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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2014.12.19 (제천) 금수산(1,015m)

산행일시: 2014년 12월 19일 금요일 (맑음)
산행코스: 상천휴게소 ~ 망덕봉 ~ 금수산 ~ 살개바위고개 ~ 남근석공원 ~ 상학주차장
산행거리: 7.2km
산행시간: 10:45 ~ 16:15
등산지도:

 

오늘도 아침에 버스가 50분이나 늦게 왔다.
한 주에 두 번씩이나 그러다니!
한 번은 실수라 용서할 수 있지만 두 번째부터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나의 지론이다.
오늘 늦은 이유는 기사님이 늦잠을 잤기 때문이란다.
갑자기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누그러진다.(?)
젊은 사람이 새벽 단잠을 깨우고 나오기가 얼마나 힘들까?
예전에는 칼같이 정의를 앞세우던 내가 참 많이도 변한 것 같다.
남에게도, 그리고 나에게도 많이 관대해진 것 같다.
그래도 여전히 까칠하다는 말을 듣지만...
올해 네 번째로 금수산을 찾는다.
5월, 9월, 10월, 그리고 12월.
특별히 금수산을 좋아해서라기보다는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그런데 매번 갈 때마다 금수산은 색다른 모습으로 반갑게 맞아주며 날 실망시키지 않는다.
상천휴게소에서 산행을 시작하였다.

 

몇 번 가봤다고 여유가 생긴다.
앞으로 산행할 길이 어떤지 아니까 훨씬 마음이 편하다.
하지만 호기심과 긴장이 줄어드니 산행에 대한 기대감도 어느 정도는 줄어드는 것 같다.
모든 면에서 완벽한 것은 없는 것 같다.
이게 좋으면 저게 아쉽고, 저게 좋으면 이게 아쉽고.
그저 내게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살아야겠다.
용담폭포 방향으로 올라가는 길 왼쪽으로 과수원이 있다.
과일을 싸 두었던 종이들을 그냥 놔두었는데 멀리서 보니 마치 겨울에 핀 노란 꽃처럼 보였다.

 

용담폭포를 위에서만 내려다보고 폭포 밑에까지 가보지를 않았는데 대장님이 산행시간을 많이 주셔서 이번에는 폭포 밑에까지 가보았다.
제일 하단의 폭포만 보이기 때문에 3단 폭포의 위용은 느껴지지 않는다.
아마 수량이 많을 때는 지금보다는 더 힘차게 느껴지겠지.

 

용담폭포 

(용담폭포를 위에서 내려다본 모습)

계단을 올라서고 나서부터는 암릉 구간이다.

 

난 바위 타는 게 재미있는데 여기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
밧줄이 없기 때문에 완전 릿지를 해야 하는데 나 같은 숏다리에게는 정말 난감한 코스다.
지난번에 왔을 때도 올라갈 수가 없어 엄청 애를 먹었는데 이번에는 눈까지 덮여 미끄러운 바위가 더욱더 날 약 올린다.
어디, 올 테면 와봐.
흥, 오라면 못 갈 줄 알고?
다행히 산우님들의 도움으로 바위들을 기어 올라갔다.
내 몸무게 다 틀통났겠구나.ㅠㅠ
시원하게 청평호와 월악산이 보이고 족두리바위와 독수리바위는 여전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족두리바위와 독수리바위 

산에 왔을 때 반갑고 좋은 것 중 하나가 항상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바위들과 나무들과 강이다.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세상 속에서 언제나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들이 있다는 사실이 큰 위로를 주는 것 같다.
나도 다른 사람들에게 언제나 신뢰를 주는 사람이 되고자 다짐한다.
설혹 상대는 변할지라도 나는 변하지 말자.
젊은 시절, 믿었던 나 자신이 변심하는 것에 큰 상처를 받았던 적이 있다.
세상 사람들이 다 변해도 나는 안 변할 줄 알았는데...
그 또한 교만이었겠지.
내가 실수를 하고 실패를 해봐야 다른 사람들에게도 관대해지는 것 같다.
스스로의 원칙이 무너지는 걸 경험했으니 이제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언제나 변함없는 모습으로 기다리는 산은 그런 불완전한 인간의 모습에 실망한 나에게 큰 위안이 된다.
망덕봉에서부터는 능선 길이다.
이전까지는 눈이 많지 않았지만 능선에 올라서니 제법 눈이 많이 쌓여있었다.
게다가 러셀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아서 발을 푹푹 빠뜨리며 나아갔다.

 

드디어 정상에 도착.

 

금수산 정상

정말 잘 생겼다.
왜 이리 멋있는 거야!!
이런데 어떻게 반하지 않을 수가 있느냐고!

 

끝없이 펼쳐진 산들이 마음에 평안을 준다.

 

내게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
괜찮아, 괜찮아.
순간 울컥해진다.
성경에, 사람의 속사정을 하나님 외에는 누가 알겠느냐고 했는데 산은 내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다.
나를 위로하고 격려하고 따스하게 등을 두드려주기도 하며 때로는 야단도 치고 질책도 한다.
<오두막>이라는 소설을 보면 주인공이 어떤 정원에 가게 된다.
여러 가지 꽃들이 무질서하게 심겨 있는 것 같고 어떤 곳은 파헤쳐져 있는 곳도 있지만 멀리서 보면 전체적으로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정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바로 그 정원이 주인공의 인생이란다.
나는 모르지만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게 하시는 하나님께서는 내 삶도 그렇게 아름답게 꾸미고 계신다.
그러니 힘들고 슬프다고 기죽을 일도 없고 기쁘고 신난다고 교만해져서도 안 되겠다.
He makes all things beautiful in His time!
다시 쌀개바위 삼거리로 돌아가 상학주차장 쪽으로 내려갔다.

 

가파른 내리막이지만 역시 푹신하게 쌓여있는 눈으로 인해 한결 수월하게 내려갔다.
내려가는 길에는 부드럽게 휘어진 나무들이 많이 있었다.
강함과 부드러움 사이의 균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리막 끝에는 남근석 공원이 있다.

 

남근석 공원 

(상학주차장으로 가는 길에 만난 예쁜 나무)

올해 네 번째로 찾은 금수산은 철마다 다른 모습으로 날 반겨주었다.
고마워, 오늘도 내게 기운을 줘서.

 

* 2014.10.24 금수산 산행기 http://blog.daum.net/misscat/8

* 2014.05.16 금수산 산행기 blog.daum.net/misscat/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