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2017년 4월 10일 월요일 (맑음)
산행코스: 삼회2리 마을회관 ~ 고동산 ~ 화야산 ~ 큰골 버스정류장
산행거리: 14.7km
산행시간: 09:50 ~ 16:15
산행트랙:
등산지도:
이맘때면 많은 사람들이 야생화를 보러 화야산으로 간다고 한다.
도대체 거기 뭐가 있기에 그럴까?
나도 배낭을 둘러메고 화야산으로 향하였다.
고동산에 오르려면 문안고개에서 시작하는 것이 가장 수월하겠지만 차량 회수 문제 때문에 삼회2리 마을회관(고동산 쉼터) 앞에 주차를 하고 산행을 시작하였다.
길 건너 사기막 버스정류장에서 <은행나무 이장님 댁> 방향으로 갔다.
산에 가지도 않았는데 벌써 길가에 많은 꽃들이 보였다.
금낭화
히야신스
돌단풍
무스카리
할미꽃
큰봄까치꽃
시작부터 좋으니 오늘 산행은 성공적일 것 같다.
마을회관으로부터 600m쯤 되는 곳에 사기막 갈림길이 나온다.
고동산을 가려면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가야 하는데 이정목에 표시가 없기에 그냥 직진하였다.
이 안쪽으로 펜션과 고급 전원주택들이 많이 들어서 있었다.
사기막교를 지나면 이정표가 나온다.
방향을 보면 오른쪽으로 가야 할 것 같아 길가에 계신 집배원 아저씨께 물어보니 계속 화야산 쪽으로 가다가 오른쪽으로 올라가면 된다고 하셨다.
그 말을 믿고 화야산 방향으로 갔더니 등산 안내판이 나왔다.
흠, 화야산과 고동산 중간으로 올라가게 되네.
난 바로 고동산으로 올라가고 싶은데...
다시 이정표가 있는 곳으로 되돌아가 오른쪽(라르고 료칸 쪽)으로 갔다.
조금 가다 보면 포장도로가 끝나고 비포장도로가 나온다.
그리고 곧이어 왼쪽으로 등산로가 나온다.
조금은 주의 깊게 보면서 가야 찾을 수 있다.
그곳에서부터 고동산 정상까지 2km는 계속 급경사이다.
지난주 영취산에 갔다가 혹사당한 종아리가 아직 안 풀렸는데. ㅠㅠ
누가 뭐랄 사람 없으니까 천천히 올라갔다.
진달래가 만발해 힘든 길에 힘이 되었다.
산행을 시작한 지 2시간 만에 고동산 정상에 도착하였다.
정상에 있는 이정목에 의하면 삼회2리 마을회관에서 고동산 정상까지 2.3km이다.
오룩스 맵으로는 4km가 넘게 나왔다.
알바를 하긴 했지만 2.3km보다는 조금 더 될 것 같은데.
고동산 정상 (정상 바로 아래에 정상석이 또 있다.)
고동산 정상에서는 조망이 좋았다.
더욱이 오늘은 그동안 갑갑하게 내려앉아있던 미세 먼지들이 날아가서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발밑에는 북한강에서 수상 스키 타는 사람들도 보이고, 멀리 북한산과 도봉산, 남산까지 다 보였다.
고동산 정상에서 조망을 즐기면서 점심을 먹었다.
아, 정말 꿀맛이다.
여기가 너무 좋아서 내려가고 싶지 않은데 야생화도 보긴 봐야지.
한참 쉬다가 화야산으로 향하였다.
고동산에서 화야산까지는 3km가 넘는다.
고동산 정상에서 800m 가면 헬기장이 나온다.
헬기장을 지나 사기막골 갈림길까지 가는 등로에 노루귀 꽃이 여럿 피어있었다.
노루귀
사기막골 갈림길을 지나면 얼레지 군락지가 나온다.
아직 꽃은 많이 피지 않았지만 조만간 무리 지어 필 것 같다.
얼레지
고동산에서 2km 온 지점에 이정표가 있고, 이정표를 지나면 노루귀 군락지가 나온다.
등로 양쪽으로 노루귀 꽃이 많이 피어있었다.
지금 능선 상에서는 노루귀는 만개하였고 얼레지는 조금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고동산에서 화야산까지는 능선을 타고 가기 때문에 오르내림은 있지만 크게 힘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양쪽이 절벽이라 암릉이 아닌 게 다행이었다.
