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2016년 1월 26일 화요일 (맑음)
산행코스: 생달리 문경오미자연구소 ~ 촛대바위 ~ 낙타바위 ~ 수루봉 ~ 황장재 ~ 감투봉 ~ 황장산 ~ 작은차갓재 ~ 차갓재 ~ 안생달
산행거리: 대간 3.4km + 접속 6.6km = 10.0km
산행시간: 10:00 ~ 17:15
산행트랙:
등산지도:
대장님께서 버스 안에서 알바를 조심하라는 말을 질리도록 하셨다.
들머리부터 알바 위험이 있으니 꼭 병아리처럼 대장을 따라서 오라고 하셨다.
작은차갓재에서도 알바 위험이 있으니 직진하지 말고 90도 좌측으로 꺾어져 내려오라고 하셨다.
그런데 두 번이나 대형 알바를 하게 되었다.
하지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17기의 단결과 저력을 보여준 하루였다.
대개 저수령에서 차갓재까지 가는 것이 보통이지만 대장님께서 황장산 구경을 제대로 시켜주겠다고 저수령에서 황장재까지, 그리고 황장재에서 차갓재까지로 구간을 끊으셨다.
지난 29차 때 저수령에서 황장재까지 가서 방곡리로 내려갔고, 오늘은 생달리에서 촛대바위를 거쳐 황장산으로 간 다음 차갓재에서 안생달로 내려간다.
대간 구간을 이렇게 끊는 사람은 아마 산돌이 대장님 밖에 없을 것이다.
인간적인 약점들이 있긴 하지만 그분의 열정은 높이 사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긴 흠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이제는 그냥 미운 정, 고운 정이 다 들은 것 같기도 하다.
원래는 동로초교 생달분교 앞에서 산행을 시작하려고 하였다.
그런데 CCTV가 작동하고 있다며 5km쯤 떨어진 문경 오미자연구소앞에서 산행을 시작하게 되었다.
오늘은 출입금지 현수막과 함께 산행을 시작하여 출입금지 현수막과 함께 산행을 마치게 된다.
도로를 따라 올라가면 문경오미자연구소가 나온다.
도로를 따라 왼쪽으로 가노라면 촛대바위에서 수루봉까지의 암릉 구간이 보인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도 못 하며 마냥 설레는 가슴으로 걸어갔다.
오미자 밭을 가로질러 산으로 들어갔는데 어, 길이 없다.
국공들을 피하려다 보니 대장님도 처음 가보는 길로 들어선 것이다.
모두들 병아리들처럼 대장님 뒤를 따라 무조건 산을 치고 올라가기 시작하였다.
헥헥거리며 가풀막을 올라서니 이리로 가면 안 될 것 같다고 하신다.
그리하여 그때부터 거의 두 시간 동안 3km 정도를 헤매고 다녔다.
세 그룹으로 뿔뿔이 나뉘어 올라갔다 내려갔다, 이리 갔다 저리 갔다...
대장님은 미안하여 어쩔 줄 몰라 하시고.
우여곡절 끝에 촛대바위 아래에서 모두들 합류하여 산행을 정상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
그런데 알바하는 동안 길도 없는 가파른 경사 길을 올라갔다 내려갔다 했더니 본격적으로 산행을 시작하기도 전에 기운이 다 빠져 버렸다.
그래도 그 난리를 치며 찾아간 촛대바위는 그동안의 고생을 깡그리 잊게 하였다.
촛대바위 앞에서 신나게 사진을 찍었는데 앞으로 어떤 길이 기다리고 있을지 알았다면 그렇게 웃지는 못했을 것 같다.
촛대바위
촛대바위 꼭대기까지도 올라간다는데 바위가 살짝 얼어있고 눈이 덮여있어서 대장님께서 올라가는 건 금지하셨다.
용감하게 중간쯤까지 올라가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난 알바하느라 이미 다리에 힘이 빠져있어서 그냥 안전하게 아래에서 사진을 찍었다.
사진의 오른쪽은 절벽이라 저 정도 올라서는 것도 겁이 났다.
지난 가을 관악산 왕관바위에서 떨어지고 난 다음에는 완전 겁쟁이가 된 것 같다.ㅠㅠ
예전에는 신나라하고 올라갔었는데.
촛대바위 왼쪽으로 조심해서 돌아가면 릿지 구간이 나온다.
가느다란 줄이 매달려있어 그나마 두 다리로 올라갈 수 있었다.
올라 가보니 나무로 된 추모비가 있었다.
이곳에서 릿지를 하다 조난당한 산우를 기리는 추모비인 것 같다.
