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2016년 5월 3일 화요일 (비 후 맑음 + 강한 바람)
산행코스: 모산재 주차장 ~ 대기 보건소 ~ 누룩덤 ~ 칠성바위 ~ 828봉 ~ 정상 왕복 ~ 비단덤 ~ 무지개터 ~ 모산재 ~ 모산재 식당
산행거리: 10.0km
산행시간: 12:00 ~ 17:05
산행트랙:
등산지도:
어제 저녁부터 비가 내린다.
도착할 때 즈음에는 비가 약해지기를 기도하며 열심히 차창 밖을 보는데 오후까지도 계속해서 비가 내릴 모양인가 보다. ㅜㅜ
원래 떡갈재에서 시작하는 황매산 산행으로 공지가 올라왔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떡갈재에서 내렸다.
나는 2013년 5월 철쭉이 만개했을 때 황매산에 가봤기 때문에 이번에는 감암산을 가보기로 하고 모산재 주차장까지 가서 내렸다.
임병수운 님과 쏘마 님이 동행하였다.
우비를 입고 모산재 주차장에서 대기 보건소까지 500m가량 걸어갔다.
버스정류장 뒤가 대기 보건소이고 오른쪽으로 들어가면 정자가 있다.
대기 보건소 앞
정자를 끼고 오른쪽으로 간다.
왼쪽으로 물안개에 쌓인 누룩덤이 보였다.
묵방사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올라간다.
어제 비가 많이 왔는지 계곡에는 물이 넘쳐났다.
계곡을 따라 올라가는 길에는 연보라색 꽃이 예쁘게 피어있는 오동나무들이 여럿 있었다.
난 이게 오동나무 꽃인지도 몰랐는데 야생화 박사 쏘마 님이 가르쳐주었다.
곧이어 아스팔트 길이 끝나고 목교가 나타난다.
목교를 건너 감암산 방향으로 가면 비로소 등산로가 시작된다.
대기 보건소에서 목교까지 900m, 목교에서 828봉까지 1.7km란다.
계곡의 물소리는 힘차고, 숲길은 얌전했다.
계속 이런 아름다운 숲길이라면 좋으련만 5분도 안되어 바위가 나타났다.
어느새 비가 그쳐 우비를 벗어 배낭에 쑤셔 넣었다.
여기를 올라가느냐고?
뭐, 릿지를 잘하는 사람들은 올라갈 수도 있겠다.
하지만 오늘은 바위가 비에 젖어 위험할 것 같다.
더구나 나는 바위를 잘 타는 사람도 아니고.
바위 하단에 있는 밧줄을 잡고 건너가면 오른쪽에 안전시설이 되어있다.
이쪽으로는 위험하지 않게 올라갈 수 있지만 그래도 젖은 바위가 미끄러워 밧줄을 잡고 올라갔다.
위에는 봄기운이 물씬 나는 멋진 산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곳에서부터 828봉까지는 계속 감탄사를 지르며 올라가게 된다.
구름을 뚫고 나온 햇빛이 대기 저수지를 스포트라이트처럼 비추고 있었다.
아늑한 곳에 위치한 무덤을 지나고 나면 양쪽의 기암괴석들이 혼을 빼놓는다.
다시 한 번 대기마을과 대기저수지를 내려다보고.
거북바위
왼편에 있는 이 바위는 옆얼굴 같다.
오른쪽으로는 저 멀리 황매산 철쭉 군락지가 보인다.
숲길과 암릉이 번갈아가며 나타난다.
숲길은 너무 예쁘고 편안한 길이며, 바윗길에는 대부분 안전시설이 다 되어있어 크게 위험하지는 않지만 비 온 뒤라 미끄러워 신경 쓰였다.
곧이어 <누룩덤 출입 금지> 표시판이 나온다.
직진하면 누룩덤 아래로 우회하여 가게 된다.
누룩덤을 가려면 가지 말라는 곳으로 가야 한다.