그리고 아직 나뭇가지에 잎이 나지 않은 상태라 양쪽으로 멀리까지 볼 수 있어서 좋았다.
화야산 정상에는 헬기장을 가운데 두고 정상석이 마주 보고 있었다.
고동산과 화야산이 가평과 양평에 걸쳐있다 보니 두 지자체에서 각기 정상석을 따로 세워놓았다.
화야산 정상
들머리에서 사기막골로 계속 올라가면 바로 화야산 정상으로 갈 수 있다. (삼회2리 마을회관에서 4.9km)
그러면 고동산 정상에서의 멋진 풍경을 놓치게 되지.
또한 배치고개에서도 화야산 정상으로 갈 수 있다.
2.7km로 가장 짧은 길이지만 아마 가장 가파르지 않을까 싶다.
화야산 정상에서 뾰루봉까지는 4.5km이다.
고동산~화야산~뾰루봉 연계 산행을 많이 하지만 야생화를 보려면 중간에서 큰골로 내려가야 한다.
화야산 정상에서 내려서는 길 또한 올라온 길만큼 가팔랐다.
600m 내려가면 삼회1리 마을회관으로 내려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바로 야생화가 지천이라는 큰골이다.
큰골 갈림길
큰골로 가는 길은 지금까지와는 격이 다른 내리막이다.
한술 더 떠서 너덜길까지 나오기 시작한다.
미친 듯이 가파르게 내려가는 너덜길 양쪽은 미치광이풀 군락지이다.
내려가는 길 내내 미치광이풀이 깔려있어 야생화 천국이라는 게 미치광이풀이 많다는 것을 말하는가 싶을 정도였다.
미치광이풀
큰골 갈림길에서 1km 정도 내려가면 경사도가 약해지면서 왼쪽으로 계곡에 물이 흐르기 시작한다.
그리고 드디어 야생화 천국이 시작된다.
얼레지, 얼레지, 얼레지, 눈 닿는 곳이 다 얼레지이다!
진짜 얼레지 천국이었다.
얼레지
그동안 얼레지 한, 두 개 보고도 와! 했었는데 여긴 지면에 깔린 게 얼레지이다.
등로에도 얼레지가 있어 밟을까 봐 조심하며 걸었는데 너무도 많다 보니 나중에는 얼레지를 밟거나 말거나 그냥 걷게 될 정도였다.
얼레지뿐만 아니라 꿩의바람꽃도 군데군데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꿩의바람꽃
그 외에 개별꽃과 산괴불주머니, 남산제비꽃 등도 보였다.
개별꽃
산괴불주머니
남산제비꽃
야생화 군락지는 화야산장을 지나서까지 1km 이상 이어졌다.
화야산장에는 절골과 뾰루봉에서 내려오는 길이 만나고 있었다.
화야산장
계곡의 물은 점점 많아져 등로를 가로지르며 흘러가고 있었다.
운곡암을 지나 내려가는 길에는 진달래, 산수유 꽃, 벚꽃, 개나리가 만발하였다.
운곡암
큰골 주차장을 지나고,
멋들어진 유리 성전이 있는 강남금식기도원을 지나,
큰골 버스정류장으로 내려갔다.
이제 삼회2리 마을회관까지 4km가량을 걸어가야 한다. ㅠㅠ
산에서는 4km 걷는 게 아무것도 아닌데 산 아래에서는 왜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다.
지나가는 차들을 세워보건만 본 척도 안 하고 쌩쌩 지나간다.
내 미모도 한물갔나 보다. ㅋㅋ
다행히 차 한 대를 세워 타고 갈 수 있었다.
도로 양 옆으로는 벚나무들이 줄지어 서있었다.
이곳에는 아직 벚꽃이 만개하지 않았는데 이번 주말이면 멋진 벚꽃 터널을 이룰 것 같다.
오늘 날씨도 좋고 야생화도 만발하여 정말 멋진 산행을 할 수 있었다.
산행하는 내내 다른 등산객이라곤 할아버지 두 분 밖에 없어 온 산을 전세 낸 듯 조용하고 기분 좋게 산행할 수 있었다.
바라건대 계속 이렇게 날씨가 맑았으면 좋겠다.
그나저나 미세 먼지가 극성을 부리는 게 지구 온난화 때문이라는데?
자연보호는 곧 나 자신을 보호하는 길이라는 걸 모두 깨달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