오늘 나도 바짝 정신 차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기운이 빠졌을 때 바위를 타면 더 위험한 것 같다.
무사히 하산할 수 있게 해 주세요.
올라가서 뒤돌아보니 촛대바위가 더 멋있게 보였다.
아래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촛대바위 옆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밧줄을 잡고 바위를 올라온 것이다.
계속해서 암릉을 넘어간다.
아래 사진의 바위를 타고 가서 왼쪽으로 내려가면,
또다시 슬랩이 나온다.
다행히 여기도 가느다란 밧줄이 늘어져있었다.
눈이 없다면 잘하는 사람들은 그냥 올라가겠지만 살짝 얼어있는 바위가 상당히 미끄러웠다.
그래서 용감하게 그냥 올라가려던 사람들도 결국은 모두 밧줄을 잡고 올라갔다.
올라가면 낙타바위를 볼 수 있다.
낙타바위
찍고, 찍고, 또 찍고.
오늘 시간이 많다고 하여 마냥 널널하게 시간을 보내며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단체 사진도 찍었다.
(왼쪽 맨 앞이 산돌이 대장님)
안부에서 늦은 점심을 먹은 후 수루봉으로 갔다.
수루봉으로 가려면 칼바위 능선을 지나야 한다.
아무리 칼바위 능선이래도 이렇게 좁은 칼바위 능선은 처음인 것 같다.
양 옆이 절벽이라 오금이 저린다.
정신없이 가다 보니 언제 지났는지도 모르게 수루봉을 지나고 황장재를 향하여 가고 있었다.
멀리 여우목고개와 산들이 보였다.
대장님이 저게 대미산이고 저게 무슨 산이고 하며 가르쳐 주셨는데 가는데 정신이 팔려서 제대로 듣지를 못하였다.
알바하고 암릉을 오르다 보니 힘이 다 빠진 데다 자꾸 다리에 쥐가 나려고 해서 혹시라도 사고가 날까 봐 초긴장하여 걸어갔다.
그러다 휘어진 나무에 머리를 쿵 부딪쳤다.
아이고, 머리야!
정말 별이 보일 지경이었다.
다리에만 신경을 쓰고 머리에는 신경을 안 썼네.ㅠㅠ
다리도 아프고, 머리도 아픈 채 황장재에 도착하였다.
황장재
2주 전과 마찬가지로 이정표가 뽑혀 생달리 쪽 비탈에 내팽개쳐 있었다.
대신 황장재에는 나무에 황장재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지난번에 왔을 때는 이 글씨를 못 보았는데 황장산 쪽을 향하여 글씨가 쓰여 있기 때문이다.
황장재에서 감투봉으로 가는 길은 또다시 무지막지하게 가파른 오르막이다.
왜 이 지역이 비법정탐방로인지 알 것 같다.
감투봉은 올라가지 않고 옆으로 돌아서 지나갔다.
계속 가면 또 칼바위 능선이 나온다.
왜 우회길도 없는 것이야?
아이젠을 했지만 칼날 능선의 눈 덮인 바위를 지나가는 것이 못내 겁이 난다.
겁이 나니까 발이 더 안 떨어지고.
그렇다고 여길 기어서 갈 수도 없고.
다시 내려갈 수도 없고.
오늘 산행 거리 짧다고 했는데 그냥 짧은 게 아니네. ㅠㅠ
짧은 다리로 바위를 오르내리려니 힘이 들어서 허벅지에 쥐가 난다.
아이고, 다리야.
칼날 능선을 지나가서 보니 지난번 대간 때 나를 그렇게 기쁘게 했던 천주산이 흐릿하게 보였다.
황장산으로 올라가기 전 배창골 삼거리에는 공사를 하려는지 자재들이 잔뜩 쌓여 있었다.
이후에도 계속해서 자재들이 쌓여 있는 곳이 많아 있었는데 아마 공사를 마치고 나면 이곳의 출입금지를 풀어 주려나 보다.
황장산에 올라가니 그곳에도 자재들이 쌓여 있었다.
황장산 정상
산세에 비해 정상석이 아담하다고 생각했는데 옆을 보니 새로 세우려는 정상석이 누워 있었다.
그래, 이 정도는 돼야지.
이제 내려가기만 하면 되는 거예요?
아니란다.
아직도 암릉이 남아 있단다. ㅠㅠ
이런 곳을 벌벌 떨며 지나서 묏동바위를 향해 갔다.
산 넘어 산이라고 오늘 암릉은 원 없이 타보는 것 같다.
