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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2014.12.15 (진도) 동석산(219m)

산행일시: 2014년 12월 15일 월요일 (맑은 후 흐림)
산행코스: 종성교회 ~ 동석산 ~ 작은애기봉 ~ 세방낙조 ~ 세방리
산행거리: 5.2km
산행시간: 13:00 ~ 16:45
등산지도: 

 

아침에 버스가 50분이나 늦게 왔다.

추운데 영문도 모르고 50분씩 기다린 회원들은 잔뜩 기분이 상한 채 버스에 올랐다.

운영진의 실수로 인해 아닌 밤의 홍두깨 식으로 자다가 불려 나온 기사님도 기분은 좋지 않으셨으리라.

첫 시작부터 이래서 오늘 산행 제대로 할 수 있으려나 걱정이 되었다.

이윽고 도착한 진도.

오면서 보니 <팽목항> 안내판이 있었다.

어머, 그러고 보니 여기가 그곳이구나.

어린 학생들 생각에 마음이 저려왔다.

온 국민이 슬픔에 잠겨 분노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잊혀져가고 있구나.

한편으론 씁쓸하면서도 그것이 인생이려니 싶기도 하다.

때로 인간에게 망각은 좋은 선물인 것 같다.

잊을 수 없다면 우리의 삶이 얼마나 괴로울 것인가?

잊을 건 잊고 기억해야 할 것은 기억하게 하소서.

멀리서 보이는 동석산은 예사롭지 않은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나, 너 좋아하게 될 것 같은데?

한파가 온다고 했지만 진도는 완연한 봄 날씨다.

늘그막엔 나도 남쪽에 내려와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천종사에서 시작하는 코스와 종성교회에서 시작하는 코스가 있는데 우리는 종성교회에서 시작하는 코스를 선택하였다.

 

작년에만 해도 이곳에서 올라가는 등산로를 폐쇄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안전시설이 설치되어 있다.

종성교회 뒷길로 5분 정도 올라가면 막바로 밧줄과 계단으로 치장한 암릉이 나타난다.

 

이 정도만 올라가도 조망이 끝내준다.

내려다보이는 바다는 마냥 잔잔하고 아름답건만 이곳에서 그렇게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 실감 나지 않는다.

동석산은 사방이 포토존이다.

어디에서 사진을 찍건 멋있게 나온다.

 

안전시설이 잘 되어 있어서 릿지화만 신고 온다면 크게 어렵지 않게 산행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등산 경험이 어느 정도는 있어야 하고 고소공포증도 없어야 할 테지만.

 

난 육산보다 이런 바위산이 좋다.

육산을 산행할 때는 힘이 들어 헥헥 대는데 이런 바위산에서는 오히려 산에서 기를 받아 더 힘이 나는 것 같다.

사람들이 나더러 날다람쥐처럼 잘 올라간다고 한다.ㅎㅎ

그 말에 신이 나서 더 열심히 올라간다.  

 

정상에서의 조망은 지나온 암릉 구간에 비하면 별로다.

 

동석산 정상

능선에서 바라보는 다도해의 모습은 그야말로 절경이다.

캐나다의 Thousand Islands가 아름답다고 하나 내 눈에는 우리나라 다도해가 더 아름다운 것 같다.

점점이 박혀있는 섬들이 마치 보석처럼 보인다.

 

산행을 하면서 느끼는 건데 우리나라가 정말 금수강산이라는 말이 실감 난다.

외국도 다녀볼 만큼 다녀봤지만 외국의 절경은 규모로 승부를 거는 것 같다.

압도적인 감동을 주고 경외심을 불러일으키긴 하지만 친근하지는 않은 느낌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산하는 정말 친근하고 다정다감하게 느껴진다.

아기자기한 모습에 정겨움이 흠뻑 묻어난다.

정상을 지나 작은애기봉을 향해 나아가다 보면 흙길이 나타난다.

이곳부터는 분위기가 반전된다.

앞서 보여주었던 역동적인 모습과는 달리 평안하고 부드러운 모습이 나타난다.

이곳에는 아직 가을이 남아있었다.

 

원래는 큰애기봉까지 갔다 오려고 했는데 오면서 사진을 찍느라 시간을 너무 많이 소비한 까닭에 세방낙조 갈림길에서 하산을 했다.

 

산행을 시작할 때는 가을 하늘처럼 맑던 날씨가 구름이 끼고 흐려진다.

시간상 낙조를 볼 수 있는 기회지만 아쉽게도 날씨가 받쳐주질 않는다.

세방낙조에서는 잔뜩 구름 낀 하늘만 보고 되돌아왔다. ㅠㅠ

 

아침에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 때문에 산행을 시작할 때는 마음이 별로 좋지 않았는데 동석산은 그것을 충분히 보상하고도 남았다.

버스가 늦게 온다고 화가 나서 집으로 돌아간 회원들도 있었지만 끝까지 기다린 사람들은 이 멋진 산과 하루를 만끽할 수 있었다.

이런 걸 고진감래라고 해야 하나? ㅋㅋㅋ

맨날 이런 산행만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