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2016년 4월 12일 화요일 (맑음 + 바람 강함)
산행코스: 주작산 자연휴양림 ~ 작천소령 ~ 오소재 ~ 오심재 ~ 노승봉 ~ 가련봉(두륜산 정상) ~ 두륜봉 ~ 대흥사 ~ 주차장
산행거리: 12.7km
산행시간: 05:35 ~ 13:15
산행트랙:
등산지도:
오늘 5시 30분부터 산행을 시작한다고 하여 어제 저녁을 먹고 10시쯤 잠자리에 들었지만 잠을 거의 자지 못했다.
수다 떠는 사람들 때문에 못 자고, 바닥이 딱딱해서 못 자고, 잠꼬대하는 사람들 때문에 못 자고.
한 시간마다 시계를 보며 밤을 지새우다가 4시에 일어났다.
5시 30분에 약속한 장소에 나가니 두륜산까지 산행할 사람이 9명뿐이었다.
그중 한 명은 조금 가다 포기하고 되돌아가서 28명 중 8명만 두륜산까지 가게 되었다.
헤드랜턴을 가지고 왔지만 이미 어슴푸레 날이 밝고 있어서 필요가 없었다.
주작산 자연휴양림에서 임도를 따라 300m 정도 올라가면 작천소령(쉬양릿재)이다.
작천소령
이곳에 양란 재배장이 있다는데 어디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작천소령에서 왼쪽 오소재 방향으로 올라갔다.
300m쯤 가면 삼거리가 나오는데 이곳에서 주작산 주봉까지는 1.68km란다.
기회가 된다면 주작산 자연휴양림에서 어제 내려왔던 길을 따라 흔들바위에 들렀다가 덕룡봉으로 올라 작천소령으로 내려간 후 주작산 주봉으로 가봐야겠다.
작천소령에서 오소재까지 5.5km는 암릉의 연속이었다.
날쌘 제비처럼 바위 위에 앉아있는 바위를 지나서,
밧줄을 잡고 올라갔다.
암릉은 너무 멋있는데 이후 밧줄을 몇 개나 잡고 오르내렸는지 모르겠다.
그동안 밧줄은 충분히 잡고 다녔다고 생각해서 괜찮을 줄 알았는데 역시 또 아니다.
조령산 암릉 구간보다, 희양산에서 지름티재 내려가는 길보다, 동산 장군바위 코스보다, 어제 덕룡산보다 주작산 암릉이 더 어려운 것 같다. ㅠㅠ
밧줄을 잡고 봉우리에 오르면 멀리 가야 할 두륜산이 보였다.
힘들지만 사방으로 멋진 경치에 홀려 앞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멀리 어제 올랐던 덕룡봉에서 작천소령까지 이어지는 길이 보였다.
정신없이 암릉을 오르다 보니 어느새 날이 밝았다.
이정표가 있는 봉우리에 올라 남쪽 바다를 내려다보았다.
아직도 미세먼지 때문에 시야가 깨끗하지 못하다.
그래서 일출도 못 보았고.
하지만 바람이 이렇게 강하게 불면 오후에는 좀 더 깨끗해지지 않을까 싶다.
암릉을 타고 가면서 점점 가까워지는 두륜산이 보였다.
가야 할 능선
관악사 임도로 연결되는 제1비상탈출로 갈림길을 지나서,
봉우리에 올라 지나온 능선을 바라보고,
진달래 군락지를 바라보며 내려가면,
육상동계훈련로로 연결되는 제2비상탈출로 갈림길이 나온다.
이후 다시 암릉을 타고 올라가면 해산굴이 나온다.
이곳으로 내려가려 했지만 너무 좁고 밧줄이 있어도 위험한지라 왼쪽으로 돌아 내려갔다.
오소재 2.8km 이정표를 지나고 나서는 잠시 길이 좋아진다.
지나온 암릉은 벌써 멀리 보이고 두륜산은 더 가까이 보인다.
지나온 능선
두륜산
오심재에서 노승봉 올라가는 가파른 오르막을 보니 두륜산까지 갈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2시 30분까지 대흥사 주차장으로 내려오라고 했는데 아직 9시도 안되었으니 시간적 여유는 있다.
하지만 두륜산 봉우리마다 밧줄 잡고, 쇠 링 잡고 오르내린 후 두륜봉에서 가파른 내리막을 내려가야 하는데 체력이 따라주려나 모르겠다.
정 힘들면 오심재에서 북미륵암으로 내려가야 할 것 같다.
마지막 밧줄 구간을 지나면 긴 계단이 나온다.
이후 오소재까지 내려가는 길은 순하다.
이곳에서 올라오는 산객들을 만났다.
오늘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다.
오소재에 도착하니 9시 15분, 오룩스에 의하면 산행 기점부터 5.5km 거리이다.
오소재
오소재에서 오른쪽으로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내려가면 화장실이 있는 주차 공간이 나온다.
먼저 도착한 산우들이 이곳에서 아침을 먹고 있었다.
맥향 대장이 싸온 맛있는 반찬으로 아침을 먹었다.
특히 양념게장이 꿀맛이었다.
든든히 아침을 먹고 나니 기운이 솟는 듯 하여 두륜산까지 섭렵하기로 결정하였다.
화장실 뒤편으로 약수터가 있고 그 오른쪽에 오심재로 올라가는 등산로가 있다.