묏동바위는 암릉 구간의 피날레로 손색이 없었다.
밧줄이 있지만 눈이 얼어붙은 수직의 바위를 내려가는 것은 살 떨리는 경험이다.
대장님이 가져오신 자일을 허리에 묶은 후 밧줄은 잡고 내려갔다.
내려와서 본 묏동바위
이곳에는 밧줄이 두 군데에 있었다.
사람들이 많이 오는 곳도 아닌데 교행 하라는 것도 아닐 테고 무엇 하러 밧줄을 두 군데에 놓았을까?
묏동바위를 내려가서 조금 가다 보면 바위가 나오는데 거기가 알바하기 쉬운 지점이다.
그 바위 앞에서 왼쪽으로 90도 꺾어져 내려가야 한다.
그런데 대장님께서 설명에는 묏동바위에서 조심하라고 써놓고 지도에는 작은차갓재에 주의 표시를 해놓는 바람에 선두로 갔던 10여 명이 직진을 하여 단양 쪽으로 내려가 버렸다.
왼쪽으로 내려가면 아래 이정표가 있다.
황장산 쪽에서 오는 사람들을 위하여 위에다 이정표를 세워 놓아야 하는데.
이제부터는 별다른 위험 구간 없이 작은차갓재까지 계속 내리막이다.
뒤돌아보니 묏동바위가 보였다.
저기를 내려왔단 말이지?
작은차갓재에 도착한 후 다시 작은 봉우리를 넘어 차갓재를 향하여 갔다.
작은차갓재
차갓재에는 백두대간 남한 구간 중간지점이라는 표지석이 있었다.
차갓재
과연 내가 대간을 할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하며 시작을 했는데 벌써 반이나 왔다.
또다시 이곳에서 단체 사진을 찍었다.
안생달로 내려가니 출입금지 현수막이 있었다.
하루속히 공사를 마치고 이곳이 법정탐방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안생달에는 문경 오미자 동굴 카페와 와인피플이라는 와인 공장이 있다.
두 곳 모두 한 집에서 운영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곳에서는 포도로 만든 와인이 아니라 머루나 오미자로 만든 와인을 판매하고 있었다.
대장님이 잘 아신다는 와인피플 사장님께서 한 병에 6,000원 하는 와인을 2병에 10,000원, 14병에 60,000원에 주셨다.
선물용으로 쓰려고 오미자보다 단 맛이 강하다는 머루 와인을 9,000원에 두 병 샀다.
안생달을 떠난 버스는 1시간가량 돌아가서 알바하며 단양 쪽으로 내려간 일행들을 태우고 서울로 향하였다.
오늘은 대간 산행 중 최강 힘들었고 최강 멋있었다.
알바 구간 포함 10km 산행 중 대간 거리는 3.4km 밖에 안 되고 접속 구간이 6.6km나 된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대간 산행이었으니 도대체 누가 이렇게 대간 구간을 끊겠는가 말이다.
그러나 대장님 덕분에 오늘 정말 멋있는 구경을 하였다.
아이젠을 안 가져온 산우가 있었는데 대장님께서 아이젠을 한 짝 빌려주시고 끝까지 후미에서 함께 가주셨다.
밉지만 마냥 미워할 수만은 없는 대장님이다.
또한 평소에는 따로 노는 것처럼 보이는 대원들이었지만 오늘은 모든 산우들이 하나 되어 서로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며 무사히, 즐겁게 산행을 하였다.
특히 선두에서 끌어올리고 들어 내리느라 애써주신 고문 님께 감사드린다.
언제나 뒤에서 함께 가며 힘이 되어주는 대정지기 님 부부에게도 감사드린다.
그리고 무엇보다 항상 이 벌벌이 느림보 misscat을 도와주시는 후미 대장 임병수운 님께는 뭐라 감사의 말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
오늘 같은 날은 나 때문에 배로 더 힘이 드셨을 것 같다.
또 오늘 함께 하지 못한 k현민 님 생각이 많이 났다.
우리 trio가 차갓재에서 같이 사진을 찍었어야 했는데. ㅠㅠ
끝까지 함께 가면 좋을 텐데.
그러기로 했는데.
하지만 그럴 수 없을 정도로 많이 힘드신가 보다. ㅠㅠ
나 때문인 것 같아 미안할 뿐이다.
이 산을 다시 가게 될까?
지금 생각으로는 다시 가지 않을 것 같다.
생각만 해도 다리가 후들거린다.
하지만 또 누가 아는가?
어느 날씨 좋은 날 필 받고 황장산으로 달려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