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백두대간

2016.09.20~21 백두대간 52차(2): 삿갓재 ~ 남덕유산 ~ 서봉 ~ 할미봉 ~ 육십령

산행일시: 2016년 9월 21일 수요일 (맑음)
산행코스: 삿갓재 대피소 ~ 삿갓봉 ~ 월성재 ~ 남덕유산 ~ 서봉 ~ 할미봉 ~ 육십령
산행거리: 대간 11.9km + 접속 0km = 11.9km
산행시간: 06:00 ~ 13:20
산행트랙:

삿갓재~육십령__20160921.gpx
0.06MB

(1km 정도 지난 후부터 기록됨)

등산지도:

 

어젯밤 일찍 잠들었더니 1시쯤 잠이 깨었다.

벨기에를 갔다 온 이후 시차 적응이 아직 안 되었는데 너무 피곤해서 그나마 4시간이라도 잠을 잔 것이다.

한 번 깨고 나니 딱딱한 바닥에 몸이 배겨서 이리저리 뒤척이느라 잠을 잘 수가 없었다.

3시쯤 되니 벌써 일어나 산행 준비를 하는 사람들의 부스럭거리는 소리 때문에 더더욱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더 자야 하는데, 더 자야 하는데...

결국 4시 30분에 일어나 세수를 하고 북엇국으로 아침을 먹었다.

(분말 즉석 국을 가져가면 무게도 나가지 않고 부피도 얼마 되지 않아 편하다.)

짐을 챙긴 후 커피랑 과자를 먹고 6시에 산행을 시작하였다.

아직 주위가 어두웠지만 헤드 랜턴을 쓸 정도는 아니었다.

대피소에서부터 삿갓봉까지는 가파른 오르막인데 이른 아침부터 무리하지 않으려고 천천히 올라갔다.

 

삿갓재 대피소에서 삿갓봉까지는 1km이다.

삿갓봉을 들리지 않고 바로 남덕유산으로 갈 수도 있다.

하지만 해 뜨는 것을 보려고 삿갓봉으로 올라갔다.

조금 일찍 나올 걸 괜히 대피소에서 꾸물거렸나?

 

다행히 삿갓봉에 도착하니 막 해가 구름 속에서 나오고 있었다.

 

삿갓봉 정상

구름 때문에 일출이 더 멋있어 보였다.

멀리 구름을 이고 있는 향적봉을 바라보고 남덕유산을 향해 갔다.

 

향적봉 방향

남덕유산과 서봉

삿갓봉에서 월성재로 내려가는 길은 올라온 것만큼 가팔랐지만 상쾌한 아침 공기와 멋진 경치에 정신을 팔려 힘든 줄도 모르고 내려갔다.

 

월성재로 내려서기 전 앞을 보니 남덕유산과 서봉이 그야말로 우. 뚝. 서있었다.

저기 올라가기가 쉽지는 않겠구나.

 

삿갓봉에서 월성재까지는 1.9km이다.

월성재에서는 황점마을로 내려갈 수 있다.

 

월성재

숲 그늘 사이를 꾸준히 올라가다 보면 남덕유산 갈림길이 나온다.

이곳에서 남덕유산으로 올라가지 않고 육십령 쪽으로 가면 바로 서봉이 나온다.

 

가파르게 200m를 올라가면 남덕유산이 100m 남았다는 이정표가 나온다.

 

표시는 안 되어 있지만 위의 이정표 뒤쪽이 서봉 가는 길이다.

사람들이 이곳에 배낭을 벗어두고 남덕유산으로 올라갔다.

(난 배낭이 더러워질까 봐 메고 갔다. ㅎㅎ) 

 

남덕유산 정상

남덕유산 정상에서는 운무에 싸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곳에서 향적봉과 서봉이 멋지게 보일 텐데 아쉽다. ㅠㅠ

정상에 있는 계단으로 내려가면 영각사로 가게 된다.

다시 배낭을 벗어두었던 곳으로 100m 내려가 이정표 뒤로 해서 서봉으로 향하였다.

가면서 보니 서봉 정상도 운무에 싸여있었다.

 

서봉

아, 이러면 안 되는데. ㅠㅠ

구름이 걷히길 간절히 바라며 서봉을 향해 갔다.

남덕유산과 서봉 사이에 있는 작은 봉우리를 하나 넘으면서 보니 서봉에 얹혀있던 구름이 사라져 버리고 없었다!

야호! 감사합니다.

 

곧이어 서봉에 이르는 긴 철계단이 보였다.

 

계단 주위에는 꽃향유가 만발하였다.

(그런데 이게 꽃향유인지 배초향인지 아리송하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며 옆을 보니 와! 너무 멋있다!

 

뒤를 돌아보아도 감탄이 나온다.

하지만 남덕유산 정상은 아직도 구름 속에 숨어있었다.

 

서봉에 이르니 바람이 거세었다.

모자가 날아가는 바람에 스카프로 동여매었다.

다소 쌀쌀했지만 바람 덕분에 구름이 날아갔으니 감사할 일이다.

 

서봉(장수 덕유산) 정상

향적봉 방향

서봉에서 육십령까지는 7.3km이다

서봉까지면 가면 그다음은 내려가기만 하면 된다고 하셔서 그냥 룰루랄라 가면 될 줄 알았다.

