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2017년 11월 21일 화요일 (맑음)
산행코스: 반야교 ~ 한성봉(정상) ~ 부들재 ~ 주행봉 ~ 반야교
산행거리: 8.3km
산행시간: 10:15 ~ 16:05
산행트랙:
등산지도:
만사 대장님을 조르고 졸라 영동 백화산을 가게 되었다.
반야교 앞에는 주행봉으로 올라가는 등산로 입구가 있다.
대장님께서 한성봉에서 주행봉으로 가는 것이 조금 덜 힘들다고 코스를 한성봉 ~ 주행봉으로 바꾸셨다.
한성봉으로 올라가는 등산로 입구는 오른쪽으로 가야 한다.
오른쪽으로 조금 가면 석천을 따라 도는 둘레길 안내도와 이정표가 나온다.
이 둘레길이 그렇게 예쁘다는데 언제 한번 꼭 와봐야겠다.
계곡을 건너면 등산로가 시작된다.
반야교에서 한성봉까지 3.7km란다.
한참 빡세게 올라가야겠네.
200m 정도 가면 정자가 나오고 계곡 길과 능선 길로 갈린다.
어느 쪽이든 빡세고 힘들지만 계곡 길은 너덜길이라 더 힘들 것 같아 능선 길(편백숲 방향)로 올라갔다.
(한성봉 쪽으로 가면 계곡 너덜길, 편백숲 쪽으로 가면 능선 길이다.)
편백숲은 훨씬 더 좋은 곳들이 많아서 그다지 기대할 것이 못된다.
편백숲을 지나면 전망 데크가 있는 <사진 찍기 좋은 녹색명소>가 나온다.
여기까지는 아주 쉽게 오를 수 있다.
전망 데크에서는 석천과 반야사가 내려다보인다.
반야사
안내판에서는 "반야사에서 바라본 백화산 호랑이 형상"이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전혀 호랑이처럼 보이지 않는다.
일찍 하산하신 쏘마 님이 반야사에 가서 사진을 찍어왔는데 반야사에서 봐도 별로 호랑이처럼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사진을 보니 호랑이처럼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산 아래 애추 지역이 호랑이 형상이란다.)
반야사에서 바라본 호랑이 형상
백화산 호랑이 형상
이곳에서부터 한성봉까지 빡센 오름이 시작된다.
10분가량 오르면 반야사와 석천이 내려다보이는 조망터가 나온다.
조금 더 올라가면 이번에는 왼쪽으로 주행봉과 칼바위능선이 보이는 조망터가 나온다.
여기서 보면 별로 칼바위능선처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완만하고 걷기 좋은 능선으로 보이는데.
하지만 오래지 않아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주행봉과 칼바위능선
또 20분가량 빡세게 올라가면 헬기장이 나온다.
정상까지 반 정도 왔다.
헬기장에서 바라본 한성봉
잠시 내려서는 듯 하다가 또다시 빡세게 올라가다 보면 추모비가 나온다.
산이 얼마나 좋았으면 이곳에 추모비를 세웠을까 싶다.
50세이면 아직 한창인데 . ㅠㅠ
산은 전혀 기세가 꺾일 기미가 안 보이며 계속 솟구쳐 오른다.
드디어 계곡 길과 능선이 만나는 삼거리에 도착했다.
정상은 200m밖에 안 남았지만 끝까지 도도함이 하늘을 찌른다.
기진맥진하여 한성봉에 도착하였다.
한성봉에는 힘들게 올라온 수고를 치하하려는 듯 정상석이 세 개나 있었다.
한성봉(백화산) 정상
정상에서 금돌성 쪽으로 내려가서 석천을 따라 반야사로 갈 수 있는 것 같은데 다음에는 그리로 내려가 봐야겠다.
그럼 등산도 하고 둘레길도 돌 수 있는 것이니까 일석이조겠지?
그런데 위험 구간이 두 군데나 있네. ㅠㅠ
(다음에 가볼 금돌성 코스)
정상에서 점심을 먹고 부들재(주행봉 방향)로 향하였다.
조금 가다 보면 주행봉 방향과 우회로가 있는데 우리는 주행봉 방향으로 내려갔다.
이건 길이 아니다.
바싹 마른 낙엽이 깔려 미끄러운 너덜길을 고꾸라지듯 내려갔다.
우회로는 좀 나으려나?
우회로로 내려갈 걸 그랬나?
한참을 정신없이 내려가면 안부에 도착하고 다시 오르막이다.
그러더니 느닷없이 암릉 구간이 나타났다.
아니, 아직 부들재도 안 갔는데 벌써 암릉인가?
