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2015년 10월 2일 금요일 (맑음)
산행코스: 산안고개 입구 ~ 산안폭포 ~ 궁예의 침전 ~ 명성산 ~ 삼각봉 ~ 등룡폭포 ~ 산정호수 주차장
산행거리: 9.9km
산행시간: 09:35 ~ 15:10
산행트랙:
등산지도:
억새가 많이 피었을지 기대를 하며 명성산으로 향하였다.
신안고개 입구에서 산행을 시작하였다.
사실은 신안고개가 아니라 산안고개라고 한다.
비포장도로를 따라 강포3교 쪽으로 가다가 오른쪽 등산로 입구 팻말이 있는 곳으로 들어섰다.
조금 가다 왼쪽 숲길로 들어선다.
편안한 숲길을 따라가니 삼거리가 나온다.
오른쪽은 계단이고, 직진하는 길은 밧줄이 매어져 있었다.
폐쇄된 등산로인 거 같은데 앞사람들이 그쪽으로 가기에 그냥 따라갔다.
그 길은 물이 마른 계곡 길로 연결되었다.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 와폭이 나온다.
물이 없어 아쉽지만 위쪽으로 꽤 큰 폭포가 있었다.
아마 여기가 산안폭포인 것 같다.
산안폭포
폭포 옆으로 밧줄이 있어서 잡고 올라가야 한다.
오늘 쉽게 산행한다고 하더니 이게 웬일이야?
밧줄을 잡고 올라가니 폭포 중간에 있는 턱이 있었다.
힘들게 올라간 만큼 멋진 경치가 보상을 해준다.
폭포 상단부에는 조그만 탕이 있었다.
빨갛게 물든 단풍에 가을이 성큼 느껴진다.
계속 올라가니 다시 밧줄이 처진 곳이 나오고 <등산로 폐쇄>라는 팻말이 있었다.
왜 꼭 멋있는 곳은 다 등산로가 폐쇄되어 있는 걸까? ㅠㅠ
어쨌든 여기까지는 잘 왔다.
이후 아무 생각 없이 앞에 가는 사람들만 따라 올라가는데 아무래도 길이 아닌 것 같다.
가파른 비탈을 치고 올라가는데 이건 아니지 싶었다.
그런데 한참을 올라가다가 앞에 가던 사람이 말하길 길이 없으니 이제부터는 알아서 가란다.
허걱, 뭐야!
그리하여 앞에 가던 4명과 우리 3명(가을국화 대장님, k현민 님, 나)이 갈라졌다.
우린 일단 위로 올라가서 지형을 살펴보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여 계속 가파른 비탈을 치고 올라갔다.
가다 보니 엄청난 암벽이 가로막고 있어 옆으로 우회하여 계속 올라갔다.
그렇게 힘들게 20여분 올라가니 능선에 이르렀고 등산로가 보였다.
그다음부터는 능선 길이라 기분 좋게 걸어갈 수 있었다.
앞서 간 4명이 걱정되어 불러보니 아래쪽에서 대답이 들려온다.
정상 쪽으로 비탈을 따라 사선으로 가는 것 같았다.
위로 올라오라고 소리를 친 후 능선 길을 따라갔다.
가다 보니 궁예봉으로 가는 삼거리가 나온다.
이왕 여기까지 온 거 궁예봉도 가보고 싶었지만 이미 시간을 많이 까먹었기 때문에 궁예능선을 따라 그냥 좌측 정상 쪽으로 향하였다.
다시 오르막이 나오고 올라가다 조망이 터진 곳에서 궁예봉을 바라보았다.
궁예봉
계속 올라가니 <궁예의 침전>이 나왔다.
바로 정상으로 올라갈 생각이었는데 생각 없이 앞사람을 쫓아가다 알바를 하게 되었고, 덕분에 궁예봉도 보고 <궁예의 침전>에도 와보게 되어 전화위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궁예의 침전>을 지나면 안부까지 가파른 길을 내려가야 한다.
아직 몸이 완전히 회복이 안 된데다 트라우마가 생겼는지 갑자기 벌벌이가 되어 내려가는 게 너무 힘들었다.
자신 있게 다리에 힘을 주고 내려가야 하는데 겁을 내며 엉거주춤하니 더 미끄러진다.
그래선 안 된다는 것을 알지만 내 의지와 상관없이 덜덜 떨리는 다리 근육은 어쩔 수가 없었다. ㅠㅠ
힘들게 내려간 급경사 내리막 끝에는 삼거리가 있었다.
산안고개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삼거리이다.
정상까지는 400m 남았다는데 우리나라 이정표 상 거리는 도무지 믿을 수가 없다.
어쨌거나 얼마 안 남았다는 말이겠지.
정상까지 능선을 따라가는 길이 편하고 아름답다.
게다가 오늘은 바람까지 강하게 불어 전혀 더운 줄도 모르겠다.
