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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내게 등산이란

운동이라고는 담쌓고 살던 내가 2012년 5월 인터넷을 뒤져 덜컥 산악회에 가입하고 등산을 시작하였다.

그렇게 된 이유는 설명하기가 길지만 어쨌든 등산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 지금 생각해도 신기하기만 하다.

문을 열면 관악산, 청계산이 코앞인 곳에서 10년 넘도록 살면서도 과천 매봉 올라간 게 겨우 한 번이다.

그나마 가기 싫은 걸 억지로 끌려서 갔으니 내가 얼마나 운동을 싫어하는지 알 수 있겠지?

욕먹을 일이지만 운동하는 사람들, 특히 등산하는 사람들이 참 한심해 보였는데, 내가 그 대열에 합류하게 되다니!

사람 인생 참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산악회 가입해서 처음 관악산을 쫓아갔다 오고는 병이 나서 병원에 2주 동안 입원을 하였다.

정말 죽을 정도로 아파서 '하나님, 살려주세요.'를 수없이 되뇌었는데 몸무게가 39kg까지 빠져 퇴원을 하고 나니 오기가 나는 거였다.

내가 누구인가?

한다면 하는 사람 아닌가?ㅋㅋ

'산, 너 한 번 붙어 볼래?'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그렇게 산행이 시작되었다.

우리나라에 산이 4,000개가 넘는다고 하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난 그중 100개만 올라가 보자고 목표를 정했다.

처음에는 한 달에 두 번 산행을 했는데 그렇게 두, 세 달 등산을 하다 보니 욕심이 생겼다.

그래서 300개로 목표를 재조정하였다.

하지만 너무 스트레스 받을 것을 우려하여 기한을 10년으로 정하였다.

10년 동안 300개 산에는 올라갈 수 있겠지.

1년에 30개, 한 달에 2~3번은 가능하지 않을까?

결과적으로는 2014년 10월까지 약 2년 반 동안 125개 산에 올라갔다.

125번 산행이 아니라 125개 산이다!!

따라서 산행 횟수는 그 보다 더 많다는 이야기이다.

참 대견하다.ㅎㅎ

학교 친구들은 그런 나를 보고 깜짝 놀란다.

도무지 운동하고는 거리가 멀던 사람이 등산을 한다니 믿기지가 않는 모양이다.

네 체력으로 어떻게 등산을 하느냐고 놀라는 친구들도 있고, 등산도 학교 다닐 때 공부하듯이 하는 모양이라고 내 의지력에 감탄(?)하는 친구들도 있다.

하여튼 나도 놀라고 남도 놀라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등산을 하면서 내가 참 많이 변했다는 것이다.

까칠하다면 까칠한 나였는데 산을 다니면서 많이 둥글어진 것 같다.

꼿꼿했던 목도 많이 꺾였고.

원래 자연을 좋아했지만 자연은 참으로 많은 것을 나에게 주었다.

내 아픔을 치유해주고, 내 슬픔을 감싸주고, 내 행복을 일깨워주었다.

혼자서 걷는 산길은 내게 더없는 기쁨을 주었다.

잊고 있었던 수많은 감사거리를 깨닫게 해 주었다.

나를 산으로 인도해준 사람들에게 감사하고, 산에서 만나는 좋은 사람들에게 감사하고, 이렇게 산에 다닐 수 있는 내 환경이 감사하고, 무엇보다 아름다운 자연과 이 모든 것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하다.

내가 앞으로 언제까지 등산을 할 수 있을는지 모르지만 하루하루를 소중히 보내고 싶다.

내 머릿속에, 내 마음속에 아름다운 기억을 가득히 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