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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2018.09.28 영화 <타샤 튜더> (Tasha Tudor: A Still Water Story)

날짜: 2018년 9월 28일 금요일 (대체로 맑음)
장소: CGV 

 

마음의 평강이 필요해서 <타샤 튜더>를 보러 갔다.

미국 동화 작가이자 삽화가인 타샤 튜더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시골에 파묻혀 그림이나 그리는 할머니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이 할머니 보통이 아니다.

<내 사랑>의 모디하고 비슷하지만 차원이 다르다고 할까?

자녀 넷을 키우며 생활력 없는 남편을 대신해 생계까지 책임을 졌다.

뿐만 아니라 집안일도 완벽하게 한다.

음식을 잘하는 것은 물론 가축도 키우고, 옷도 직접 만들어 입고, 인형도 만들고, 양초도 직접 만들어 쓰며, 정원까지 멋들어지게 가꾼다.

헐, 완전 슈퍼맘에 알파 걸이네.

나 이런 원더 우먼 싫어. ㅠㅠ

순간 마음이 요동을 쳤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의 집과 정원을 비추는 카메라를 따라가다 보면 마음이 가라앉으며 세상 모든 물욕이 사라지는 것 같다.

평온 그 자체이다.

실제로 영화 보다가 진짜 잠들 뻔했다.

영화가 재미없거나 지루해서가 아니라 너무 편안해서.

그녀의 말대로 사실 우린 너무 많이 가졌는지도 모르겠다.

옛날 방식의 삶을 유지하며 자연 속에서 인생의 즐거움을 발견하는 그녀가 산에 올라 아름다운 자연을 바라보며 행복과 충만함을 느끼는 나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란 하늘, 각양각색의 구름, 계절에 따라 변하는 숲, 바람소리와 새소리, 멀리까지 굽이치는 산그리메.

그런 것들이 나를 너무 감격하게 만든다.

가슴이 벅차오르고 때론 눈물까지 난다.

그 순간 난 오롯이 행복 속에 파묻힌다.

그래서 난 조용히 산행하는 걸 좋아한다.

온전히 자연 속에 나를 내맡기기 위해.

모두들 내면 깊숙이 침잠한 채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가고 영화관에 불이 켜진 이후에도 사람들은 일어날 줄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