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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2016.12.01 (완주) 연석산(928m), 사달산(634m)

산행일시: 2016년 12월 1일 목요일 (흐린 후 맑음)
산행코스: 정수궁 ~ (알바) ~ 연석산 ~ (알바) ~ 사봉재 ~ 문필봉 ~ 사달산 ~ 거인리
산행거리: 10km
산행시간: 10:10 ~ 15:40 
산행트랙:

연석산, 사달산 20161201.gpx
0.18MB

등산지도:

(알바 구간 있음)

 

오늘은 방심했다가 큰코다친 산행이었다.

원래는 연동마을에서 산행을 시작하기로 되어있는데 연석골로 올라가는 길이 4km가 넘고 가파르다고 하여 대장님께서 들머리를 정수궁으로 바꾸었다.

과연 정수궁에 도착하니 만항재(늦은목)가 눈앞에 보여 조금만 올라가면 될 것 같았다.

 

정수궁

아스팔트 길을 따라가다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가면 한옥 한 채가 나온다.

그 집 앞마당을 지나 뒤로 가면 등산로가 시작된다.

등산로는 초반부터 너덜길이었다.

 

십여 분 올라가면 다시 아스팔트 도로를 만나고, 그 도로를 가로질러 산으로 접어들었다.

간간이 리본은 있지만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지 등로가 분명하지 않았다.

또 십여 분 올라가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위에서 선두 팀이 왼쪽으로 오라고 소리를 질렀다.

길은 오른쪽으로 나있는데 왜 왼쪽으로 오라고 하나?

그때부터 알바가 시작되었다.

길도 없는 가파른 오르막을 나무를 헤치며 무작정 올라갔다.

초반부터 알바를 하며 올라가 능선에 도착하였다.

목적했던 만항재는 오른쪽에 있었다.

아까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갔어야 하는데 바로 치고 올라와서 만항재와 연석산 중간 지점에 올라선 것이었다.

어쨌든 들머리에서 500m만 올라가 능선에 도달했으니 그나마 다행이네.

능선을 따라가는 길은 약간의 암릉도 있었지만 조망이 트여 좋았을 것이다, 날씨만 받쳐주었더라면.

 

운장산 서봉 방향

정수궁 방향

빨리 날이 개이길 바라며 연석산 정상을 향해 갔다.

연석산 정상에는 산 높이에 어울리지 않게 참으로 안타까운 정상석이 있었다.

 

연석산 정상

다행히도 구름이 조금씩 걷히고 있고 운장산 서봉이 뿌옇게 보이기 시작하였다.

저기 갔을 때 조망이 정말 멋있었는데.

오늘도 날씨만 좋으면 그때처럼 훌륭한 경치를 볼 수 있을 텐데.

 

(연석산에서 바라본 운장산 서봉)

아쉬운 마음으로 사봉재를 향하여 갔다.

사봉재는 정상에서 이정표에 없는 오른쪽으로 가야 한다.

가파르게 내려가서 뒤돌아보니 운장산과 방금 지나온 연석산이 보였다.

 

이정표가 나오면 원사봉마을 쪽으로 간다.

 

연석산만 지나고 나면 가볍게 능선을 오르내리며 가면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이게 웬걸?

전혀 예상치 못했던 급경사 내리막이 나왔다.

어제 내린 비로 젖은 낙엽 밑에 찰흙같이 미끄러운 길을 밧줄도 없이 내려가자니 진땀이 났다.

이곳 외에도 오늘 급경사 내리막이 많아 여자건 남자건 모두들 땅을 사느라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산행 끝날 때까지 내 엉덩이는 깨끗했다는. ㅋㅋㅋ

 

(엄청 고생하며 내려온 봉우리.  여기가 갓봉이 아닐까 싶다.)

힘들게 내려가 조망이 트이는 곳에서 보니 운장산에 이르는 마루금이 시원스레 보였다.

