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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 <플로스 강의 물방앗간> (The Mill on the Floss)

지은이: George Eliot

 

플로스 강변에 있는 돌코트 물방앗간의 소유주인 털리버 가의 흥망성쇠를 그리고 있다.
"심리적 리얼리즘의 선구"적인 소설이라고 하는데 특히 딸 매기의 내적 갈등과 투쟁에 대한 묘사가 압권이었다.
여자는 남자보다 열등하다는 생각, 여자는 똑똑하면 안 된다는 생각, 여자에겐 자의식이 없다는 생각은 그 옛날 서양이나 동양이나 같았나 보다.
성경을 몰랐던 동양은 그렇다 치더라도 신본주의 시대를 지낸 서양은 왜 그런 생각을 했을까?
남자가 충분히 똑똑하다면 하나님께서 왜 남자의 돕는 배필로 여자를 만들었겠는가? ㅋ
우두머리는 행동가이고 참모는 지략가 아니던가?
문득 생각해보니 남녀 차별이 전혀 없는, 오히려 아들보다 딸을 더 귀하게 여기는 집안에서 자란 것도 큰 복인 것 같다.
덕분에 좀 오만방자하기는 했지만. ㅋㅋㅋ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이 소설은 매기를 중심으로 본능(열정)을 따를 것인지, 도덕적 요구(의무)를 따를 것인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것을 요청한다.
결국 매기는 자신과 스티븐의 본능에 저항하고 더 높은 수준의 기쁨과 평안을 위해 도덕적인 요구를 따른다.


과거가 우리를 구속하지 못한다면 도대체 의무란 어디에 있는 건가요?

그렇게 되면 우리에겐 순간적인 욕망 이외에는 아무런 법칙도 남지 않아요.
진정한 관계란 우리가 다른 사람의 마음속에 심어놓은 감정과 기대 속에 있어요.

 

매기의 이런 말들은 스토아학파처럼 우리가 감정이 아니라 이성을 따라야 함을 나타낸다.
흔히 이성적인 사람은 감정도 없이 냉철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소설에서 매기가 보여주는 치열한 내적  투쟁은, 심지어 마지막에 톰이 하는 말은  이성의 선택이 결코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큰 감정의 소용돌이를 지나야 함을 보여준다.
나 또한 이성적인 사람으로서(?) 그러한 오해를 많이 받아왔는데 이 소설을 읽으며 일종의 위안을 받았다.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힘들지만 그럴만한 가치가 있구나.' 하는...


내가 어딜 가더라도 내 마음은 네가 있는 곳에 있을 거야.

그리고 기억해.  나는 변함없이 네 사람이라는 걸.

이기적인 소망이 아니라 그런 소망조차 배제하는 헌신적인 애정으로

너를 사랑하는 네 사람이라는 걸.

 

필립의 고백은 숭고한 사랑의 진수이다.
매기와 필립, 스티븐의 고통이 너무나도 생생히 느껴져서 책을 덮고 나서도 오랫동안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