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2018년 11월 1일 목요일 (맑음)
산행코스: 영실~ 선작지왓~ 윗세오름~ 남벽 분기점 ~ 평궤 대피소 ~ 돈내코
산행거리: 12.9km
산행시간: 09:50 ~ 15:25
산행트랙:
등산지도:
제주도에 간 김에 영실기암의 단풍을 보러 한라산에 가보려고 한다.
봄 철쭉도 보았고, 겨울 눈꽃도 보았는데 가을 단풍은 어떨까?
오늘이 한라산 단풍 절정이라고 하니 더 기대가 된다.
어제는 하루 종일 하늘이 찌뿌듯해서 혹시 비라도 오면 어쩌나 걱정을 했는데 아침에 일어나 호텔 창밖을 내다보니 해가 난다.
기쁜 마음으로 제주버스터미널로 갔다.
참고로 내가 묵고 있는 제주노블레스관광호텔은 공항과 버스터미널 중간인 오라 오거리 근처에 위치해서 접근성이 아주 좋다.
공항이나 제주버스터미널까지 10분 이내에 갈 수 있다.
호텔도 깨끗하고 방도 넓은 편이며 어메니티도 완벽하다.
린스와 칫솔, 치약까지 있다!
내가 묵은 3층 객실에서는 바다도 보인다.
반대편 객실에서는 한라산이 보인다.
가격도 그다지 비싸지 않고.
여러모로 만족한다.
다만 대로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주택가 안쪽에 위치하고 있어 처음에는 네비 없이 찾아가기가 좀 힘들다.
주변이 번잡하지 않고 조용해서 그런지 가족 단위 손님들이 대부분이었다.
아침 일찍 제주버스터미널로 가서 240번 버스를 타고 영실로 향하였다.
영실 가는 240번 버스는 매 30분마다 있다.
8시 30분 버스를 타고 1시간 정도 걸려 영실 매표소에 도착한 후 영실 매표소에서 택시를 타고 영실로 올라갔다.
택시비는 일괄적으로 대당 7천 원이다.
영실에 도착해 산을 올려다보니 어째 색깔이 저렇지?
단풍 색깔이 아니네.
영실 탐방지원센터를 지나 숲으로 들어가니 단풍커녕 잎사귀가 다 떨어지고 없다.
헐, 이게 뭐야?
오늘이 단풍 절정이라더니 어떻게 된 거야?
오랜 생각 끝에 내린 결론은 한라산 단풍이라 함은 한라산 하단의 단풍을 말하나 보다. ㅜㅜ
하지만 잎사귀가 다 떨어진 덕분에 병풍바위와 오백나한이 잘 보이긴 한다.
영실
병풍바위
오백나한
숲을 벗어나 본격적으로 오르막이 시작된다.
하늘은 더할 나위 없이 맑고 깨끗해 조망이 최고다.
단풍이 없는 아쉬움을 조망으로 달래며 올라갔다.
가족 나들이 온 사람들도 있고, 수학여행 온 학생들도 있고.
그런데 올라가는 도중 두 딸과 함께 온 어느 아주머니가 산 아래 오름을 가리키며 "저게 한라산인가 보다." 하신다.
헉, 어머니, 왜 그러세요?
남한에서 제일 높은 한라산에서 발아래 오름을 보고 한라산이라고 하시다니.
병풍바위와 영실기암은 언제 봐도 멋있다.
저 아래로는 송악산과 산방산, 마라도도 보인다.
병풍바위
영실 코스로 올라갈 때마다 사진 찍는 장소
오백나한
전망 데크에서 간식을 먹는데 까마귀가 날아와 난간에 앉더니 사람들이 가까이 가도 도망가지도 않고 먹을 걸 줄 때까지 날아가질 않았다.
영실에서 2km 정도만 가파르게 올라가면 그다음부터는 거의 평지 길이다.
경치 구경하며, 사진 찍으며, 쉬엄쉬엄 올라가면 금방이다.
잠시 너덜 지대를 지난 후 남벽을 바라보며 데크 길을 걸어서 선작지왓을 통과한다.
선작지왓
윗세오름 대피소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윗세오름 대피소에서 컵라면을 사 먹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데 매점을 없애다니!
바람은 차지만 볕이 너무 좋아 옷을 있는 대로 껴입고 밖에 앉아서 가지고 간 간식을 먹었다.
이런 날은 따끈한 커피 생각이 간절하다.
아, 커피 마시고 싶다.
