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2017년 4월 17일 월요일 (비)
산행코스: 계란재 ~ 구담봉 ~ 옥순봉 ~ 알바 ~ 계란재
산행거리: 7.4km
산행시간: 10:05 ~ 13:10
산행트랙:
등산지도:
대간을 끝내면서 다시는 우중 산행을 하지 않으리라 결심했는데 구담봉, 옥순봉을 가려는 날에 비가 올 것이라는 예보가 있었다.
잠시 고민을 하다가 비 내리는 날의 청풍호는 어떨지 궁금하여 계란재로 향하였다.
단양 근처에 가니 과연 빗방울이 한, 두 방울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산행 끝날 때까지 이 정도만 오면 좋겠는데.
하지만 계란재에 도착하니 예상했던(?) 우중 산행은 피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산행 거리가 6km가 채 안되기 때문에 배낭은 차에 두고 물통과 카메라, 휴대폰만 챙겨 산행을 시작하였다.
계란재 공원지킴터
계란재 공원지킴터에서 100m 정도 가면 화장실이 있고 이정표가 나온다.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가는데 구담봉까지는 2km 밖에 안 된단다.
청풍호 주변 벚꽃들은 지기 시작하였다.
작년 4월 8일에 왔을 때 벚꽃이 만개했었으니까 지금쯤이면 당연히 지기 시작하겠지.
지는 벚꽃 사이에서 비를 맞은 개복숭아 꽃이 더욱 생생하고 화려해 보였다.
더불어 아직도 남아있는 진달래꽃과 길가에 핀 애기똥풀, 줄딸기, 분꽃나무 꽃들이 벚꽃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주었다.
개복숭아
애기똥풀
줄딸기
분꽃나무
계란재 공원지킴터에서 1.2km 정도 가면 구담봉 농장이 나온다.
여기까지는 아주 길이 좋다.
농장 왼쪽으로 올라가면 이정표가 나오고 등산로가 시작된다.
물론 등산로도 상당히 길이 좋다.
삼거리로 가기 전에 오른쪽으로 등산로가 아니라는 현수막이 나오는데 그쪽으로 올라가면 삼거리를 거치지 않고 바로 구담봉 쪽으로 갈 수 있는 것 같다.
일단은 삼거리로 간다.
구담봉 삼거리
이 삼거리가 구담봉이나 옥순봉보다 훨씬 높다.
하지만 나무에 가려 조망은 하나도 없다.
비가 오기 때문에 먼저 암릉이 있는 구담봉을 가기로 하였다.
조금만 가면 금세 조망이 트여 구담봉과 그 뒤로 말목산이 보인다.
그리고 암릉이 시작된다.
잠시 내려갔다 올라가면 335봉이다.
아까 삼거리로 가기 전 등산로가 아니라는 현수막이 있는 곳에서 올라오면 여기로 올라오게 되는 것 같다.
335봉 정상
비가 오지만 이곳에서의 조망이 아주 좋다.
왼쪽으로는 가은산과 그 뒤로 금수산이 보이고, 앞으로는 구담봉과 그 뒤로 말목산이 보이며, 오른쪽으로는 장회나루와 제비봉이 보인다.
가은산, 금수산 방향
구담봉, 말목산 방향
장회나루, 제비봉 방향
맑은 날의 경치도 멋있겠지만 수묵화 같은 비 오는 날의 풍경도 상당히 운치 있다.
다만 카메라 렌즈가 비에 젖어 사진이 제대로 찍히지 않는 것이 속상할 뿐이다.
아무래도 방수 카메라나 요새 선전하는 방수 휴대폰을 사야 할 것 같다.
비에 젖은 암릉은 제법 심술궂다.
쇠 난간을 잡고 조심스레 내려가는 바윗길은 비가 오지 않더라도 일반인들에게는 꽤 힘들 것 같았다.
하지만 그만큼 경치는 멋있다는 것.
이제 마지막으로 긴 계단을 올라가면 된다.
구담봉
설치해놓은 계단도 꽤 가파른데 예전에 계단이 없었을 때에는 바위를 타고 여길 올라가는 게 꽤 스릴 있었겠다.
계단을 올라 구담봉 정상석이 있는 곳에 도착하였다.
정상석 아래에는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 펜스 쪽에서는 바람이 강하게 불며 싸라기눈이 내렸다.
4월 중순의 싸라기눈!
전망대에서 바라본 장회나루와 그 뒤로 제비봉
그런데 사실 구담봉 정상은 여기가 아니라 출입 금지 펜스를 넘어 조금 더 올라가야 한다.
진짜 구담봉 정상
구담봉 정상을 지나 북봉까지 가서 내려갔다가 옥순봉으로 갈 수 있다고 한다.
펜스를 넘어 정상까지만 조금 더 가보았다.
위험지역이라는 경고문이 여러 개 있었다.
정상에서 북봉까지 가는 길이 꽤 험한가 보다.
제대로 안전장치를 준비하고 가야 할 것 같다.
구담봉 정상에서 본 모습: 아래 정상석이 있는 전망대가 보인다.
다시 조심스럽게 펜스를 넘어 삼거리로 되돌아가서 옥순봉으로 갔다.
삼거리에서 한동안 계속 내려가는데 비에 젖은 흙이 너무 미끄러워서 질질 미끄러졌다.
비는 점점 더 많이 내리기 시작하였다.
어차피 젖을 각오를 하고 왔으니까 젖는 건 문제가 안 되는데 사진이 문제로다.
사진을 여러 장 버렸다. ㅠㅠ
옥순봉 가는 길에 본 구담봉
짧은 암릉을 거쳐 옥순봉에 도착하였다.
옥순봉 정상
이곳에서 맞은편 새바위도 보이는데 사진에 제대로 나오기는 틀려서 안 찍었다.
바지야 완전 젖을 각오를 했지만 위에는 방수 재킷을 입고 그 뒤에 타프까지 걸쳤건만 왜 그런지 티셔츠까지 다 젖었다.
그리고 바지를 따라 흘러내린 빗물로 등산화 속도 반은 물이 찬 것 같이 철퍼덕거렸다.
옥순봉으로 가기 전에 오른쪽으로 빠지는 길을 따라 가볼 수 있는데 오늘은 비 때문에 그냥 통과.
구담봉과 옥순봉을 제대로 보려면
1. 구담봉과 옥순봉에 올라갔다가
2. 맞은편 새바위에 가서 한 번 보고
3. 유람선을 타고 또 한 번 보는 것이다.
오늘 날이 좋으면 그렇게 하려고 했는데 비가 오는 바람에 1번만 하게 되었다.
옥순봉을 내려가 삼거리로 돌아가는 길에 쓸데없는 모험심이 발동해 비탐 코스 탐방을 해보기로 하였다.
첫 번째 <탐방로 아님>(월악 08-01 지점) 팻말이 있는 곳으로 500m 이상 내려가 보았더니 벌말이었다.
흠, 여기서 계란재까지는 한참 도로를 따라가야겠네.
되돌아가서 씩씩대며 산으로 올라 삼거리 쪽으로 가다가 다시 <탐방로 아님> 현수막 뒤로 들어가 보았다.
조금 가다 보니 가파른 산허리를 따라가게 되는 것 같아 다시 산으로 올라 삼거리로 가서 계란재로 내려갔다.
온몸이 쫄딱 젖었고 쓸데없이 알바하며 돌아다녔지만 인상 깊은 산행이었다.
가을 단풍이 황홀할 때 새바위에 올라 구담봉과 옥순봉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