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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2024.04.22 김희성 파이프 오르간 독주회

날짜: 2024년 4월 22일 월요일 (맑음)
장소: 롯데콘서트홀

 

롯데콘서트홀은 음향이 좋아 예전부터 이곳에서 파이프 오르간 연주를 하면 최적이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오늘 확인을 하러 간다.
롯데콘서트홀에 설치된 파이프 오르간은 오스트리아 리거(Rieger)사 제품이다.
리거 파이프 오르간은 롯데콘서트홀뿐만 아니라 영산아트홀, 양재 온누리교회, 천주교 대구 범어대성당 등에도 있다.
양재 온누리교회에서 매주 예배 때마다 파이프 오르간 연주를 듣지만 사실 사랑홀은 음향이 썩 좋은 곳은 아니라 롯데콘서트홀에서는 어떻게 들릴지 궁금하였다.
첫 곡은 Bach의 Toccata & Fugue BWV 565이다.
너무나 잘 아는 곡이라 쉽게 비교가 될 수 있는 곡이다.
다시 말하면 잘해야 본전이라는 뜻이다.
흠, 웅장함과 경쾌함을 겸비해야 할 것 같은데 시종 무겁게 들렸다.
두 번째 곡은 Dupre의 Variation on the Noel op.20이다.
세상 슬픈 노엘인 것 같다.
세 번째 곡은 친구인 이해성이 김희성에게 헌정했다고 하는 <위로 10 - 감사>이다.
팀파니와의 이중주는 좋은 선택인 것 같은데 "위로"가 아니라 "심판의 날"처럼 들렸다.
<O Fortuna> 같은 느낌이랄까?
인터미션 후 마지막 곡으로 Mussorgsky의 Pictures on Exhibition을 카로스 타악기 앙상블과 함께 연주하였다.
오늘 레퍼토리 중 가장 궁금했던 곡이다.
완전히 다른 그림들을 본 것 같다.
원래 피아노 곡이니까 파이프 오르간으로 연주한다고 해서 나쁠 것은 없다.
오히려 타악기 앙상블과 어우러져 관현악적 색채가 멋있게 표현되었다.
각각의 곡들마다 파이프의 조명 색깔이 변하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이 곡이 가벼운 곡은 아니지만 왜 이렇게 무겁게 들릴까?
오늘은 연주가 대체로 다 무겁게 들렸다.
내 추억 속의 파이프 오르간 소리는 절대 무거운 것이 아닌데...
UCLA에 있을 때 파이프 오르간 레슨을 받던 기억이 난다.
파이프 오르간을 배우고 싶어 무작정 교수님을 찾아가 졸랐다.
다행히 테스트를 하고서는 전공자도 아닌 나를 받아주셨다.
음대 건물 안에 작고 예쁜 오르간 연주홀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레슨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교수님의 특별 배려로 연주홀 열쇠까지 받아 연습을 할 수도 있었다.
원형의 석조 홀에서 연주하면 얼마나 소리가 아름답던지 엄청 잘하는 것처럼 들렸다.
그 맛에 한동안 내 전공보다 더 열심히 했다. ㅋ
그 교수님은 어떻게 지내실까?
내가 suite를 연주할 때면 옆에서 춤을 추시기도 했는데...
오르간 소리는 스톱만큼이나 다양하고 다채롭기도 하다.
그런데 오늘 연주는 다소 단조롭고 무겁게 들려서 아쉬웠다.
또한 온누리교회의 파이프 오르간이 더 좋은 것인지, 아니면 공간이 작아서 그런 것인지 롯데콘서트홀에서의 파이프 오르간 소리가 특별히 더 좋게 들리지도 않았다.
어쨌든 파이프 오르간과 타악기 앙상블이라는 흔치 않은 연주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