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해외여행

2016.09.10 ~ 17 Belgium (3): Antwerpen

날짜: 2016년 9월 13일 화요일 (맑음)
장소: Antwerpen

 

 

오늘은 안트베르펜을 갔다 오기로 하였다.
안트베르펜(Antwerpen)은 플라망 명이고, 프랑스 명은 앙베르(Anvers), 영어 명은 앤트워프(Antwerp)이다.
알베르트 운하의 기점인 안트베르펜은 북해 해안의 중계무역항으로서 활기를 띠고 있는 상업도시이다.
또한 15세기부터 시작된 보석 연마 기술로 인해 현재 다이아몬드 공업으로 유명한 곳이다.
한편 바로크 시대에는 하프시코드 제작의 중심지이기도 하였다.
렌트한 차를 타고 갔다 오려고 했는데 혼자 그 차를 운전하고 가다가는 브뤼헤를 벗어나기도 전에 견인될 것 같아서 기차를 타고 가기로 하였다.
내가 이래 뵈도 manual로 운전면허를 땄고, 33년간 무사고 운전 경력의 best driver인데 정말 스타일 구긴다.

차를 빌려놓고 기차를 타다니!
브뤼헤 중앙역 자동발매기에서 표를 끊으려고 하는데 친절한 역무원께서 갑자기 나타나서 도와주는 바람에 싸게 끊을 수 있었다.

나는 그냥 한 장에 30유로인 standard ticket을 세 장 끊으려고 했는데 역무원이 나이를 묻더니 아이들은 Go Pass ticket으로 해서 12유로씩에 끊어주었던 것이다.

아마 그게 청소년 용 티켓인가 보다.
(벨기에에서는 만 25세까지가 청소년이다!)

 

브뤼헤 중앙역

2등석을 샀는데 2등석은 좌석이 지정되어 있지 않고 아무 데나 빈자리에 앉으면 된다.
바꿔 말하면 빈 좌석이 없을 때는 서서 갈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들이 꾸물거리다가 늦게 나온 덕분에(?) 러시아워를 피해 텅텅 빈 기차를 타고 편안하게 앉아갈 수 있었다.
브뤼헤에서 10시 57분 기차를 타고 헨트에서 11시 25분에 기차를 갈아탄 다음 12시 23분에 안트베르펜 중앙역에 내렸다.
브뤼헤에서 안트베르펜까지는 직행 기차가 있지만 헨트에서 갈아타고 와도 1시간 30분 정도면 도착한다.

직행이 많지 않기 때문에 시간 되는 대로 먼저 오는 기차를 타는 것이 낫다.
안트베르펜 중앙역은 종착역이라 기차가 더 이상 갈 수가 없다.
사진에서 본 대로 멋진 역이었다.

여기에서 기차를 타면 호그와트로 갈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2층은 기차역이고, 1층은 도로이며, 지하에는 지하철이 다닌다.

 

안트베르펜 중앙역

이번에는 Info에서 지도부터 챙겼다.
중앙역을 빠져나가면 역 앞에서부터 시청사가 있는 곳까지 멋진 식당들과 가게들이 즐비하다.

이미 12시가 넘었으므로 역 앞에 있는 <Duke of Antwerp>라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안트베르펜 중앙역

연어와 시금치가 들어간 파스타 Pasta Zalm en spinazie(16.90유로), 참치와 앤초비가 들어간 샐러드 Salade Niçoise(17.90유로), 샌드위치를 동그랗게 말아서 구운 Duke's Croque Monsieur(10.50유로)와 아이스 티, 그리고 디저트로는 내가 좋아하는 Crème Brûlée(7.50유로)를 시켰는데 정말 다 맛이 있었다.

특히 샐러드에 나온 참치는 완전히 스테이크 수준이었다.

이거 내 favorite이 될 것 같다. ㅎㅎ

 

북해 연안 지역 나라들은 날씨가 흐리고 비가 올 때가 많기 때문에 해만 나면 사람들이 다 밖으로 나온다.

