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등산

2015.11.03 (대구) 팔공산(1,193m)

산행일시: 2015년 11월 3일 화요일 (맑음)
산행코스: 부인사 ~ 마당재 ~ 톱날능선 ~ 서봉 ~ 오도재 ~ 비로봉(정상) ~ 동봉 ~ 수태골 ~ 부인사
산행거리: 11km
산행시간: 10:55 ~ 18:15
산행트랙:

팔공산 20151103_1053.gpx
0.06MB

등산지도: 

 

오늘은 대구에 있는 팔공산을 찾았다.

작년 삼일절에 팔공산에 왔었지만 선본사에서 갓바위로 올랐다가 동봉까지 가보지도 못하고 중간에 동화사로 내려갔었다.

동호회 산악회를 따라가면 가끔 이렇게 코스가 단축되는 경우가 있다. ㅠㅠ

오늘은 서봉, 비로봉, 동봉을 다 가보고 톱날능선도 타보리라 생각하며 부인사에서 산행을 시작하였다.

하늘이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푸르다.

파란 도화지에 빨간 물감을 찍어놓은 듯 맑은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한 단풍잎이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부인사는 인적이 없이 무척이나 조용했다.

 

부인사 옆으로 난 길로 올라갔다.

 

대구 올레 <수태지 계곡길>이란다.

 

요새는 지자체마다 무슨 길이 그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어쨌든 걸을 수 있는 길이 많다는 것은 좋으니까.

<수태지 계곡길>이라는 아스팔트 길을 따라가면 얼마 가지 않아 이말재와 서봉으로 가는 방향이 표시된 이정표가 나오며 왼쪽으로 등산로가 나타난다.

그 길로 올라갔어야 하는데 등산 지도를 가지고 오지 않은 바람에 그저 마당재로 올라가야 한다는 생각만 하고 그 밑에 있는 길로 들어섰다.

 

사람들이 많이 다녔는지 등로가 뚜렷하여 아무 의심 없이 올라갔다.

 

조금 가다 보니 계곡을 따라가는 길이 있고 능선을 타고 가는 길이 있다.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보았을 때는 능선을 타고 가는 것 같았는데 방향은 그게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이럴까 저럴까 머뭇거리는 사이에 k현민 님이 먼저 능선 길로 올라가버리셨다.

하여튼 항상 저렇게 행동이 먼저라니까. ㅎ

할 수 없이 다른 사람들도 k현민 님을 따라 올라갔다.

마른 솔잎이 푹신하게 쌓여있는 길이 점점 가파르게 올라서더니 조망이 트이는 곳이 나타났다.

 

저기가 톱날능선인 것 같은데 이거 너무 방향을 틀어서 올라왔네.

이제 와서 돌아갈 수도 없고 하여 계속 가다 보니 조금은 험한 암릉 구간이 나왔다.

그리고 그 끝에는 출입금지 안내판이 있었다.

 

어쩐지 길이 좀 거시기하다 했더니.

아마도 왼쪽으로 틀어서 파계봉 쪽으로 올라온 것 같다.

그곳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능선을 타고 가니 헬기장이 나왔다. (지도의 H128 지점)

 

헬기장에서 조금 가면 바로 마당재이다.

 

마당재 

아까 부인사에서 이말재/서봉 방향으로 올라왔으면 마당재로 바로 올라오는 건데.

마당재를 지나니 톱날능선의 시작을 알리듯 좁은 바위 통로가 나타났다.

 

봉우리에 올라서서 뒤돌아보니 점심을 먹은 헬기장이 보였다.

 

          지나온 능선

앞으로는 비로봉과 톱날능선의 아름다운 모습이 보인다.

 

           가야 할 능선

그런데 저길 갈 수는 있는 건가?

정말 톱날처럼 너무 날카로운 거 아냐?

그러고 보니 팔공산에 은근히 멋진 바위들이 많다.

 

내려다보이는 산 아래 단풍도 아름답고.

 

군데군데 밧줄 구간도 있으며, 위험한 곳은 출입 금지해놓았다.

그래도 톱날능선의 바위들을 타보고 싶어서 출입금지 푯말을 넘어갔지만 얼마 가지 않아 포기하고 우회로로 가야만 했다.

