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2017년 10월 2일 월요일 (겁나게 맑음)
산행코스: 송추 계곡 입구 ~ 여성봉 ~ 관음암 ~ 오봉샘 ~ 거북샘 ~ 도봉 탐방지원센터
산행거리: 9.7km
산행시간: 08:40 ~ 14:50
산행트랙:
등산지도:
구파발에서 오늘 산행 안내를 해줄 친구를 만나 704번 버스를 타고 송추푸른마을 버스정류장에서 내렸다.
길을 건너 송추계곡 쪽으로 들어간다.
서울외곽순환도로 밑을 지나 오봉 탐방지원센터 쪽으로 가다 보면 코스모스가 만발한 송추마을이 나온다.
송추마을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오봉 탐방지원센터에 도착한다.
버스정류쟝에서 오봉 탐방지원센터까지 약 1km이다.
오봉 탐방지원센터
오봉 탐방지원센터에서 여성봉까지는 2km이다.
울대 습지를 지나 송추남능선을 타고 여성봉까지 1.5km 오르막 구간이 시작된다.
조금이라도 가파른 오르막에서는 어김없이 돌계단이 나온다.
마사토가 깔린 길이라 계단이 내려갈 때는 좋지만 올라갈 때는 영 성가시다.
울대 습지
왼쪽으로는 사패산 민둥 정상이 보이고 앞으로는 가야 할 여성봉이 햇빛을 등지고 서있다.
오른쪽으로는 상장능선이 길게 늘어서 있다.
사패산
여성봉
북한산 상장능선
<여성봉 0.4km> 지점을 지나면 한층 가팔라지며 암릉 구간이 나온다.
올라가는 만큼 사패산은 아래로 쑥쑥 내려간다.
철계단을 오르면 멋진 소나무 한 그루가 산객을 맞이하는 <사망사고 발생지점>이 나온다.
2년 전 50대 여성이 실족사 했다는 경고문이 걸려있다.
실족 지점에는 <추락주의> 안내판이 바위에 붙어있었다.
난 산이 좋지만 산에서 죽기는 싫어.
계단을 올라 사패산과 그 너머 불곡산, 감악산까지 조망하고 나면 여성봉에 이른다.
치부를 드러낸 채 숱한 사람들의 발자국을 감내해오고 있는 여성봉의 마음이 어떨지.
여성봉을 보며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이 생각난 건 왜일까?
아마도 요새 뜨고 있는 영화 <아이 캔 스피크> 때문이 아닐까 싶다.
여성봉
여성봉에 오르니 평일인데도 사람들이 꽤 많이 있었다.
구름 한 점 없이 파란 하늘 아래 쪼르르 줄지어 선 오봉 형제와 가야 할 관음봉, 상장능선을 앞세운 북한산, 그리고 북한산 최고 조망터라는 노고산이 보였다.
저 멀리 롯데월드타워와 관악산까지도 보였다.
오늘 같이 못 온 친구들은 이 멋진 광경을 못 봐서 어쩌나.
사진 보면 배가 아플 텐데. ㅋㅋ
오봉능선 (맨 오른쪽이 관음봉)
상장능선과 그 너머 북한산 정상
낮아도 충분히 가볼 만한 가치가 있는 노고산
여성봉 건너편에도 전망대가 있는데 말벌들이 많이 날아다녀 가기를 포기하였다.
이번 여름, 벌에 쏘이고 나서 트라우마가 생겼다는. ㅠㅠ
여성봉을 내려가 오봉 쪽으로 간다.
한동안 예쁜 숲길이 나온 후 돌계단이 시작되는 곳에 오른쪽으로 관음암 들머리가 있다.
<출입금지> 팻말 뒤로 가면 된다.
(이곳에서 왼쪽으로)
오솔길을 따라 오지 느낌이 물씬 나는 산허리를 질러간다.
오봉 아랫길이다.
이거 길이 너무 좋은 거 아냐? 하고 생각하는 순간 가파른 오르막이 시작된다.
낑낑대며 올라가면 거대한 암봉 바로 밑에 도착한다.
처음에는 이게 관음봉인가 싶어 여길 어떻게 기어 올라가나 하는 생각에 모골이 송연하였다.
하지만 이 암봉은 오봉 중 다섯 번째 봉우리이다.
바로 밑에서 보니 엄청나게 크다.
관음봉은 여기에서 오른쪽으로 내려간다.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관음봉이 '어서 오라'며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관음봉
설레는 마음으로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언제나 그러하듯 절경은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예기치 못한 바위 구간에 도착했다.
대략 난감. ㅠㅠ
아무리 봐도 우회 길은 없고, 난 도저히 내려갈 자신이 없고, 내가 징징거리고 있으니 함산한 시절이는 집에 돌아가라는 매몰찬 소리나 해대고.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돌아갈 수는 없지.
