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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2024.05.14 뱌체슬라브 그리야즈노프 피아노 리사이틀

날짜:2024년 5월 14일 화요일 (맑음)
장소: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

예전에는 조금만 잘해도 잘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요새는 모든 분야에서 실력이 놀랄 만큼 향상되어 웬만큼 잘해서는 주목받기가 힘들다.
우리 아이들이 참 힘든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연주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고등학교 때 치던 곡들을 요새는 초등학생들이 치고 있으니...
오늘 연주자인 뱌체슬라브 그리야즈노프(Vyacheslav Grayznov)는 이런 고도의 경쟁사회에서 자신만의 강점을 가지고 있는 연주자이다.
그가 가진 강점이란 바로 편곡이다.
피아니스트가 편곡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일반적이지는 않다.
작곡을 공부했나?
전반부는 편곡한 곡들로, 후반부는 리스트 초절기교 연습곡들로 구성하여 편곡자와 연주자로서의 실력을 보여주었다.

 

전반부에서는 한 개의 실내악곡과 4개의 관현악곡을 피아노곡으로 편곡하여 연주하였는데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편곡의 문제인지 연주의 문제인지 모르겠는데 <꽃의 왈츠>나 <라 발스>의 경우  화려함이 제대로 표현된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은 마치 관현악곡을 그대로 듣는 듯했다.
인터미션 후 후반부에서는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 12개를 쉬지도 않고 연달아 1시간 10분 동안 연주하였다!
와, 미쳤다!
진짜  괴물 아냐?
속도로 승부를 내려는 듯 손가락은 무지 빠르나 왠지 영혼이 좀 빠진 느낌이었지만 연주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진짜 대단하다.
듣는 내가 다 힘들 정도인데...
전반부에서는 힘을 다 쓰지 않고 가볍게 치는 것처럼 느껴졌는데 후반부를 위해 힘을 비축하려 그랬나 보다.
그 어려운 초절기교 연습곡을 12곡 연달아 연주하고 나서도 앙코르 곡을 두 곡이나 연주하였다.
아마 이 사람은 평상시 이런 곡들을 연습곡으로 항상 치나 보다.
앞으로도 계속 지치지 말고 놀라운 연주 마라톤을 이어가길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