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2016년 7월 30일 토요일 (맑음 + 습도 엄청 높음)
산행코스: 성삼재 ~ 노고단 고개 ~ 돼지령 ~ 임걸령 ~ 노루목 ~ 반야봉 왕복 ~ 삼도봉 ~ 화개재 ~ 토끼봉 ~ 명선봉 ~ 연하천
산행거리: 대간 12.5km + 반야봉 왕복 2km = 14.5km
산행시간: 11:20 ~ 18:50
산행트랙:
등산지도:
백두대간의 마지막 구간은 지리산이다.
그런데 대장님께서 지리산 구간을 앞당겨서 10월에 1 무 1박 3일로 간다고 하신다.
난 무박 산행은 정말 싫다.
버스 안에서 제대로 자지 못하는 것도 힘들지만, 그보다 더 문제는 하지정맥류가 있어 밤새 버스에 앉아있으면 다리가 퉁퉁 붓고 아파서 걸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ㅠㅠ
그 고통을 안 당해본 사람은 모르겠지.
더욱이 일요일 밤에 출발해서 수요일까지 산행을 한다는데 수요일에는 강의가 있어 산행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미리 반더룽산악회를 따라 2박 3일 일정으로 지리산을 다녀오기로 하였다.
성삼재에 도착하니 11시 10분이다.
성삼재
날도 덥고 배낭도 무거워 힘들지만 노고단 고개까지 2.6km만 올라가고 나면 한 동안 편안한 길이기에 희망을 가지고 올라갔다.
1km 정도 가다 보면 갈림길이 나온다.
직진하면 <편안한 길>이지만 왼쪽 계단으로 올라간다.
그래야 빠르니까.
500m 정도 가면 다시 갈림길이 나온다.
역시 직진하면 <편안한 길>이지만 오른쪽 너덜길로 올라간다.
성삼재를 출발한 지 40분 만에 노고단 대피소에 도착하였다.
노고단 대피소
이곳에서 왼쪽으로 올라가면 해발 1440m의 노고단 고개가 나온다.
산행 시작한 지 55분 만에 노고단 고개에 도착.
노고단 고개
노고단에 가려면 미리 허가를 받아야 한다.
우린 허가를 안 받았으므로 노고단 고개에서 노고단을 바라보기만 하면서 점심을 먹었다.
노고단
노고단 고개에서 임걸령까지는 완만하게 내려가는 길이라 아주 좋다.
그런데 이곳에 곰이 자주 나타나는지 <곰 출현 주의> 현수막이 곳곳에 붙어있었다.
그리고 곰을 만났을 때의 행동 대처법까지 적혀있었다.
어쨌든 룰루랄라 걸어 전망 좋은 돼지령에 도착하였다.
돼지령
또다시 룰루랄라 걸어 피아골 삼거리를 지나 임걸령에 도착하였다.
임걸령
임걸령에는 지척에 샘이 있어서 식수를 보충할 수 있다.
임걸령부터 오르막이 시작된다.
삼도봉까지 2.3km를 계속 올라가야 한다.
산 위는 그리 더운 날씨가 아닌데 습도가 높고 배낭이 무거워 오르막길에서는 쉽게 지친다.
오늘 연하천까지만 가면 되니까 쉬엄쉬엄 올라갔다.
그래도 끈적끈적하게 땀이 배어 나온다.
지리산 온도가 17~20도라고 해서 부채도 안 가지고 오고, 얼음물도 안 가지고 오고, 긴 바지를 입고 왔는데. ㅠㅠ
어휴, 더워, 더워, 더워라.
노루목이기에 망정이지 기린목이었으면 죽었을 것 같다.
노루목에 도착하여 배낭을 벗어놓고 반야봉으로 올라갔다.
노루목
노루목에서 반야봉까지의 1km가 얼마나 가파른지 중간에 '그냥 내려갈까?' 하는 생각이 대 여섯 번은 들었다.
그래도 내가 여길 언제 또 올지 알 수 없으니 올라갔다 와야지?
어쩌면 지리산 종주는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일지도 모르는데.