그래서 식당 안은 텅텅 비어있고 죄다 길거리에 설치해놓은 테이블에 앉아서 식사를 한다.

우리도 기분을 내며 야외에서 식사를 하였는데 너무 더워서 그냥 안에서 먹을 걸 그랬나 싶었다.
이맘때면 비가 온다는데 우리가 오고 나서부터는 연일 30도가 넘는다.
오늘은 36도까지 올라간다.
덥기도 하고 시간도 없어 빨리 먹고 관광을 해야 하는데 웨이터는 오히려 느긋이 앉아 먹으라고 음식을 빨리 내오지 않는다.
기다리다 못해 빨리 달라고 했더니 천천히 먹으라고 그랬다며 오히려 쑥스러워한다.
여기까지 와서도 <빨리빨리>이니 천생 한국 사람이다.

전체 62.40유로가 나왔는데 음식도 맛있고 서비스도 훌륭해서 팁까지 70유로를 주었다.

이곳에서는 대충 1인당 20유로 정도면 훌륭한 식사를 할 수 있다.

점심을 먹고 시 청사 쪽으로 올라갔다.
그냥 거리 자체가 유적지이다.

그런데 그런 멋진 오래된 건물들만 뺀다면 영락없는 명동이다.


우리도 다 아는 세계적인 브랜드의 상점들이 즐비하였으며, 차량 운행을 막아놓은 거리를 수많은 인파와 거리의 예술가들이 점령하고 있었다.

 

길을 따라 쭉 올라가면 흐룬 광장(Groenplaats)에 도착한다.

흐룬 광장은 상점들과 음식점들로 둘러싸여 있는데 광장 중앙에 루벤스 동상이 있었다.

 

루벤스(Rubens) 동상

흐룬 광장에서 좁은 길을 따라 조금만 가면 벨기에 최대의 성모마리아 대성당이라고 하는 안트베르펜 성모마리아 대성당(Onze-Lieve-Vrouwekathedraal)이 있다.

성당 앞 광장도 음식점들로 둘러싸여 있었다.

 

성모마리아 대성당은 플라망어로는 Onze-Lieve-Vrouwekathedraal이라고 하고, 불어로는 Cathedrale Notre-Dame이라고 하며, 영어로는 Cathedral of Our Lady라고 한다.
1인당 6유로이고 이 티켓으로 Mayer van den Bergh Museum까지 들어갈 수 있다.
그런데 거기 갈 시간이 되려나?

이 성당에는 루벤스 그림들을 포함하여 수많은 명화들이 있었다.

 

안트베르펜 성모마리아 대성당(Onze-Lieve-Vrouwekathedraal van Antwerpen)

어렸을 적 감명 깊게 읽은 <플랜더스의 개>에서 네로가 그토록 보고 싶어 했던 루벤스의 그림도 바로 여기 걸려있었다.


플랜더스의 개

(네로가 보고 싶어 했던 루벤스의 그림)

지하에는 납골당이 있다.

 

납골당(Crypte)

성당을 나와 오른쪽으로 가면 마르크트 광장(Grote Markt)과 시 청사(Stadhuis)가 있다.

 

안트베르펜 마르크트 광장(Grote Markt van Antwerpen)

시 청사는 지정된 요일과 시간에만 오픈을 하는데 화요일은 내부를 공개하는 날이 아니라 관람할 수가 없었다.

 

안트베르펜 시청사(Stadhuis van Antwerpen)

시 청사에서 스헬데(Schelde) 강 쪽으로 걸어가 보았다.

 

오른쪽으로 조금만 가면 스텐(Steen)이라는 요새의 gatehouse가 나온다.

 

스텐(Steen)

이 요새는 9세기에 지어진 것으로 안트베르펜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라고 한다.

스텐을 구경하고 스헬데 강을 따라 걸어갔다.

 

스헬데강(Schelde/Escaut/Scheldt)

스헬데 강의 이름 역시 여러 가지이다.