그 말을 듣고는 옆에 앉아있던 등산객이 뜨거운 물이라도 마시라며 주셨다.
가지고 있던 커피 믹스를 타서 과자와 함께 마셨다.
세상 맛있다!
산해진미가 필요 없다.
간식을 먹고 윗세오름을 지나 남벽 분기점을 향해 갔다.
백록담 북사면에는 상고대가 핀 것이 보였다.
윗세오름
백록담 남벽
난 백록담보다 남벽을 보는 것이 훨씬 좋다.
남벽 아래 오면 뭔가 신비롭고 오묘한 기분이 들면서 마음이 편해진다.
넓은드르 전망대까지 남벽 아래 탁 트인 평원을 걸어가는 것은 힐링 그 자체이다.
멋진 풍경에 흠뻑 젖어서 방아오름샘을 지나 남벽 분기점까지 갔다.
범섬
방아오름 전망대
남벽분기점 전망대와 남벽통제소
원래 계획은 이곳에서 영실로 되돌아가는 것이었다.
어리목 코스는 너무 가파른 데다 조망이 없어서 싫고, 돈내코 코스는 좋기는 한데 교통편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까지 와서 되돌아가기 정말 싫다!
에라, 모르겠다.
택시 타고 가지, 뭐.
그리하여 기활 좋게 돈내코를 항해 갔다.
넓은드르 전망대에서 보는 풍경은 트리플 A+이다
바다를 바라보고 서있는 남벽은 장엄함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갖췄다.
넓은드르 전망대
넓은드르 전망대에서 조금만 더 가면 평궤 대피소가 나온다.
평궤 대피소는 공사를 다 끝나 넓은 2층 전망대가 생겼고 반갑게 근처에 화장실도 만들어졌다.
화장실에는 휴지도 있다!!!
평궤 대피소
평궤 대피소에서 마지막 간식을 먹고 돈내코로 내려갔다.
평궤 대피소에서 돈내코까지의 5.3km는 내리막 숲길이다.
하지만 심하게 가파르지 않고 예쁜 오솔길이라 기분 좋게 내려갈 수 있다.
물론 돌바닥이라 나중에는 발바닥이 좀 아플 수 있다.
어쨌든 영실 ~ 남벽분기점 ~ 돈내코는 나의 최애 코스이다.
그런데 북벽은 어떨까 궁금하다.
또 남벽분기점에서 백록담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던데 그리로 올라가 보고도 싶다.
둔비바위 (어느 게 둔비바위?)
썩은물통
돈내코 탐방로 입구
돈내코 탐방지원센터를 지나 돈내코 주차장으로 내려갔더니 고맙게도 택시가 한 대 기다리고 있었다.
서귀포 사랑호출 택시에서 기사들이 돌아가며 이곳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공항까지는 35,000원 정도 나온다.
요새 제주 택시들이 좋아져서 대부분 미터대로 요금을 받는데 영실매표소에서 영실까지는 7천 원 flat fare이다.
제주 시내로 돌아가 택시 기사님께서 추천해주시는 횟집으로 갔다.
공항 뒤편 바닷가에 있는 <삼다도 횟집>이다. (http://www.snname.com/samdadosushi/)
요즘이 벵에돔 철이라고 해서 벵에돔으로 주문하였다.(kg 당 15만 원)
1kg이면 스끼다시도 나오고, 초밥도 나오고, 튀김도 나오고, 지리랑 볶음밥도 나와서 세 사람은 충분히 먹을 수 있겠다.
네 사람이면 조금 아쉬울 수도 있겠고.
그런데 난 벵에돔보다는 스끼다시로 나온 갈치회와 고등어회가 더 좋았다.
그리고 이 집 제주 황게 게장도 정말 맛있다.
배불리 먹고 난 후 횟집 사장님이 호텔까지 데려다주셨다.
단풍은 못 봤지만 맑은 날씨에 자연과 하나 되어 내가 좋아하는 영실 ~ 돈내코 코스를 걸을 수 있어서 오늘도 감사하고 행복한 하루였다.
* 2017년 12월 19일 한라산 영실 코스 산행기 https://blog.daum.net/misscat/486
* 2017년 6월 1일 한라산 영실 코스 산행기 https://blog.daum.net/misscat/391
* 2015년 6월 3일 한라산 영실 코스 산행기 https://blog.daum.net/misscat/69
* 2012년 8월 15일 한라산 영실 코스 산행기 https://blog.daum.net/misscat/3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