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로즈퀸 님이 산행 중 유명을 달리하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난주에 16기에서 백두대간 산행을 하다 두 사람이 길을 잃고 알바를 하게 되었단다.
산우들과 연락을 주고받다 휴대폰 배터리가 나가서 연락이 끊긴 채 끝내 하산을 못했는데 다음 날 찾아보니 한 분은 이미 세상을 떠났고 한 분은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고 한다.
산행 잘하기로 소문난 분이었는데...
지난달 청량산에서도 뵈었는데...
갑자기 산이 무서워진다.
언제나 내게 다정하게 말 걸어주던 산이 아니었던가?
위로도 해주고 아픔도 달래주던 산이 아니었던가?
아마도 산은 하나님 같은가 보다.
사랑으로 품어주시지만 결코 만홀히 여김을 받지 않으시는 하나님처럼 산도 넉넉히 우리를 품어주지만 결코 만만히 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가르쳐준다.
작년 겨울 선자령에 갔을 때 눈앞에서 죽음을 목격했던 적이 있다.
저체온증으로 탈진한 분을 나뭇가지를 꺾어 들것을 만들어 뉘어서 메고 내려오는데 거풀거리던 목숨이 힘없이 스러져가던 모습.
죽는 게 이렇게 쉬웠던가 의아했었다.
그리고 자연 앞에서, 창조주 앞에서 우리가 얼마나 미약한 존재인지 다시 한 번 깨달았었는데 오늘 또 산우의 죽음을 접하고 보니 지금 내가 힘들어하고 고민하는 문제들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태어나는 날은 대략 예측이라도 할 수 있지만 죽는 날은 그야말로 도적같이 찾아올 텐데 난 그날을 준비하고 있는가?
언제, 어느 순간 이 세상을 떠나더라도 후회 없이 떠나고 싶다.
하나님 앞에 너무 부끄럽지 않은 모습으로 설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무런 미련도 남기지 말고, 아무런 아쉬움도 남기지 말고, 내게 주신 것은 주위에 다 나눠주고 그렇게 떠나고 싶다.
바라건대 내 이름처럼 아름다운 향기만 남긴 채 가고 싶다.
그래서 산이 지난 화요일 그렇게 침묵하고 있었나?
너 자신을 알라고?
그래도 산은 가야겠지?
가야 할까?
누군가의 아내이고, 누군가의 엄마이고, 누군가의 형제자매이고, 누군가의 친구였을 그분은 내려오지 못하는 산에서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마지막 순간까지도 산을 사랑했을까?
두려움에 질려 산에 배신당한 느낌으로 절망했을까?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