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2018년 1월 4일 목요일 (맑음)
산행코스: 만항재 ~ 운탄고도 ~ 처녀치마길 ~ 무릉도원길 ~ 마천봉(정상) ~ 고원숲길 ~ 마운틴탑
산행거리: 12.9km
산행시간: 10:30 ~ 14:50
산행트랙:
등산지도: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고한 백운산으로 갔다.
열정이 식었는지 추울 때마다 몸이 움츠러들고 꾀가 난다.
오늘도 정말, 정말 가기 싫었지만 초인적인(?) 정신력으로 집을 나섰다.
만항재 아래 함백산 등로가 시작되는 곳에서 산행을 시작하였다.
대간을 할 때는 함백산에서 내려와 야생화 단지를 따라 만항재까지 갔지만 이번에는 도로를 따라 만항재로 갔다.
만항재
대간 길은 이곳에서 왼쪽 화방재로 이어진다.
야생화가 만발했던 두문동재에서 화방재까지의 대간 길이 눈에 아른거린다.
대간 산행을 끝낸 지 1년 정도밖에 안되었는데 굉장히 오래전 일인 것 같이 느껴진다.
오늘은 오른쪽 화절령 방향으로 간다.
이 길은 바로 석탄을 나르던 운탄고도이다.
화절령까지 널따란 운탄고도가 있어 편하게 갈 수 있다.
하지만 오늘 산행코스는 정암산~백운산의 능선 길이다.
만항재에서 200m쯤 가니 정암풍력발전단지 공사를 하고 있었다.
이것도 신재생에너지정책의 일환으로 하는 건가?
요새는 사람은 무슨 일을 하던 머릿속에 든 것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고 있다.
지식 없이 열심인 사람이 제일 위험하다고 하지 않는가?
정암산 갈림길에 이르니 눈이 제법 많이 쌓여있었다.
산을 보니 러셀이 안 되어 있을 것 같았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다.
어제 공연을 하느라 계속 서있었더니 다리가 아파서 어떻게든 쉽게 산행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냥 운탄고도를 따라 하이원 CC까지 가서 백운산으로 올라가기로 하였다.
정암산 갈림길
이곳에서 석탄을 캐던 광부들과 그 가족들의 새까만 마음과 슬픔은 하얀 눈에 덮여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지고 있었다.
이제는 고통의 신음 대신 허공에는 눈썰매를 타며 즐거워하는 사람들의 웃음소리만 맴돌고 있었다.
완만하게 이어지는 내리막길은 혜선사 갈림길에서 끝난다.
운탄고도는 오른쪽 오르막길로 이어진다.
바람이 불지 않아 걱정했던 것처럼 춥지는 않았다.
오히려 오르막길에서는 더워서 재킷을 벗고 티셔츠만 입고 갔다.
혜선사 갈림길
길이 편한데도 몸이 힘들어서 그런지 점점 속도가 떨어진다.
뒤에서 놀멘 놀멘 하며 오던 일행들이 모두 앞으로 치고 나간다.
뭐, 난 후미 대장이니까. ㅋㅋ
구부러져 돌아가는 운탄고도에서 뒤돌아보면 정암풍력단지 공사장에서부터 지나온 길이 보이고, 왼쪽으로는 장산, 선바위산, 매봉산과 그 뒤로 대간 길이 보인다.
지나온 길
백두대간.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백두대간을 완주했다는 것이 믿어지지가 않는다.
매번 더 이상은 못하겠다고,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걸었더랬다.
어느 한 구간도 쉬웠던 구간은 없었다.
도저히 내가 갈 수 있는 길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 길을 끝까지 갔다.
그렇게 힘들었니?
그 어려운 길을 끝까지 가야 할 정도로 그렇게 힘들었니?
괜찮아, misscat.
잘했어, misscat.
부활은 죽음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진리를 깨닫기 위해 수없이 울음을 삼키며 걸었던 대간 길은 가시밭길에서 꽃길로 변하였다.
이 생각 저 생각 하다 보니 정암산 갈림길에 도착하였다.
만항재에서 8.3km 지점에 정암산 갈림길이 있다.
정암산으로 갔더라면 이곳으로 내려왔을 것이다.
오른쪽으로는 Neuschuwanstein 성과 같은 하이원 호텔이 보였다.
정암산 갈림길
이곳에서 길가에 앉아 점심을 먹었다.
그래 봐야 빵 하나지만.
점심을 먹고 있는데 정암산으로 갔던 선두 일행이 지나갔다.
어? 어디 갔다 이제 오세요?
러셀이 하나도 안 되어 있어 무척 고생을 했단다.
그래서 이제야 오는 거라고.
그쪽으로 안 가길 정말 잘했다. ㅎㅎ
마운틴 콘도 쪽으로 임도를 따라가다 산길로 올라간다.
눈이 꽤 많이 쌓여있어 러셀이 되어있는데도 걷기가 쉽지 않았다.
1km쯤 가다 보면 임도와 만나게 된다.
산길로 접어들지 않고 계속 운탄고도를 따라가다 이쪽으로 오는 길이 있다.
좀 돌기는 하겠지만 시간은 거의 비슷하게 걸릴 것 같다.
이곳에는 전망대가 있다.
계속 마운틴 콘도 쪽으로 가다가 이정표가 있는 곳에서 산길로 접어든다.
마천봉이 900m 남았단다.
산길 입구에는 목탁이 있었는데 그 용도는 나중에 알게 되었다.
300m쯤 가다 보면 이정표가 나온다.
어? 그런데 마천봉이 1.1km 남았단다.
아까는 900m 남았다더니 어째 거리가 더 늘어났을까?
못 믿을 이정표여!
<처녀치마길>을 따라 올라가면 밸리 콘도 갈림길이 나온다.
저 멀리 함백산과 지나온 능선이 보인다.
등로는 <무릉도원길>로 바뀌어 밸리탑 갈림길을 지닌다.
조금 더 가면 목탁이 또 한 번 나온다.
산 중에 있는 목탁들의 정체는 멧돼지들을 쫓기 위한 것이다.
그러고 보니 산짐승의 발자국들이 많이 있었는데 그게 멧돼지들인가?
머지않아 먼저 간 일행들이 점심을 먹고 있는 마천봉에 도착하였다.
마천봉(백운산) 정상
마천봉에서 <고원숲길>을 따라 마운틴탑으로 갔다.
스키 타는 사람들을 보니 10년 동안 처박혀있는 내 스키 부츠가 생각났다.
캐나다에서 사 온 비싼 살로몬 스키 부츠인데 고이 모셔두고만 있어서 너무 아깝다.
차라리 녹색가게에 갖다 내던지 해야겠다. ㅠㅠ
하이원 리조트 마운틴탑
하이원 리조트 밸리탑
원래 산행코스는 화절령까지 간 후 폭포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것인데 오랜만에 아이젠을 하고 많이 걸었더니 발바닥이 아파서 마운틴탑에서 곤도라를 타고 내려가기로 하였다.
산 위에는 매표소가 없다.
표를 검사하지도 않기 때문에 그냥 타고 내려가도 모른다.
하지만 쓸데없이(?) 정직한 misscat은 굳이 편도 티켓을 사야 한다고 말한 후 마운틴베이스로 내려가 표를 샀다. (7,000원)
마운틴베이스에서 셔틀버스로 강원랜드로 간 후 산악회 버스를 타고 귀경하였다.
하얀 눈을 밟으며 지나온 길을 되돌아볼 수 있었던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