 

선두 팀은 병풍바위 쪽으로 가서 사진을 찍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아까 갈림길에서 연동마을 쪽으로 가야 병풍바위가 나오나 보다.

 

이제 사봉재까지 내려가기만 하면 될 것 같은데 그 내려가는 길이 장난이 아니다.

가파른데다 젖은 낙엽과 미끄러운 흙으로 인해 스틱에 힘을 줬더니 나중에는 다리보다 오히려 손이 아플 지경이었다.

그렇게 힘들게 내려가서 겨우 길이 순해지나 싶은 참에 앞에 가시던 가리봉 대장님께서 돌아오시며 길을 잘못 들어섰단다.

능선을 잘 못 탔다나?

그래서 산허리를 타고 옆 능선으로 건너갔다.

길도 없는 가파른 산 사면을 타고 가느라 200명산 산행을 온 것이 아니라 오지 산행을 온 것 같았다.

어쨌든 500m쯤 알바를 하여 사봉재에 도착하였다.

 

사봉재

사봉재에서 문필봉으로 가는 길에는 더욱 낙엽이 수북이 쌓인 데다 선답자의 발자취도 없어 등로 찾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동안의 고생에 보답이라도 하듯 하늘이 조금씩 개이기 시작하였다.

 

병풍바위와 연석산

운장산

장군봉 방향

문필봉으로 가는 길에는 약간의 암릉이 있어 조망도 좋고 산행하는 재미도 있었다.

 

문필봉에서 사달산으로 가는 길은 내가 기대했던 능선 길이라 힘들지 않게 갈 수 있었다.

 

문필봉 정상

사달산 정상

사달산은 돌산으로 마치 사다리와 같다고 하여 사달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데 정말 사방이 암벽이었다.

사달산 정상을 내려가 오른쪽으로 가면 그 유명한 250m짜리 대슬랩이 나온다.

언젠가 거기도 가봐야 할 텐데 그전에 팔 힘부터 길러놔야겠다.

오늘은 왼쪽으로 가서 럭키산으로 간다.

사달산에서 내려가는 길도 무척 가팔랐다.

 

(내려가면서 바라본 사달산 슬랩)

묘비만 남은 무덤을 지나 능선을 따라가는 길은 낙엽 때문에 도무지 어디가 등로인지 분간하기가 힘들었다.

가파른 내리막들을 내려가느라 힘들었고 알바하느라 힘들어서 럭키산은 포기하고 하산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그 하산 길 또한 무지막지하게 가팔랐다.

너무 가팔라서 사진을 찍을 엄두조차 안 났다.

위의 고도 그래프에서 거인리 직전의 수직에 가까운 내리막길이 그곳이다!

차라리 럭키산까지 가서 능선을 타고 내려갈 것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중에 럭키산을 거쳐 내려온 산우님들 말을 들어보니 개고생 했다고 한다.

그쪽에서 내려오는 길은 산 좀 탄다고 하는 산우님조차도 너무 힘들었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셨다.

어쨌든 내려가야지 별 수 있나?

500m가량 죽을 고생을 하여 내려가니 임도가 나타났다.

그 임도 또한 너덜길에 경사도가 심해 도대체 이 임도로 차를 타고 오는 사람들이 있을까 싶었다.

너덜길을 따라 너덜너덜해진 몸으로 거인리에 도착하여 산행을 마쳤다.

 

선두로 럭키산까지 갔던 산우님들은 하산 시간보다 15분이나 늦게 내려왔다.

내려오는 길에 또 알바를 했다고 한다.

오늘은 알바로 시작하여 알바로 산행을 끝마친 날이다.

조망은 좋았지만 이 코스로 다시 가게 될 것 같지는 않다.

다음에 또 간다면 신성마을에서 올라가 사달산 대슬랩을 타고 문필봉에서 내려가 보고 싶다.

연석산, 사달산 20161201.g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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