스헬데(Shcelde)는 플라망 명이고, 프랑스 명은 에스꼬(Escaut), 영어 명은 스켈트(Scheldt)이다.

다시 흐룬 광장으로 되돌아갔다.
아까 지나갈 때는 없었는데 무슨 행사가 있는지 천막이 쳐있고 무대도 있었으며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무대 앞에서는 나이 드신 부부 여러 쌍이 춤을 추고 있었다.

 

흐른 광장(Groenplaats)

구경을 하다가 이곳에서 둘째 아이를 잃어버려 한동안 찾느라 난리법석을 떨었다.

둘째 아이의 휴대폰이 청소년 요금제라 해외에 나오면 먹통이 된다.

그래서 연락할 방법도 없는데 애를 잃어버렸으니 얼마나 속이 타던지.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찾고 있는데 어디선가 둘째 아이가 울상이 되어 나타났다.

이역만리에서 엄마를 잃어버려 엄청 겁이 났나 보다.

서로 얼마나 놀랐는지 가뜩이나 더운데 진이 다 빠져버렸다.

놀란 가슴도 진정시키고 더위도 식히느라 과일주스와 스무디를 사 먹었다.

그런데 도대체 이걸 이 더운 날 음료라고 파는지. ㅈㅈ

한국에서라면 심장이 얼어붙을 정도로 차게 해서 팔았을 텐데 미적지근한 걸 스무디라고 준다.

얼음을 더 달라니까 그마저도 떨떠름해한다.

또 뭔가 밍밍하다.

한국 같았으면 당장 사람들이 난리 칠 텐데 여기선 아무도 불만이 없나 보다.

장사 참 쉽게 한다.

한국 사람들이 여기 와서 장사하면 엄청 돈 벌 거 같다.

이런 집이 망하지 않고 있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잠시 쉰 다음 브뤼헤로 돌아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루벤스의 집 (Rubenshuis)을 구경하러 갔다.

 

루벤스의 집(Rubenshuis)

폐관할 때까지 15분이 남아있는데 입장을 안 시켜준다. ㅠㅠ
아쉬운 마음으로 정원만 살짝 들여다본 후 중앙역으로 갔다.
중앙역 근체에는 다이아몬드 가게들이 많이 있었다.
안트베르펜 다이아몬드가 유명하다고 하여 그 중 한 가게에 들러 다이아몬드 가격을 물어보았다.

0.5캐럿(F color, clarity SI1, brillianr round cut) 짜리가 1,700유로 정도라고 한다.
헐, 한국보다 더 비싸네.
색상도 F color 치고는 yellow 톤이 많은데.
역시 한국이 좋다. ^^


중앙역 앞에 있는 큰 빌딩 전면에 삼성 스마트폰 광고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저렇게 광고를 하려면 돈이 엄청 많이 들 텐데.

한국에서는 삼성 욕을 하면서 해외에 나와서는 삼성이 한국 브랜드라고 자랑하는 사람들, 정말 웃긴다.

헬조선이니 뭐니 하지만 충분히 우리나라를 자랑스러워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자원도 없는 그 좁은 땅덩어리에서 우리가 이만큼 살고 있다는 건 부모 세대의 희생과 노력 덕분이리라.

나도 앞으로는 좀 더 어른들을 공경해야겠다.

어차피 이제는 나 자신도 구세대이니 할 말도 없고.

해외에 나와 보면 정말 세계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세계 시장은 무섭게 돌아가는데 국내에서는 어쩌고 저쩌고 불만들이 많고...

기업가들의 가슴이 얼마나 타들어갈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대기업들이 고쳐야 할 것들도 있지만 우리나라가 세계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삼성 같은 큰 기업들을 더 키워야 할 것이다.

5시 30분 기차를 타고 브뤼헤로 돌아갔다.
더워서 찬 음료를 너무 많이 마셨더니 배탈이 나서 기차 안에서 화장실을 들락날락해야 했다.
브뤼헤에 오니 속 썩이던 가방이 드디어 도착해 있었다.
이번 일로 아이들이 아마 좋은 경험을 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