눈물 한 번 뺀 후 마음을 독하게 먹고 친구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내려갔다.
2m도 안 되는 크랙을 내려가느라 20분은 족히 보낸 것 같다.
아무래도 암벽 훈련을 좀 받아야 하려나?
(내려와서 본 크랙 구간. 사진보다 훨씬 더 가파르고 힘들다.)
크랙 구간을 내려가면 직벽의 밧줄 구간이 기다리고 있다.
겁이 나서 벌벌 떨며 끙끙거리고 올라갔지만 사진을 찍을 때는 웃어주는 센스를.
아이고, 팔이야.
워킹 코스라더니 아니네. ㅠㅠ
산 좀 탄다는 놈들은 죄다 거짓말만 한다니까.
그런데 그렇게 힘들게 올라가면 놀랄만한 풍경이 펼쳐진다.
바로 코앞에 그토록 고대하던 관음암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관음암 위로 올라가 사진을 찍는데 바로 뒤가 절벽이라 겁나 죽는 줄 알았다.
그런데 맨 꼭대기까지 올라가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있다.
헐, 뭘 먹어서 그리 강심장인가?
바로 나? ㅎ
관음암
관음암에서 조금 더 가면 왼쪽으로 한 명이 간신히 빠져나갈 수 있는데 바위 틈새가 보인다.
거길 빠져나가면 열 명 이상 앉을 수 있는 마당바위가 나온다.
천혜의 전망대이다.
(이 틈새를 빠져나가면 마당바위가 나온다.)
(위에서 내려다본 마당바위)
경치에 취해 마당바위에서 한 시간 가까이 점심을 먹었다.
다시 바위 틈새를 빠져나와 마당바위 위쪽에 있는 바위로 올라가 보았다.
360도 파노라마 조망이 가능하다.
오봉과 관음암
북한산
여성봉
여기 다시 와볼 수 있을까?
항상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까 더 아쉽고, 더 선명하게 머릿속에 새겨놓으려 애쓰게 된다.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 깨알 조교의 잔소리를 들으며 관음암을 내려갔다.
이 자세 아니고요,
이 자세 맞습니다.
아까 힘들게 내려왔던 크랙을 다시 올라가야 하나 걱정이 되었는데 다행히 그전에 오른쪽으로 빠지는 길이 있었다.
군데군데 갈림길이 나오는데 대충 직진하여 왼쪽 길로 가면 된다.
다시 오봉 아래로 산허리를 가로질러 가는 것이다.
그렇게 20여 분간 가면 오봉에서 내려오는 길과 만나게 된다.
이곳에서 왼쪽으로 올라가면 오봉 전망대가 나온다.
정말 이렇게 맑은 날이 1년에 몇 번이나 있을까?
파란 하늘 아래 다섯 형제가 사이좋게 늘어서 있다.
제4봉에서 암벽을 타는 사람들이 보였다.
맞은편에는 상장능선과 북한산이 근엄하게 서 있었다.
도봉산이 여성적이라면 북한산은 남성적인 것 같다.
오봉
북한산
오후가 되면서 덥기도 하고 슬슬 지치는데다가 발바닥이 아파서 신경을 쓰느라 이후로는 코스가 어떻게 되었는지 잘 모르겠다.
어쨌든 오봉샘을 지난 후 도봉주능선과 만나는 삼거리에서 왼쪽 자운봉 쪽으로 올라가면 다시 오봉을 볼 수 있는 전망대가 나온다.
아래로는 우이암이 보인다.
난 우이암이 암자인 줄 알았는데 소 귀 모양의 바위란다.
아, 그래서 소귀천이구나.
오봉샘
우이암 방향
전망대를 지나 중간에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삼거리를 만난다.
이곳에서 거북골을 따라 도봉 탐방지원센터로 내려가는 길은 가파른 너덜 지대이다.
내려가는 길 왼쪽으로 거북샘이 있다.
굴 안에 샘이 있는 것 같은데 무서워서 가까이 가보지 못하였다.
갑자기 뭔가 튀어나올 것 같은 분위기이다.
거북샘
굴 내부(가운데가 샘이다.)
거북샘에서 간식을 먹으며 한참 쉬다가 내려갔다.
이후 용어천교를 건너 문사동 계곡을 끼고 내려가게 된다.
계곡에는 수량이 풍부하지 않았지만 무척 물이 맑았다.
문사동 마애각자
구봉사 앞에서 족욕을 하며 또 한참 쉬다가 도봉 탐방지원센터로 내려갔다.
구봉사
금강암
고산앙지
도봉 탐방지원센터
원 없이 청명한 날씨에 꿈에 그리던 관음암을 가볼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하고 행복한 하루였다.
벌벌이 misscat을 데리고 다니느라 고생한 시절이에게 감사한다.
그런데 그 친구 말이 도봉산에 에덴동산이 있다네?
도봉산은 이제 그만 가려고 했는데 또 가야 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