 앉아 점심을 먹었다.
이 멋진 경치를 만끽하며 식사를 하다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는 것 같다.
왜 산에 가냐고?
바로 이 맛에 가는 거지.
이건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절대 알 수가 없다.
나도 불과 2년 반 전만 해도 몰랐으니까.
맛있게 점심을 먹고 바람재 삼거리를 지나 천황봉을 향해 갔다.
가다 보면 남근바위가 나온다.
이게 구정봉 방향에서 보면 별로 남근바위 같지가 않은데 천황봉 쪽에서 보면 그럴듯하다.
남근바위
조금 더 가면 너무 귀여운 돼지바위가 있다.
돼지바위
자연 지형, 지물에 이름을 붙이는 것을 보면 사람들의 상상력이 놀라울 뿐이다.
바위틈에서 소나무가 자라는 경이로운 모습도 볼 수 있고.
천황봉에 도착.
천황봉(월출산) 정상
바람재 삼거리에서 1.1km니까 30분이면 올 수 있는데 사진도 찍고 날도 덥고 길도 험해서 시간이 많이 걸렸다.
갑자기 요란한 소음과 함께 헬기가 나타났다.
산불 감시를 하러 왔나? 누가 다쳤나?
한동안 헬기가 주변을 돌아다니다 돌아간다.
아무 일 없기를 바란다.
그런데 헬기 문 밖에 나와 서있는 아저씨 짱 멋있다!
천황봉을 내려서 월출산의 명물 구름다리를 향하여 갔다.
사자봉 능선
구름다리까지는 1.7km 정도이다.
구름다리로 가기 전 통천문이 나온다.
통천문
통천문을 나가서 조금 더 가면 긴 데크 계단이 나온다.
천황사지로 내려가는 길은 계단도 많고 길도 가팔라서 이쪽으로 올라오지 않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버스가 일찍 도착하여 천황 탐방지원센터에서 산행을 시작했더라면 더운 날 크게 고생했을 것 같다.
오늘 또 새옹지마를 경험했다.
곧이어 나오는 삼거리에서 구름다리 쪽으로 갔다.
바람폭포 쪽으로 가는 길이 좀 수월하다고 하는데 구름다리를 안 건너볼 수는 없지.
구름다리로 가는 길은 날씨가 좋지 않을 때는 통제를 한다고 한다.
1km 정도만 가면 구름다리인데 그게 영 나타나질 않는다.
가파른 길을 내려갔다 올라갔다...
날씨는 더운데 슬슬 약이 오르기 시작할 무렵 또다시 시야가 뻥 뚫렸다.
길은 험하지만 또다시 만나게 될 멋진 경치를 기대하며 나아갔다.
다시 한 번 힘들게 내려갔다 가파르게 올라가니 흑염소 가족이 기다리고 있었다.
와, 야생 염소까지 만나고 I am so lucky today!
이제 멀리 구름다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구름다리까지 가는 길은 가파른 계단의 연속이었다.
여길 올라오려면 다리에 쥐 좀 나겠다.
나중에 카페에 들어가 보니 어떤 분이 이런 사진을 올리셨다.
이건 도대체 어디에서 찍으셨는지 모르겠다.
내려오면서 이런 모습을 본 적이 없는데.
바람폭포 쪽에서 찍으셨나?
드디어 구름다리에 도착.
월출산 구름다리
인증 사진을 찍고 서둘러 하산하였다.
6시 20분까지 내려오라고 하셨는데 40분밖에 남지 않아서 서둘러 내려갔다.
내려가는 길은 크게 험하지 않아 다행히 속도를 낼 수 있었다.
천황사지구 탐방로 입구를 통과하고 나서는 아스팔트 길이다.
야영장과 거북바위를 지난 후,
거북바위
매점에서 시원한 포카리스웨트를 사서 마시고 6시 15분 천황 탐방지원센터에 도착했다.
7.6km, 널널하게 산행할 줄 알았는데 5시간 15분이나 걸렸다.
더워서 고생했지만 충분히 고생할 만한 가치가 있는 멋진 산행이었다.
가을에 억새꽃이 만발할 때 미왕재를 지나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