이곳에서 1.7km 올라가면 오심재이다.
앞으로 봉우리 세 개를 넘어야 하므로 산책하듯 천천히 올라갔다.
오심재에 도착하여 8명이 같이 사진을 찍었다.
오심재
노승봉 맞은편에는 케이블카를 탈 수 있는 고계봉이 있다.
고계봉
바람 때문에 미세먼지가 많이 날아갔는지 몇 시간 전보다 훨씬 하늘이 깨끗하였다.
오심재에서 노승봉 올라가는 800m는 가파른 오르막이다.
이후의 암릉에 대비하여 역시 천천히 올라갔다.
헬기장을 지나고 나니 얼레지 군락지가 나타났다.
얼레지
올해 들어 처음 보는 얼레지이다!
이곳에 얼레지 군락지가 있는 줄 몰랐네.
군락지를 지나 노승봉 아래 도착하였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왔는데 이게 웬일이람?
그새 계단이 설치되어 있었다!
2013년 11월에 왔을 때는 왕초보 둘이서 밧줄을 잡고 벌벌 떨며 통천문으로 올라갔었다.
통천문 통과하는 것이 상당히 위험했는데 계단이 생겨서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물론 재미는 그만큼 반감되었지만.
(올라가서 내려다본 통천문)
노승봉에 오르니 바람이 장난이 아니었다.
노승봉 정상
이곳은 항상 바람이 센가 보다.
바람에 넘어질까 조심하며 사진을 찍고 가련봉을 향해 떠났다.
노승봉에서 가련봉 가는 길도 밧줄과 쇠 링을 잡고 내려갔다 올라가야 했는데 계단이 생겼다. ^^
아이고, 고마워라.
오늘 내가 힘들 줄 알고 계단을 설치해두셨나 보다. ㅋㅋ
가련봉에 도착하니 역시 바람이 거세다.
가련봉(두륜산) 정상
좁은 정상에서 몸이 휘청거려 겁이 났다.
뒤돌아보면 노승봉에서 내려오는 긴 계단이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산 아래 대흥사가 보였다.
그리고 왼쪽으로는 남쪽 바다와 바다로 내달린 대둔산이 보였다.
고맙게 가련봉에서 만일재로 내려가는 길에도 계단이 생겼다.
얼씨구나!
(만일재 내려가는 길에 만난 새 바위)
해남 군수에서 감사의 편지라도 써야겠다.
밧줄 잡고 봉우리 세 개를 오르내릴 생각에 걱정을 했었는데 이렇게 깔끔하게 계단을 설치해주다니!
편안히 내려가면서 바라보는 두륜봉은 더 멋있어 보였다.
두륜봉
만일재에는 바다를 향해 억새밭이 펼쳐져있다.
지금은 이렇지만
만일재
가을에 오면 이렇다.
(2013년 11월 12일에 찍은 사진)
억새밭 맞은편으로는 대흥사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
바다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너무 세차 봉우리 아래 바짝 붙어 잠시 쉬면서 간식을 먹었다.
두륜봉에서 대흥사로 내려가는 길에도 계단이 설치되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k현민 님은 그런 나더러 너무 꿈이 크다고 한다.
하긴 지금까지 계단이 설치되어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다.
그런데 구름다리 올라가는 길에도 계단이 설치되어 있었다!
계단 때문에 아래에서는 구름다리가 제대로 안 보인다.
올라가서야 비로소 구름다리가 보이는데 여기까지 계단을 설치할 필요는 없었다는 생각이다.
구름다리
구름다리가 있는 곳에서 오른쪽으로 조금만 가면 두륜봉이다.
두륜봉에서는 고계봉과 노승봉, 가련봉이 한눈에 보였다.
두륜봉 정상
시간이 많이 남아있으므로 구름다리로 돌아가 구름다리 위에서 마지막으로 간식을 먹으며 쉬었다.
이제 대흥사로 내려가는 비탈길만 조심하면 된다.
그런 비탈길 내가 제일 취약한 곳이다. ㅠㅠ
그런데 마음을 단단히 먹고 내려가려고 하니, 세상에나! 여기에도 계단이 생겼다!
진짜 해남 군수에게 감사해야겠다. ㅎㅎ
가파른 내리막을 낑낑거리며 내려가는 대신 여유롭게 계단을 내려갔다.
마지막에는 약간의 너덜길이 있지만 그래도 이 정도가 어디인가?
두륜봉에서 500m가량 내려가면 길이 평탄해진다.
진불암을 지나 대흥사로 내려갔다.
대흥사 경내에도 봄이 왔다.
대흥사
천천히 대흥사를 구경한 후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여관이라는 유선여관을 구경하고 경내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유선여관
주작산이 생각보다 힘들었고 두륜산 봉우리 세 개마저 밧줄을 잡고 올라가야 할까 봐 걱정을 했었는데 다행히 두륜산에는 계단이 요소요소 설치되어 있어 거저먹기로 수월하게 산행할 수 있었다.
계단이 있어 편하기는 산행의 묘미가 사라진 것 같아 섭섭하다.
어제, 오늘 바람이 워낙 강해서 함께 가는 사람이 없었더라면 날아갔을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고대했던, 그리고 환상적인 1박 2일 덕룡산 ~ 주작산 ~ 두륜산 종주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