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등산

2017.10.12 (합천) 의룡산(453m), 악견산(634m)

산행일시: 2017년 10월 12일 목요일 (비)
산행코스: 용문2교 ~ 의룡산 ~ 악견산 ~ 합천 임란창의기념관 주차장
산행거리: 6.3km
산행시간: 10:55 ~ 14:55
산행트랙:

의룡산, 악견산 20171012.gpx
0.03MB

등산지도:

 

합천호를 끼고 있는 대병면 일대에 있는 허굴산, 금성산, 악견산, 의룡산을 합쳐 대병 4악이라고 한다.

여기에 황매산까지 합치면 대병 5악이 된다.

특히 허굴산, 금성산, 악견산은 허. 굴. 악이라고 하여 산세가 험하고 아름다운 세 개의 산으로 손꼽힌다.

지름 4㎞의 원을 그리면 그 안에 이 세 개의 산이 모두 들어올 정도로 모여 있지만 단 한 곳도 산의 능선이 겹치지 않는단다.

세 개의 산이 저마다 독립해있기 때문에 세 개의 산을 한꺼번에 산행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말이다.

오늘은 대병 4악 중 의룡산과 악견산을 가는 날이다.

공지가 잘 안 올라오는 산들이라 기대를 하고 며칠 전부터 날씨 예보를 보는데 비가 온단다. ㅠㅠ

암릉이라 비가 오면 위험할 텐데.

그나저나 조망이 없으면 아무 소용없는데. 

취소를 할까, 말까 고민하다 강우량이 1~4mm라는 예보를 믿고 길을 떠났다.

용문2교 용화사 앞에 도착하니 빗발이 꽤 굵다.

곧 그치기를 바라며 우비를 입고 산행을 시작하였다.

 

(전봇대 뒤로 보이는 산이 의룡산이다.)

한동안 황강을 따라 산허리를 가로지르다가 데크가 나오면서부터 오름길이 시작된다.

 

가파르게 올라가다 보면 그것만으론 부족해 철판으로 만든 계단이 등장한다.

 

올라가면 첫 번째로 조망이 트이는 곳이 나온다.

저 아래 용문정과 황강이 보인다.

 

철계단과 쇠줄은 끊임없이 나온다.

계단 폭이 넓어 나 같은 숏다리들은 거의 네 발로 기어 올라가야 한다.

이 철계단과 쇠줄이 없었을 때에는 여길 올라가느라 꽤나 힘들었을 것 같다.

 

올라가다 한숨 돌리며 옆을 바라보니 악견산과 그 뒤로 금성산이 보였다.

 

협곡 사이를 올라가면 철 계단은 당분간 안녕이다.

 

빗속에 흐려도 능선을 따라 조망을 즐기며 올라간다.

합천은 9할이 산이라 자그마치 1,000개가 넘는 산이 있단다.

그렇게 산이 많다 보니 비탈진 능선마다 다랑논이 계단을 이루고 있다.

합천에 있는 다랑논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 바로 지금 발아래 보이는 합천호 부근의 대병면 일대란다.

맑은 날 보는 풍경도 멋있겠지만 비 오는 날 뿌연 물안개 속의 풍경도 멋있다.

단지 사진으로는 잘 안 나온다는 게 흠이다.

 

악견산과 금성산을 바라보며 계속 올라가다 보면 어느덧 의룡산 정상에 도착한다.

 

의룡산 정상

의룡산 정상에서 선 채 빗속에 떡으로 속을 채우고 약견산을 향해 갔다.

비는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점점 더 빗발이 굵어진다.

오늘 1~4mm 온다는 것이 정말야?

이 정도라면 10mm도 넘을 거 같은데?

정말 멋있는 산인데, 사진 찍을 곳이 많은데 비 때문에 포기해야 할 것 같다. ㅠㅠ

 

(안부로 내려가 뒤돌아본 의룡산)

임도로 내려섰다가 밤나무 군락지를 지나면 삼거리에 도착한다.

 

산행을 시작했던 용문2교/용화사에서 이곳으로 바로 올라올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멋있는 의룡산 암릉 지대를 놓치게 된다.

힘들더라도 꼭 의룡산으로 올라가 보길 권한다.

삼거리에서 악견산 정상까지는 300여 미터 남았다.

우비를 입었지만 습기 때문에 옷이 다 젖은 데다 바지를 타고 흘러내린 물로 양말과 등산화 속까지 젖어 빨리 하산하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그런데 함께 한 일행들이 이 비 오는 날 밥을 싸오는 바람에 삼거리에서 타프를 치고 점심을 먹었다.

이런 날은 행동식을 가져와야지.

앉아서 기다리자니 점점 더 추워져서 이러다 저체온증에 걸리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렇다고 먼저 갈 수도 없고, 

일행들이 밥을 다 먹자마자 부리나케 일어나 앞서 길을 떠났다.

그런데 한번 내려간 체온은 열심히 걸어도 잘 회복이 안 되더라. ㅠㅠ

다음부터는 미안하더라도 그냥 먼저 가야겠다.

목숨과 직결되는 문제이니 어쩔 수 없지, 뭐.

다시 철 계단이 나타나기 시작하더니 커다란 굴을 통과하기도 한다.

 

의룡산도 그렇지만 악견산은 온통 바위더미로 이루어져 있다.

그것도 엄청나게 큰 바위들이다.

용케 요리조리 길이 나있고 군데군데 철 계단들이 설치되어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있어 주의를 요한다.

드디어 악견산에 도착하였다.

비가 와서 조망이고 뭐고 사진만 찍고 서둘러 하산하였다.

 

악견산 정상

악견산 정상에서 내려가는 길은 가파른데다가 커다란 바위들이 쌓여있어 비 오는 날 혹시라도 미끄러질까 봐 초집중을 하고 내려갔다.

덕분에 으슬으슬 떨리던 몸에 열이 나기 시작하였다.

내려가는 길 어딘가에 임진왜란 때 쌓은 산성인 악견산성이 있다는데 서둘러 내려가느라 찾아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사진 찍는 것도 포기한 채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되어 합천 임란창의기념관 앞 주차장에 도착하니 그제야 참으로 멋진 산들인데 아쉬운 산행을 하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적어도 20mm 이상 비가 온 것 같다.

다음부터는 절대 비가 올 때는 산행하지 말자!!!

그런데 정말 그렇게 할까?

어쨌거나 대병 4악 중 두 산을 탔으니 다음에는 금성산과 허굴산도 가보고 싶다.

제발 그때는 날씨가 좋기를.

의룡산, 악견산 20171012.gpx
0.03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