어쨌든 벌벌 떨며 간신히 암릉 구간을 내려갔다.
경황이 없어 그 암릉 구간은 사진도 못 찍었다.
(암릉 구간에서 바라본 모서 방향)
앞에는 주행봉이 기다리고 있었다.
왜 갑자기 멀리 보이는 걸까?
내가 벌써 지쳐서 그런가? ㅠㅠ
주행봉
다시 또 한참 고꾸라지듯 가파르게 내려가면 부들재에 도착한다.
아마 너무 힘들게 내려가느라 부들부들 떨려서 부들재인가 보다.
부들재
부들재에서는 반야교나 반대편 모서로 내려갈 수 있다.
너무 가파르게 올라갔다가 가파르게 내려가느라 이미 지쳐서 하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내가 가자고 해서 왔는데 그 유명한 백화산 칼바위능선은 타봐야 하지 않겠는가?
하산로를 체념하듯 쳐다보고는 주행봉을 향해 갔다.
암릉의 시작을 알리듯 밧줄 구간이 나타난다.
하지만 여긴 밧줄이 없어도 충분히 올라갈 수 있다.
주행봉까지는 암릉을 통해 봉우리를 몇 개 넘어야 한다.
밧줄이 있는 곳도 있지만 없는 곳이 더 많다.
진짜 이런 칼바위능선이 없다.
오금이 저려서 발을 쉽게 못 떼겠다.
오른쪽 저 아래에는 뉴스프링빌 CC에 분수가 한가로이 솟구쳐 오르고, 왼쪽 저 아래에는 고즈넉한 반야사가 늦가을 햇빛을 즐기고 있었다.
뒤돌아보니 위풍당당한 한성봉과 지나온 암릉이 내가 널 언제 봤냐는 듯이 도도하게 서있었다.
뉴스프링빌 CC
한성봉
계속해서 암릉을 타고 가는 길에 저절로 한숨이 나온다.
내가 왜 여길 오자고 했던고? ㅠㅠ
이렇게 밧줄이 있는 구간은 그나마 낫다.
여기 칼바위능선은 진짜 칼바위이다.
양쪽이 깎아지른 듯 한 절벽인데 겁이 나서 도저히 일어서서 바위를 넘어가질 못하겠다.
할 수 없이 네 발로 기어서 갔다. ㅠㅠ
지나온 칼바위능선과 그 뒤로 한성봉
영혼이 탈탈 털린 기분으로 주행봉에 도착하였다.
주행봉에는 너무나도 소박한 정상석이 있었다.
지금까지 험난한 길을 지나온 것을 생각하면 여기에도 정상석을 세 개는 세워야 할 것 같다.
주행봉 정상
버스 출발 시간까지 한 시간밖에 안 남았지만 다리가 후들거려 주행봉에서 간식을 먹으며 쉬다가 내려갔다.
왔던 길로 조금 되돌아가서 주차장 쪽으로 내려간다.
거리는 2.6km이지만 역시 가파른 내리막일 것이기 때문에 시간이 빠듯할 것 같았다.
주행봉 아래 이정표
처음에는 의외로 편안한 하산로였다.
'이게 웬일이야?' 싶더니 아니나 다를까 급경사 내리막이 나타난다.
도대체 이 산은 친절하지가 않다.
아니, 친절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도도해도 너무 도도하다.
올라갈 때나 능선을 걸을 때나 내려갈 때나 하나같이 쉬운 구간이 없다.
마른 낙엽이 깔린 급경사 너덜길을 너무 힘들게 내려갔더니 목책 계단이 오히려 반갑기까지 하였다.
둘레길 이정표가 있는 곳에서부터는 사람을 놀리듯 편안한 숲길이 시작된다.
반야교까지 100m 정도밖에 안되지만 무지 고마웠다.
마지막으로 계단을 내려가 반야교에 도착하니 출발 5분 전이었다.
주행봉 등산로 입구
서둘러 주차장으로 가니 시간이 딱 맞았다.
날씨도 좋았고 암릉도 멋있었지만 내겐 너무 힘들고 무서운 백화산이었다.
한성봉이나 주행봉이나 어느 쪽이건 너무 가팔라서 올라가고 내려가는데 무척 힘이 들었다,
한성봉에서 부들재로 내려가는 길도 너무 가팔라서 다리에 힘이 다 풀릴 정도였다.
덕분에 몇 번 넘어졌다.
부들재에서 주행봉까지 가는 암릉 길은 고난의 행군 길이었다.
눈이 쌓여있거나 얼어있다면, 바람이 분다면 굉장히 위험할 것 같다.
한번이면 족한 백화산이었다.
하지만 다음에 금돌성 코스는 가봐야지.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