반야봉에 도착해서는 너무 덥고 힘들어서 조망을 즐길 생각도 안 들었다.
쓰러져 쉬다가 사진을 찍고는 서둘러 내려갔다.
반야봉 정상
(너무 더워서 반야봉이고 뭐고 다 싫다. ㅠㅠ)
노루목에서 반야봉을 갔다 오는데(2km) 1시간 20분 걸렸다.
다시 노루목으로 내려가 배낭을 둘러메고 삼도봉으로 올라갔다.
삼도봉 정상
전라북도와 전라남도, 경상남도가 만나는 지점이라 삼도봉이라고 한다.
삼도봉에서는 멋진 조망으로 인해 무더위로 인해 지친 몸과 마음이 재충전되었다.
(삼도봉에서 바라본 반야봉)
(여기 앉아서 사진 찍느라 무서워 죽는 줄 알았다!)
삼도봉에서 화개재까지는 뚜~~욱 떨어진다.
내려간 만큼 또 올라가야겠지만 그래도 올라가는 길보다는 내려가는 길이 좋다.
필 받아 신나게 내려간다.
화개재
잠시 천상의 산책로가 나오는가 싶더니 토끼봉까지 가파르게 올라간다.
토끼봉 정상
그리고는 다시 뚝 떨어졌다가,
또 가파르게 올라 명선봉에 도착하였다.
명선봉 정상
실제로 그렇게 빡센 오름은 아닌 것 같은데 무덥고 배낭이 무겁다 보니 더 가파르게 느껴지는 것 같다.
다시 계단을 내려가 연하천 대피소에 도착하니 미리 도착하여 방 배정을 받은 대장님이 기다리고 계셨다.
연하천 대피소(초록색 티셔츠 입은 사람이 이번 산행 대장)
14.5km를 7시간 30분 만에 왔으니 딱 내 pace대로 온 것이다.
배낭이 가볍고 그렇게 습도가 높지 않았더라면 1시간 정도는 줄어들지 않았을까 싶다.
반야봉을 갔다 오지 않는다면 거기에서 또 1시간 30분은 줄어들 것이고.
더위에 약한 나는 여름에는 산행하기가 정말 힘들다.
난 여름보다는 차라리 겨울 산행이 더 나은 것 같다.
그래도 오는 길 내내 온갖 꽃들이 만발한 천상의 화원을 지나오느라 꽃구경은 원 없이 하였다.
긴산꼬리풀
둥근이질풀
술패랭이
노루오줌
원추리
참취
큰까치수염
도라지모시대
동자꽃(빨간 꽃)
일월비비추
산죽꽃
바위채송화
참바위취
산수국
대피소 바로 옆에 식수대가 있는데 물이 너무 차가워 빨리빨리 대충 씻고 저녁을 먹었다.
첫날이라 푸짐하게 고기를 구워 상추쌈을 해서 저녁을 먹는데 옆에서 식사를 하던 어떤 산우님이 갑자기 호흡이 안 된다며 사색이 되어 일어나서는 헉헉거리며 가슴을 치는 것이었다.
국공들도 나오고 사람들이 몰려가 응급처치를 하여 위기의 순간을 넘길 수 있었다.
헬기도 왔었지만 어쩐 일인지 그냥 돌아갔다.
나이 듦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제 아무리 마음이 젊더라도 나이를 속일 수는 없는 것이니까.
젊을 때는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이제는 내 한계를 인정하고 그에 맞게 살아가야겠다.
올봄 산행이 내게는 무리였는데 앞으로는 조금 더 조심해야겠다.
남들이 어떻게 하건 나는 내 체력에 맞게 산행해야 하는 거니까.
욕심내지 말고, 남의 눈치 보지 말고, 즐겁게 산행하자.
해가 지니 서늘하여 긴 팔 재킷을 입었는데도 밖에 앉아있기 추웠다.
밤 9시쯤 잠을 자러 들어갔다.
연하천 대피소는 최근에 모델링을 하여 깨끗하고 좋았다.
더 좋았던 것은 요가 매트 같은 매트리스를 준다는 것이다.
매트리스가 모포 깔고 자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오늘은 잠 좀 잘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