우리는 당연히 누룩덤으로 간다! ^^
누룩덤까지는 계속 바위를 타고 간다.
너무나 멋진 경치에 정신이 홀려 사진 찍는 것도 잊었다.
가다 보니 왼쪽으로 폭포가 보였다.
어제 비가 와서 폭포까지 생겼나 보다.
토왕성폭포 만큼이나 멋있다.
오늘 여기 안 왔으면 정말 후회할 뻔했다.
바위를 타고 가다 보면 길이 끊어진 것 같은데 잘 살펴보면 리본들이 달려있었다.
주의 깊게 리본을 따라가면 엄청나게 큰 바위들이 쌓여있는 누룩덤에 도착한다.
이 바위 오른쪽으로 가면 길이 막힌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걱정 말고 가면 왼편으로 굴이 나온다.
굴을 통과하여 왼쪽으로 가면 밧줄이 나온다.
이 밧줄을 잡고 내려가기만 하면 되는데 완전 90도가 넘는 절벽이라 바닥이 안 보일 정도였다.
쏘마 님은 밧줄을 잡고 내려가고 임병수운 님과 나는 다시 굴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떠나기 전 굴 위에 올라가 사진을 찍어주고.
굴을 통과하여 출입금지 표시판이 있는 곳으로 되돌아가려다가 왼쪽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는 것 같아 그쪽으로 갔다.
그러다가 정말 죽는 줄 알았다.
역시 이곳에도 밧줄이 있었는데 비에 젖은 바위가 미끄러워 밧줄을 잡고도 줄줄 미끄러졌다.
오늘 살로몬 등산화를 신고 왔는데 완전 잘못한 것 같다.
캠프라인을 신고 올 걸.
등산화도 신토불이인 것 같다.
역시 한국 지형에는 캠프라인이 딱이다.
어쨌거나 오늘 등산화 때문에 더 미끄러지면서 벌벌대야 했다.
차라리 아까 그곳에서 눈 딱 감고 밧줄 잡고 내려갈 걸 그랬나?
괜히 돌아가려다가 더 고생을 하는 것 같다.
힘들게 내려가서 누룩덤 밑을 지나갔다.
누룩덤 밑에는 예쁜 하트 모양 바위가 있었다.
누룩덤을 지나 칠성바위로 가는 길은 암릉이지만 전혀 험하지 않다.
칠성바위로 가면서 뒤돌아 본 누룩덤
오늘은 정말 눈이 호강하는 날이다.
초소 전망대와 철쭉 군락지가 건너다 보였다.
암릉을 따라 칠성바위로 갔다.
칠성바위
강한 바람이 구름을 몰아낸 덕에 하늘이 너무 예쁘다.
이미 2시 30분이 되어 점심을 먹고 서둘러 828봉으로 갔다.
828봉 정상
이곳에서 감암산까지는 왕복 1km이다.
능선 길이니까 20분이면 갔다 오지 않을까 싶다.
감암산
쏘마 님이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고 하여 쏜살같이 감암산으로 내달렸다.
상법마을 갈림길을 지나서,
(상법마을까지는 1.6km이다.)
힘들게 내려갔다 올라가면 감암산 정상이다.
감암산 정상
바람이 점점 더 강하게 불어 서 있기도 힘들 정도라 정상석을 붙잡고 간신히 사진을 찍고는 서둘러 내려왔다.
다시 828봉으로 되돌아가 황매산 방향으로 내려가면 천황재이다.
천황재
지도상으로는 천황재에서 상법마을과 대기마을로 내려갈 수 있다고 하는데 등로는 보이지 않았다.
천황재에도 철쭉 밭이 있었다.
이후 가파르게 올라가면 885봉 비단덤이다.
비단덤 정상
(가운데 철쭉 있는 곳이 천황재, 그 뒤로 828봉과 감암산)
예전에는 바위를 타고 올라왔는지 바위에 밧줄이 남아있는데 지금은 계단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재미 삼아(?) 윗부분에만 약간 밧줄 구간을 남겨놓았다.
