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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2018.10.02 (강진) 월각산(458m)

산행일시: 2018년 10월 2일 화요일 (맑음)
산행코스: 대월리 ~ 월각산 ~ 묵동치 ~ 도갑산 갈림길 ~ 주지봉 ~ 문산재, 양사재 ~ 죽정마을
산행거리: 11.2km
산행시간: 11:10 ~ 17:39
산행트랙:

(강진)월각산 20181002.gpx
0.06MB

등산지도:

 

만사 대장님을 졸라서 강진 월각산을 가게 되었다.
대월리에 하차하여 등산로 입구를 찾아가는데 밭일하던 할머니가 "어디서 왔냐?"고 묻더니 어디론가 종종걸음으로 가신다.
이장에게 들키면 산행 금지시킨다는 말을 들은 터라 모두 겁이 나서 쏜살같이 달려갔다.

 

입산금지 현수막을 지나 잡풀로 뒤덮인 계단을 올라가면 정자가 있는 쉼터에 도착한다.
주위에 운동기구도 있는데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정자가 있는 곳에서 조금 더 가면 입산금지 목책이 나온다.

눈을 질끈 감고 목책을 넘어갔다.

아, 산행 욕심에 더럽혀진 내 양심이여! ㅠㅠ

조금만 더 올라가면 암릉이 시작된다.
올라가는 길에는 10m마다 입산금지 안내판이 있어 계속 양심을 찔러댔다.

하지만 수석 전시장을 방불케 하는 멋진 암릉 길에 양심은 어느 샌가 실종.
악어바위도 지나고, 장군바위도 지나고.
아무래도 암릉 구간이라 쉽지만은 않지만 끝내주는 조망에 힘든 줄도 모르고 몰라갔다.
가야 할 암릉도 멋있고, 지나온 암릉도 멋있고, 오른쪽으로는 명불허전 월출산이 파노라마로 보인다.
역시 여길 올려달라고 하길 잘했어.
산행지를 고르는 나의 탁월한 안목에 자화자찬하며 걸어갔다. ㅎㅎ

 

월출산

(장군바위를 향하여)

악어바위

장군바위

암릉 구간이 끝나는 지점에서 점심을 먹었다.
가파르게 내려간 후 언제 암릉이 있었느냐는 듯 육산 길이 이어진다.
잔 봉을 두 개 넘어 월각산 정상을 향해 갔다.

월각산 정상까지 멀지는 않은데 산행 초반 동네 할머니가 신고하러 가는 바람에 빨리 올라가느라 힘을 다 빼서 은근 힘이 들었다.
월각산 정상은 등로에서 200m 정도 벗어나 있다.
먼저 도착한 일행들이 점심을 먹고 있는 삼거리에 배낭을 벗어두고 월각산 정상을 갔다 왔다.
초라한 정상석이 지키고 있는 월각산 정상은 나무로 막혀 조망이 좋지 않았다.
나무 사이로 뾰족한 문필봉과 그 옆에 있는 가야 할 주지봉이 보였다.

 

간간이 눈에 띈 모싯대

월각산 정상

문필봉(왼쪽)과 주지봉(오른쪽)

삼거리로 돌아가 산죽 길을 지나 가파르게 한참 내려가면 묵동치에 도착한다.

묵동치에서 직진하여 가파르게 올라가서 봉우리를 몇 개 넘으면 도갑산 갈림길이 나온다.

오른쪽 도갑산 방향으로 가는 길이 땅끝기맥이라고 한다.

 

묵동치(직진)

도갑산 갈림길(왼쪽으로)

다시 잔 봉을 몇 개 오르내리며 주지봉을 향하여 가파르게 올라가는 길은 흡사 대간 산행을 다시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 내가 여길 왜 오자고 했을까? 
참으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후회감(?)이다.
문필봉이 너무 멋있긴 한데 도저히 힘들어서 못 올라가겠다.

문필봉에 가려면 문필봉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가야 한다.
난 쿨하게 패스.

 

문필봉

문필봉 갈림길에서 주지봉까지 다시 가파른 오름길이 시작된다.
날 죽여라, 죽여.
조망도 없고 정상석도 없는 주지봉에 도착.
대장님, 전 이제 글렀어요.
절 버리고 가세요. ㅠㅠ
난 왜 맨날 꼴찌일까? 
76세 할머니인 바람 님도 나보다 빨리 가는데.
자괴감에 싸인 채 주지봉에 퍼질러 앉아 한참 쉬었다.

 

주지봉 정상

그래도 내려가야지.

다시 기운을 내어 가파르게 주지봉을 내려서는 길에서는 월출산 발밑에 다소곳이 앉아있는 도갑사가 보였다.

 

월출산과 도갑사

조금 가다 보니 먼저 갔던 대장님과 꽃향유 님이 쉬고 있었다.
꽃향유 님이 쥐가 나서 쉬는 중이라고 한다.
그 순간 왜 힘이 나는 거지?
내가 꼴찌가 아닐 수도 있다는 희망 때문? ㅎㅎ
힘차게 가다 보니 또 암릉 구간이 나왔다.
이 산은 시작 부분과 마지막 부분에 암릉이 있는 거네.

시작 부분 암릉보다 여기가 더 멋있다.
월각산에 온 걸 언제 후회했느냐는 듯이 힘차게 걸어갔다.

온통 사진을 찍을 곳 천지라 빨리 갈 수가 없었다.

 

통천문도 쿨하게 패스하고 오른쪽 우회 길로.
아름다운 암릉과 오후의 햇살에 반짝이는 드넓은 평야, 멀리 영산강도 보이고.

이렇게 멋있어도 되는 거야?

이런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통천문

지나온 능선

                    월출산

멋진 암릉 구간이 끝나면 급경사 내리막이 기다리고 있다.
갑자기 에너지 레벨이 0으로 떨어진다.

아이고, 왜 이렇게 가파른 거야.
과연 이 산을 내려갈 수는 있는 걸까?  ㅜㅜ
온갖 엄살을 떨며 내려가니 떡하니 출입금지 목책이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보기보다 가팔라서 내려가기 약간 겁나는 곳)

목책을 돌아 나가면 좌우로 길이 있다.
오른쪽은 암릉 길, 왼쪽은 육산 길.
시간이 45분밖에 안 남았는데 남은 거리가 얼마인지 모르겠고 기운도 빠져 왼쪽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500m 정도 내려갔을까?
문산재와 양사재가 나왔다.

 

문산재(오른쪽), 양사재(왼쪽)

이곳에서 왼쪽으로 50m만 가면 왕인석상과 책굴이 있다고 하여 올라가 보기로 하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암릉 길로 내려올걸.
왕인 박사가 공부하였다는 책굴은 좁은 입구에 비해 안은 꽤 넓었다.
굴 천장은 뚫려있어 자연 채광이 가능하였다.

 

왕인석상

책굴

양사재부터는 임도로 가도 되고 임도 왼쪽에 있는 오솔길로 내려가도 된다.
이 길이 <기찬묏길>이란다.

 

지침바위

주정마을로 내려가 산행을 마쳤다.

늦을까 봐 걱정했는데 출발 20분 전에 도착했다.

월출산 옆에 숨어있는 보석 같은 산이다.
암릉 길도 있고 오르내림이 많아 삭신이 쑤시지만 눈은 제대로 호강한 하루였다.

(강진)월각산 20181002.g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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