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2015년 11월 12일 목요일 (맑음)
산행코스: 남여치 ~ 월명사 ~ 직소폭포 ~ 재백이 고개 ~ 관음봉 ~ 관음봉 삼거리 ~ 내소사 ~ 주차장
산행거리: 10.4km
산행시간: 10:25 ~ 15:40
산행트랙:
등산지도:
바다를 보러 내변산으로 갔다.
난 산에 올라갔을 때 바다나 강이나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것이 좋다.
산과 물을 다 누리고 싶어 하는 마음이 욕심일까?
길이 좋아져 3시간 15분 만에 남여치에 도착하였다.
남여치에는 자연친화적인 멋진 화장실이 있었다.
우리나라에 정말 예쁜 화장실들이 많은데 이왕 만드는 거 이렇게 예쁘게 만드니 정말 좋다
산행 준비를 하고 월명암 탐방로로 들어섰다.
길이 험하지는 않지만 계속 오름길이다.
지난 화요일 소백산에서는 시원해서 좋았는데 여긴 남쪽이라 그런지 덥다.
난 차라리 추운 날씨에 산행하는 것이 더 나은 것 같다.
더우면 방법이 없으니까.
남여치에서 월명암까지 1.9km이다.
쌍선봉 삼거리를 지나 월명암 쪽으로 갔다.
쌍선봉은 출입금지 지역이란다.
월명암 쪽으로 갈수록 단풍이 고와진다.
새로 떨어진 낙엽이 깔린 길도 너무 예쁘다.
월명암에 이르니 삽살개가 먼저 반겨준다.
뭔가 먹을 게 있으려나 하고 연신 꼬리를 흔들어대며 주위를 서성거린다.
과자도 하나 주고, 머리도 한 번 쓰다듬어주고.
월명암
월명암 대웅전 앞에 모과나무가 두 그루가 있는데 오른쪽에 있는 나무는 노랗게 익었고 왼쪽에 있는 나무는 아직 파랗다.
노랗게 익은 모과나무 아래에는 다 주워갔는지 모과가 하나도 없고 파란 모과나무 아래에는 떨어진 모과가 잔뜩 쌓여있었다.
몇 개를 주워 배낭에 챙겨 넣었다.
사진만 봐도 모과향이 물씬 풍겨 나는 것 같지 않은가?
월명암에서는 내변산 정상인 의상봉과 쇠뿔바위봉이 마주 보인다.
왼쪽에 시설물이 있는 곳이 의상봉이다.
군부대가 있어 역시 출입금지 지역이라고 한다.
월명암을 지나 직소폭포 쪽으로 가다 보니 조망이 트이는 곳에서 부안댐과 그 위로 관음봉, 그리고 변산 너머 바다까지 보였다.
역광이라 사진으로 잘 안 잡히는 것이 아쉽다.
자연보호헌장탑을 지나 직소폭포로 갔다.
내변산 주차장에서 이쪽으로 오면 훨씬 빠르고 쉽게 올 수 있을 것 같다.
직소보 다리를 건너 계속 가니 부안댐이 나온다.
부안댐
댐을 빙 둘러 돌아가는 길이 아름답다.
직소폭포 가기 전에 선녀탕에 들렀다.
선녀탕
맑은 물에 정말 선녀라도 살 것 같은 분위기이다.
선녀탕을 지나 300m만 올라가면 직소폭포가 나온다.
직소폭포
워낙 가물어 별 기대를 안 하고 왔는데 그런대로 폭포가 멋있었다.
빨간 단풍과 어우러진 폭포의 모습은 강렬한 미적 경험 그 자체이다.
폭포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관음봉을 향하여 갔다.
폭포 위로 난 길을 따라가면 직소폭포를 위에서 내려다볼 수 있다.
길은 다시 순해지고,
재백이 다리를 건너 조금 올라가면 재백이고개이다.
재백이고개
관음봉을 가려면 이곳에서 내소사 쪽으로 가야 한다.
바다가 한 손에 잡힐 듯이 가까이 보인다.
그리고 관음봉이 보인다.
아휴, 저기까지 언제 가나.
화요일 대간 산행 후 힘든 데다 마음까지 힘드니 이 아름다운 산행의 즐거움을 반도 못 누리는 것 같다.
사실 지금 심정은 싸움이라도 대판 했으면 후련할 것 같다.
아니면 소리라도 마음껏 지르던지, 엉엉 소리 내어 울던지.
롤러코스터를 타러 갈까, 슬픈 영화를 보러 갈까?
애꿎은 사람들만 내 짜증을 받아주느라 고생이다. ㅠㅠ
관음봉 삼거리에서 관음봉까지는 600m이다.
그런데 이전까지 그런대로 순하던 길은 여기부터 까칠해진다.
목책을 쳐놓았지만 길이 좁은 데다 젖은 바위들이 미끄러워 신경 쓰인다.
헬기장을 지나 올라가다 관음봉 못미처 또 철없는 애들을 만났다.
쯧쯧, 뭐가 급해서 지금 나온 거야?
산 아래나 산 위에나 답답한 애들은 항상 있네. ㅠㅠ
이런 애들 도대체 어떻게 말려나 하나?
관음봉 정상
관음봉에는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다른 때 같았으면 바다를 내려다보며 환호성을 질렀을 텐데.
마음이 안 좋으니까 좋아도 좋은 게 없다. ㅠㅠ
그냥 배 타고 바다 멀리 나가버리고 싶다.
이번엔 얼마나 걸릴까?
얼마나 지나야 다시 웃을 수 있을까?
다시 관음봉 삼거리로 돌아가서 내소사로 내려가니 은행이 예쁘게 물들었다.
그걸 보려고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꽤나 법석거렸다.
경내에 있는 느티나무는 1,000년 된 할머니 나무라고 한다.
1,000년 된 할머니 느티나무
천 년씩 산 나무는 어떤 마음일까?
세상 풍파 다 견뎌낸 나무는 내게 무슨 말을 해줄까?
"그것도 일이라고 그라노?" 할까?
아니면 조용히 내 어깨를 두드려줄까?
일주문 밖에는 700년 된 할아버지 나무도 있었다.
700년 된 할아버지 느티나무
연상 연하 커플이네. ㅋㅋ
할머니, 할아버지 오래오래 사세요.
다음번 산행에선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