몸이 휘청거려 좀 겁나기는 하지만.
정상에 가까이 가니 활짝 핀 용담인지 과남풀인지가 있었다.
이 두 가지 꽃은 어떻게 다른지 통 구별할 수가 없다.
같은 건가?
정상에 도착하여 사진을 찍고 정상 바로 아래에 있는 공터에서 점심을 먹었다.
명성산 정상
이곳에서 삼각봉 쪽으로 가야 억새밭이 나온다.
삼각봉은 정말 삼각형으로 생겼다.
봉우리를 하나 더 넘어야 한다는 거지? ㅠㅠ
삼각봉으로 가는 중간에 왼쪽으로 약사령을 지나 각흘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보인다.
언젠가 명성산, 각흘산 연계 산행도 해보고 싶다.
여기까지가 철원 땅이고 이제부터는 포천 땅이다.
삼각봉에는 해태가 앉아있는 정상석이 있었다.
삼각봉 정상
구름 사이로 빗줄기처럼 쏟아지는 햇살이 마냥 신비로워 보이는 날이다.
뒤돌아봐도 멋있고,
앞을 보아도 멋있다.
사람마다 얼굴이 제각각이듯이 산들도 다 다르고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다.
그래서 새로운 산에 갈 때마다 이번에는 어떤 산일까 궁금하고 설레어진다.
산행 전 검색을 하여 가지고 있던 지식을 확인하는 기쁨 또한 크다.
'아, 여기가 거기였구나!' 할 때 느끼는 감정은 그야말로 Erureka!이다.
삼각봉을 지나 능선 길을 따라가니 억새가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강한 바람에 격하게 춤추는 억새는 마치 그만큼 강렬하게 '정말 잘 오셨습니다.'하고 인사하는 것 같았다.
오른쪽으로는 산정호수가 내려다보인다.
산정호수
단순히 경치가 멋있다는 말로는 설명이 안 된다.
산에 올라가서 내가 느끼는 감정은 말로 표현하기가 힘들다.
가슴속에서 벅차오르는 기쁨은 자연과 내가 하나 되면서 동시에 완전히 초월하게 되는 그런 느낌이다.
또한 완전히 나를 이해해주면서 또 나의 허물조차도 온전히 인정해주는 그런 느낌을 받는다.
나를 100% 이해하는 사람이 옆에서 내 손을 잡고 다정한 눈길로 바라보는 그런 느낌이랄까?
산이 주는 위로와 평안, 격려, 기쁨, 사랑은 나로 하여금 자꾸만 산을 찾게 만든다.
'괜찮다. 그냥 네 모습 그대로 아름답고, 그런 너를 사랑한다.'고 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처럼 들린다.
I have a Maker. He formed my heart.
Before even time began my life was in his hands.
He knows my name. He knows my every thought.
He sees each tear that falls and He hears me when I call.
I have a Father. He calls me His own.
He‘ll never leave me no matter where I go.
He knows my name. He knows my every thought.
He sees each tear that falls and He hears me when I call.
http://www.youtube.com/watch?v=CC8puwexBBo&feature=related
팔각정에 도착하니 정상석과 빨간색 우체통이 있었다.
예전에도 여기 이런 게 있었나?
4년 전에 멋모르고 청바지에 면 티셔츠를 입고 숨을 헐떡이며 여기까지 올라왔었다.
그때는 도대체 이 고생을 하며 산에 왜 가는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ㅋㅋ
우체통에는 <1년 후에 받는 편지>라고 쓰여 있었다.
매년 10월 한 달간 편지를 써서 우체통에 넣으면 1년 후에 전해준단다.
1년 후 나는 어떤 모습일까?
그때도 열심히 산에 다니고 있을까?
그때도 지금과 같은 삶의 자리에 있을까?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아쉬움이 남지 않기 위해서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자.
예전에는 자인사로 내려갔는데 가는 길이 급경사에 너덜길이라 엄청 고생을 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등룡폭포 쪽으로 내려가기로 하였다.
그래야 억새 구경도 제대로 할 수 있고.
생각보다 억새는 많이 피어있었다.
파란 하늘 아래 춤추는 억새는 자유로운 영혼 같았다.
나이가 들수록 사고가 경직된다는 생각을 하는데, 흔들리지만 꺾이지 않는 억새처럼 주관이 있되 자유로운 영혼과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가물어 빈약한 등룡폭포는 안타까워 보이지만 큰 비 내리고 나면 그 위용을 회복할 것이다.
등룡폭포
오늘은 알바를 한 덕분에 궁예봉과 <궁예의 침전>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아름다운 하늘 때문에 더욱 아름다웠던 오늘, 과거의 좋지 않은 기억까지도 모두 휘날려버린 바람도 고마운 하루였다.
* 2011.10.20 명성산 산행기 http://blog.daum.net/misscat/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