그래서 서봉에서 사진을 찍느라 한참 시간을 보냈고 서봉을 내려오면서도 앞에 봤다 옆에 봤다 뒤에 봤다 하면서 멋진 암릉을 즐기느라 마냥 시간을 보냈다.

 

                   (또다시 서봉을 뒤돌아보고)

그러나 남덕유산은 오늘은 얼굴을 보여줄 생각이 없는지 좀처럼 구름을 벗지 않고 있었다.

 

능선을 타고 서봉에서 내려가는 길은 상당히 가팔랐다.

2km 정도 가파른 숲길을 내려가다가 밧줄을 잡고 바위에 오르니 시야가 확 트였다.

 

서봉과 남덕유산

남덕유산 쪽에는 아직도 먹구름이 몰려있지만 구름은 완전히 벗어나 있었다.

고맙다, 고마워.

내가 여길 언제 또 오겠니?

내려가기 전에 얼굴 보여줘서 정말 고맙다.

아침을 일찍 먹었더니 10시가 좀 넘었을 뿐인데도 무척 배가 고파 이곳에서 점심을 먹었다.

이후 할미봉까지는 가볍게 오르락내리락하며 간다.

가다 보니 나뭇가지 사이로 멋진 암봉이 보였다.

저게 할미봉인가?

 

낮은 봉우리라던 대장님 말씀과는 다르게 할미봉 가는 길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가파르게 오르다 보면 계단이 나타난다.

이 계단만 올라가면 끝~

 

아, 아닌가 보다. ㅠㅠ

계단을 올라가 보니 앞에 봉우리가 또 있다.

 

할미봉(사진 오른쪽에 할미봉에 오르는 가파른 계단이 있다.)

설마 저기가 할미봉은 아니겠지?

아닐 거야.

아니어야 해.

어쨌거나 이곳에서 바라보는 서봉과 남덕유산, 그리고 지나온 능선의 모습이 장관이다.

 

                       (왼쪽의 서봉과 오른쪽의 남덕유산)

그새 참 많이 왔네.

한 걸음, 한 걸음 걷는다는 것이 무섭다.

까마득히 멀리 보이는 곳도 한 걸음씩 걷다 보면 어느새 도착해있으니 말이다.

이렇게 지나온 능선을 바라볼 때면 정말 감개무량이다.

우리 인생길도 그렇게 걸어가면 되지 않겠나?

다른 사람과 비교할 필요 없이 그저 나만의 페이스대로 한 걸음씩 걸어가노라면 힘든 길도 있고 쉬운 길도 있고, 날씨가 좋을 때도 있고 비가 오거나 눈보라가 칠 때도 있고.

하지만 결국에는 목표한 지점에 도착하게 된다.

그러니 조급해할 필요 없이 형통할 때는 찬송하고 어려울 때는 기도하며 묵묵히 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한숨 돌린 후 위험한 암릉 구간을 밧줄을 잡고 내려섰다가 다시 밧줄을 잡고 올라갔다.

 

서봉까지만 가면 그다음은 수월하다더니 오히려 서봉까지는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 같다.

산 넘어 산이라고 할미봉 올라가는 길이 그렇다.

또다시 밧줄 구간이 나타나고, 나무로 만든 부실하게 보이는 사다리까지 등장한다.

 

이 사다리가 안전할까? 내가 밟으면 부서지지는 않을까?

불안한 마음에 올라갔더니 사다리가 또 있었다.

 

이번에는 사다리를 올라가야 할 뿐만 아니라 사다리 맨 위에 있는 나뭇가지를 밟고 왼쪽으로 이동해야 한다.

밧줄을 잡고 올라가면 되지 않느냐고?

그렇게 쉬우면 뭐가 문제게요? ㅠㅠ

오늘의 최대 난코스였다.

 

(위에 올라가서 내려다본 모습)

여길 오르고 나면 할미봉까지 70m는 쉽게 갈 수 있다.

 

할미봉 정상

할미봉 정상 바로 앞에는 아까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던 멋진 암릉이 있었다.

 

와, 진짜 멋있다!

이거 왠지 봉우리 이름은 바꿔야 할 거 같은데?

할미봉이라 하기에는 너무 active 하고 멋있다.

active 하고 멋있는 건 좋은데 힘들게 올라간 만큼 할미봉에서 내려가는 길도 수월하지 않았다.

 

봉우리를 올라갔다 내려오니 너무 힘들어서 폭삭 늙은 할미가 되어버려 할미봉이라는.

아닌가?

어쨌든 할미봉 올라갔다 내려가는 게 오늘 산행 중 제일 힘들었다.

홀로 가을 분위기를 내고 있는 나무를 지나 육십령에 도착하니 먼저 내려간 산우들이 늦은 점심을 먹고 있었다.

난 산에서 먹었으므로 pass.

 

육십령

맑고 파란 초가을 하늘과 하얀 구름으로 인해 더 아름답고 멋진 산행이었다.

날씨가 환상적이라 모든 것이 용서가 되는 그런 날이었다.

삿갓재~육십령__20160921.gpx
0.06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