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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2015.12.22 백두대간 29차: 죽령 ~ 도솔봉 ~ 묘적령 ~ 고항치

산행일시: 2015년 12월 22일 화요일 (맑음)
산행코스: 죽령 ~ 삼형제봉 ~ 도솔봉 ~ 묘적봉 ~ 묘적령 ~ 고항치
산행거리: 대간 8.0km + 접속 2.0km = 10.0km
산행시간: 09:50 ~ 15:40
산행트랙:

죽령~묘적령~고항치 20151222_0951.g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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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지도: 

 

오늘은 죽령에서 묘적령까지 간다.

10km 정도니까 좀 수월하게 산행할 수 있지 않을까?

죽령에 도착해서 표지석 앞에서 사진을 찍고 산행을 시작하였다.

 

죽령

도솔봉까지는 6km란다.

길은 곧 죽령 옛길과 대간 길로 나누어진다.

 

대간 길도 처음에는 정말 좋다.

 

옛날 보부상들이 봇짐을 메고 다녔을 것만 같은 그런 길이지 않은가?

완만하게 오르는 길을 따라가노라니 상고대가 보이기 시작했다.

 

길이 계속 이렇게 순탄하기만 하면 좋으련만.

그러한 바람에 찬물을 끼얹듯 바로 급경사 오르막이 나타났다.

 

가파르게 치고 올라가는 만큼 상고대는 급격히 늘어난다.

예전에 보던 눈과 같은 air hoar나 soft rime이 아니라 고드름과 같은 hard rime이다.

 

얼마나 단단한지 스틱으로 쳐도 떨어지지 않는다.

나뭇가지에 달라붙은 얼음들이 햇빛을 받아 투명하게 반짝거렸다.

오른편으로는 나뭇가지 사이로 소백산 천문대가 보였다.

 

죽령에서 2km 정도 올라가니 땅에도 눈이 쌓여 있었다.

 

푸르른 산죽과 하얀 눈길을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왼쪽으로 조망이 트이는 곳에서 바라보니 멀리 가야 할 도솔봉이 보였다.

 

                (뒤에 뾰족 솟은 봉우리가 도솔봉)

흰봉산 갈림길을 지나니 추모비가 있었다.

 

작년 11월, 대간 16기에서 이곳을 지나다 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난 로즈퀸 님을 기리는 추모비였다.

그 사고 이후 내가 블로그에 <삶과 죽음>이란 글도 썼었는데 벌써 1년이 지났구나.

누군가 죽더라도 세상은 아무 일 없이 잘 돌아간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허망하기도 하고 그렇다.

결국 '나'란 존재는 아무것도 아닌 것인가?

피었다 지는 꽃처럼 그저 자연계의 one thing일 뿐인가?

나그네와 같은 존재일 뿐인데 잠시 있다 가는 세상에서 욕심 부려 무엇하겠는가?

다시 한 번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어떻게 죽어야 할 것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이후 왼쪽으로 구부러진 대간 길은 도솔봉을 향해 나아간다.

 

삼형제봉을 지나 안부에서 점심을 먹고 길을 떠났다.

도솔봉에 오르니 사방이 뻥 뚫려 감탄을 자아낸다.

 

도솔봉 정상

(지나온 능선)

소백산

단양 쪽 운해

멋진 구름과 태양

도솔봉에서 주변 경관을 한참 동안 만끽한 후 묘적봉으로 향하였다.

도솔봉에서 묘적봉까지는 2km이다.

도솔봉을 지나면 바로 헬기장이 나오고 곧이어 길고 가파른 계단이 나온다.

 

그 가파른 계단에서 내려다보는 경치가 또한 끝내준다.

 

또다시 경치에 취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묘적봉을 향해 올라가는데 오늘 그리 험한 길도 아니었건만 꽤 힘이 든다.

하여튼 쉬운 산행이 한 번도 없어요. ㅠㅠ

 

묘적봉 정상

묘적봉에서 간식을 먹고 묘적령으로 내려섰다.

묘적봉에서 묘적령까지는 0.7km이다.

사동리로 가는 삼거리에서 저수령 쪽으로 조금 더 가야 묘적령이다.

 

묘적령에 도착하니 대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셨다.

 

묘적령

지난번에 왔던 길이라 걱정을 안 하셔도 되는데 그래도 혹시 알바를 할까 후미를 기다리신 것 같다.

이곳에서 직진을 하면 고항치로 내려가고 리본이 많이 달려있는 오른쪽으로 가면 저수령으로 간다.

이후 <마루금치유숲길>을 2km 따라 가면 고항치(고항재)에 다다른다.

 

확실히 모르고 가는 길보다는 알고 가는 길이 덜 힘이 드는 것 같다.

인생도 이와 같이 알고 간다면 그렇게 힘들지 않을 것 같은데.

하지만 앞에 무엇이 있을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가야 하니 힘이 든다.

아마도 그것은 인생이나 길 자체가 힘들어서라기보다는 두려움 때문일 것 같다.

예측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특히나 겁이 많은 나는 그 두려움이 더 크다.

그래서 항상 걱정하고 염려하고 신경을 쓰고 여러 가지 계획을 세우고 준비를 하고...

왜 난 아직도 믿음이 부족할까?

하나님께서 나와 동행하시며 나를 위해 가장 좋은 길을 예비해두셨는데 왜 아직도 이렇게 불안해할까?

아이들이 처음 미끄럼틀을 탈 때 내가 손을 잡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서워하여 타지를 못하였다.

난 걱정 말라고, 엄마가 손잡고 있으니까 괜찮다고 해도 아이들은 무서워했다.

내가 딱 그 모습이다.

하나님께서 걱정, 근심하지 말라고 하시지만 난 손을 꼭 잡고도 무서워 어쩔 줄 몰라 하는 아이와 같다.

내 연약함이 싫다.ㅠㅠ

고항치에 도착하니 3시 40분이다.

 

고항치

대장님께서 시간을 많이 주시기는 했지만 20분이나 일찍 하산했다!!

내년에는 모든 대간 산행이 오늘만 같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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