계단이 있어 안전하고 편하기는 한데 멋있는 암릉을 망쳤다. ㅠㅠ
비단덤에 오르면 멀리 지리산 천황봉이 보인다.
날씨가 맑았으면 더 선명하게 보일 텐데. ㅠㅠ
하지만 구름 사이로 보이는 빛 내림이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들어내었다.
열심히 걸어가니 어느새 철쭉 군락지에 도착하였다.
어라?
철쭉이 반도 안 핀 것 같다.
다행히 앞으로 갈수록 철쭉들이 더 많이 피어있었다.
상경 출발 시간에 늦을까 봐 초소 전망대를 200m 앞둔 지점에서 철쭉 군락지를 가로질러 모산재로 향하였다.
다시 몰려온 구름에 산은 빛을 잃었는데 산 아래는 이상향인 듯 밝게 빛나고 있었다.
바람이 어찌나 강하게 부는지 걸어가기가 힘들 정도였다.
그네는 밀어주는 사람이 없는데도 혼자서 제멋대로 흔들거렸다.
나도 바람에 쓸려 그네처럼 흔들거리며 철쭉 사이를 지나갔다.
철쭉 제단을 지나고,
최고 명당이라는 무지개터를 지나서,
무지개터에서 바라본 지나온 능선
(누룩덤과 828봉, 그 뒤 감암산)
철쭉 길을 따라 모산재로 걸음을 재촉하였다.
철쭉제 행사장
덕만 주차장 갈림길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가파르게 올라가면 모산재이다.
모산재
저 아래 대기저수지 위로 떠있는 돛대바위가 보였다.
이제 내려가는 일만 남았다.
늦을까 봐 급하게 갔더니 오히려 시간이 두 시간이나 남아있었다.
모산재 주차장까지 1.8km 정도니까 여유 있게 내려가도 될 것 같다.
내려가는 길도 올라간 길만큼이나 멋있었다.
조심조심 암릉을 타고 내려가 그 유명한 황포돛대바위에 도착하였다.
황포돛대바위
바위 모양도 돛대 같지만 대기저수지 위에 있어서 더욱 이름이 실감 나게 들린다.
왼쪽은 순결바위능선이다.
순결바위능선
이후 가파른 계단을 만난다.
(계단 옆 바위에 핀 철쭉)
계속 바위를 타고 내려가면 통천문이 나온다.
통천문
이곳에서 보는 병풍처럼 둘러선 순결바위능선이 멋있다.
저기도 꼭 가봐야지.
스틱을 안 가져왔더니 무릎이 아프다. ㅠㅠ
그만 내려갔으면 싶을 즈음 계곡에 도착하였다.
이곳 계곡에도 물이 힘차게 흘러내리고 있었다.
오늘 바윗길에 미끄러지느라 고생한 발을 차가운 계곡 물로 달래주었다.
영암사지를 지나 모산재 식당으로 내려가는 길에 다시 비가 왔다.
오늘 비가 와서 걱정했지만 뜻밖에 날씨가 너무 좋았다.
산행 시작하자 비가 그쳤다가 산행 마칠 무렵 또다시 비가 왔다.
비가 와서 여름에도 보기 힘든 멋진 계곡 물과 폭포를 보았다.
바람이 강하게 불어 걷기 힘들었지만 덕분에 구름과 뒤섞인 맑고 파란 하늘을 볼 수 있었다.
또 바람 덕분에 덥지도 않았다.
철쭉은 70~80% 정도 폈는데 그 정도면 만족한다.
이번 주말이면 철쭉이 만개할 것 같지만 철쭉보다 사람들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오늘은 철쭉 군락지로 갈 때까지 우리 셋밖에 없어서 호젓하게 산행할 수 있었다.
기대했던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멋진 산행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다음에는 감암산을 지나 부암산까지 가봐야겠다.
* 2013년 5월 14일 황매산 산행기 blog.daum.net/misscat/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