첫째, 너무 뾰족한 바위들이라 그것들을 다 넘어가려면 시간이 상당히 많이 걸릴 것 같았다.

그리고 둘째, 오늘 내 컨디션이 별로 좋지가 않아서 잘못하다가는 관악산 왕관바위 꼴이 날 것 같았다.

우회로도 아주 쉽지만은 않았다.

겨울에는 상당히 위험할 것 같았다.

어쨌든 아쉬움에 톱날능선을 연신 힐끔거리며 걸어갔다.

이윽고 서봉 삼거리에 도착하였다.

 

서봉에는 지척에 삼성봉과 서봉이라는 정상석이 두 개 있었다.

 

삼성봉 정상

서봉 정상

두 봉우리가 같은 것인지 다른 것인지 잘 모르겠는데 아마도 같은 것이지 않을까 싶다.

이곳에서는 비로봉이 손에 잡힐 듯이 보였다.

 

하긴 1km도 안 되는 거리니까.

그런데 몸이 안 좋으니까 그 짧은 거리도 힘들게 느껴졌다.

오도재를 지나니 왼쪽으로 마애약사여래좌상으로 올라가는 길이 나왔다.

힘든데 올라갈까, 말까?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가봐야지?

 

오도재 

마애약사여래좌상 

힘들게 올라가 마애약사여래좌상을 구경하고 다시 내려가 비로봉으로 갔다.

삼거리에서 비로봉으로 올라가는 길도 너무 힘들다. ㅠㅠ

그냥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언제 여길 다시 오나?

오늘 톱날능선 바위도 못 타보았는데 비로봉은 올라가 봐야 하지 않겠나?

진짜 도 닦는 마음으로 올라갔다.

 

비로봉(팔공산) 정상

정상에는 통신시설이 있는 데다 지척에 군부대까지 있어 팔공산 분위기를 다 망치고 있었다.

하지만 필요한 시설이니 할 수 없겠지.

다시 비로봉을 내려가 동봉 쪽으로 갔다.

서봉에서 비로봉까지 700m, 비로봉에서 동봉까지는 400m이다.

동봉 바로 아래에는 마애약사여래입상이 있다.

 

마애약사여래입상 

비로봉 좌우로 하나는 앉아있고 하나는 서있는 것이다.

또다시 이곳에서 갈등을 하였다.

동봉을 올라가? 말아?

마음은 원이로되 육신이 약한 고로 그냥 내려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옆에서 누가 동봉에 볼 것 없다고 그냥 내려가자고 했으면 마지못한 척 그냥 내려갔을 거 같은데 고맙게도 임병수운 님이 올라가자고 하신다.

그냥 내려간 다음 두고두고 후회할 내 마음을 읽으셨나 보다.

 

동봉 정상

동봉에서 갓바위까지는 7.3km 란다.

누구나 한 가지 소원만은 들어준다는 갓바위라는데 전에 왔을 때 소원을 안 빌었으니까 그냥 여기서 지난번에 빌지 못한 소원을 말해도 될까?

비가 와서 가뭄이 해갈되게 해 주세요.

다시 마애약사여래입상이 있는 곳으로 되돌아가 수태골로 내려갔다.

초반에는 경사가 심한 너덜 내리막이지만 철탑 삼거리를 지나면 경사가 완만해진다.

 

수태골폭포 

이게 수태골폭포라는데 도무지 폭포같이 보이지 않는다.

모두들 갓바위에 가서 입신양명을 위해서만 기도하지 말고 비가 와서 가뭄이 해갈되고 이 폭포에 물이 흐르도록 기도해야 하는 거 아닌가?

5시가 넘으니 금세 어둑어둑해진다.

길이 산책로처럼 좋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헤드랜턴을 사용해야 했었을 것이다.

좀 더 내려가자 수릉봉산계표석이 있었다.

 

수릉봉산계표석 

수릉(조선 헌종의 부친인 익종의 능)을 보호하기 위해 산의 출입을 금지하고 있는 푯말이라고 한다.

수태 휴게소에서 다시 부인사로 걸어가 산행을 마쳤다.

톱날능선의 바위를 타보지 못한 것이 끝내 아쉬웠지만 소나무 숲도 좋았고 암릉도 멋있는, 생각보다 꽤 괜찮은 팔공산이었다.

팔공산 20151103_1053.gpx
0.06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