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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2015.09.03 (합천) 가야산 칠불봉(1,433m)

산행일시: 2015년 9월 3일 목요일 (흐리다 비 오다 맑음)
산행코스: 백운동 주차장 ~ 만물상 탐방로 ~ 상아덤(서장대) ~ 서성재 ~ 칠불봉 왕복 ~ 백운동 계곡 ~ 주차장
산행거리: 7.85km
산행시간: 10:55 ~ 16:20
산행트랙:

(합천)가야산 20150903_1053.g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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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지도: 

 

요즘 광야학교에서 수업을 받느라 힘들어하는 현정이와 합천 가야산에 갔다.

그동안 산이 내게 해주던 말들을 그도 들을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10시 30분에 산행을 시작하여 4시 30분에 상경 출발한다고 하였는데 백운동 주차장에 도착하니 10시 46분이었다.

 

늦은 만큼 15분을 더 달라고 하였더니 대장님께서 그냥 4시 30분에 출발하겠다고 한다.

산행 준비를 하고 나니 10시 55분이다.

5시간 35분 동안 산행을 마칠 수 있을까?

현정이가 워낙 운동을 잘하고 서울에서 진부령까지 14시간 동안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있는 체력을 지니고 있는지라 크게 걱정을 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여차하면 서성재에서 내려가리라 생각을 하였다.

주차장에서 조금 올라가니 백운동 탐방지원센터가 있다.

 

백운동 탐방지원센터 

왼쪽으로는 만물상 탐방로, 오른쪽으로는 백운동 계곡으로 가는 백운교가 있었다.

우리는 공지된 대로 만물상 탐방로로 올라갔다.

 

처음부터 빡센 오름이다.

 

숲길을 올라가다 조망이 터지는 곳에서 왼편으로 심원사가 내려다보인다.

 

심원사 

운동을 많이 한 현정이지만 산행 경험이 많지 않아 그런지 영 속도를 내지 못한다.

"언니, 얼마나 가야 해?"

마침 나타난 이정표를 보니 고작 600m 왔다.

"서성재까지 1/5 왔어. ㅠㅠ"

 

흐린 날씨에 바람은 시원하지만 습도가 높아 쉽게 지친다.

차라리 햇빛이 쨍쨍하더라도 건조한 날씨가 낫지 습도가 높은 날은 더 덥고 힘든 거 같다.

열이 올라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이러다 내가 현정이를 데리고 가는 게 아니라 현정이가 나를 데리고 가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ㅠㅠ

만물상 탐방로는 데크와 계단으로 안전장치를 해놓아 위험하지는 않다.

 

습한 날씨에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고 군데군데 암릉을 타고 가느라 힘이 든다.

 

날씨가 흐려 시계는 제로이다.

 

하필 현정이를 데리고 온 날 이렇다니. ㅠㅠ

멋진 경치를 보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힘을 얻게 하고 싶었는데 무척 속상하다.

게다가 빗방울까지 떨어지기 시작한다.

 

나 혼자라면 상관없는데 같이 온 현정이가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조망이라도 좋으면 덜 힘들 텐데...

오늘 찍은 사진 중에서 유일하게 현정이가 웃으며 찍은 사진이다.

 

그래도 다행히 짙은 구름 속에 갇혀있는 것이 아니라 구름이 몰려왔다 물러갔다 하며 살짝살짝 시야가 트인다.

 

타이밍을 잘 맞추면 좋은 사진을 찍을 수도 있겠다.

이런 사진이나

 

이런 가야산 관광 홍보 사진과 같은 사진도 나오고.

 

숨바꼭질 하듯 구름 속에 숨었다 나왔다 하는 이런 날씨에 하는 산행 정말 재미있다.

또다시 헉헉대며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니 상아덤(서장대)이다.

 

상아덤(서장대) 정상

흠, 이게 달 미인 바위란 말이지?

성주 쪽을 내려다보니 연기가 피어오르듯 운무가 바람에 흔들리며 솟구치는 모습이 정말 멋있다.

 

앞에는 가야 할 능선과 봉우리들이 보인다.

 

가야산이 높기는 높은지 구름이 산에 가로막혀 넘어가지 못하고 있었다.

서성재에 도착하니 1시 20분이었다.

 

서성재 

허걱, 밥 먹을 시간이 지났네.

난 제때 꼭 먹어야 하는데.

서성재를 조금 지난 곳에서 부랴부랴 점심을 먹었다.

서성재에서 상왕봉까지 1.4km, 왕복 3.8km이니 한 시간 반은 걸릴 텐데 4시 30분까지 하산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식사를 마치고 현정이에게는 천천히 오다가 우리가 하산할 때 같이 내려가기로 하고 K현민 님과 함께 정상을 향해 올라갔다.

마음은 조급하지만 찍을 건 찍어주면서 가야지.

 

올라가는 중간에 하산하시는 한솔뫼 대장님을 만났다.

이미 2시 30분이고 지금 정상까지 갔다 올 시간이 없으니 그냥 하산하라고 하신다.

들머리에 늦게 도착했으니 15분 더 달라고 했지만 들은 척 만 척이시다.

점심을 먹어서 시간이 늦었다며 밥을 먹으면 안 된단다.

오잉?

밥도 먹지 말고 산행을 하라고요?

무슨 피난 가는 것도 아니고 왜 산행을 밥도 먹지 않고 해야 하나?

블랙야크 인증을 해야 하는 K현민 님께서는 부리나케 먼저 올라가시고 난 잠시 고민에 빠졌다.

칠불봉까지만이라도 가봐야 하지 않을까?

현정이에게 전화를 해 먼저 내려가라고 하고 칠불봉을 향하여 올라갔다.

칠불봉 삼거리에 도착하자 좌우에 선 장승목들이 반갑게 맞아준다.

 

힘들었쥬?

수고했슈.

칠불봉에서 사진을 찍고 또다시 고민에 빠졌다.

 

칠불봉 정상

상왕봉까지 가? 말아?

나 혼자 왔더라면 따로 시외버스를 타고 가더라도 상왕봉까지 가보겠는데 오늘은 현정이와 함께 왔으니 죽으나 사나 같이 올라가야지.

200m밖에 안 떨어진 상왕봉은 구름 속에 갇혀 보이질 않는다.

K현민 님은 상왕봉에 도착했으려나?

칠불봉 삼거리로 되돌아가니 내 아쉬운 마음을 달래주려는 듯 구름 속에 있던 상왕봉이 나타났다.

 

상왕봉 

K현민 님 인증 사진을 누가 찍어주나 걱정을 했었는데 다행히 상왕봉에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

오늘은 이렇게 상왕봉을 건너다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하산하기로 하였다.

급하게 다시 서성재로 내려가 백운동 계곡 길로 들어섰다.

토양유실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넓은 데크 계단이 이럴 때는 영 반갑지가 않다.

 

서성재에서 1km 정도 내려가서 먼저 내려가고 있던 현정이를 만났고 곧이어 뒤따라오신 K현민 님을 만났다.

백운동 탐방지원센터를 1km 앞둔 지점에서 시계를 보니 3시 30분이었다.

아직 시간이 있네.

15분 더 줬더라면 상왕봉까지 갔다 와도 되었을 텐데.

시원한 물소리를 내며 흘러가는 백운동 계곡에서 씻고 잠시 쉬었다.

 

이제 물이 제법 차가워 알탕은 못할 것 같다.

차가운 물에 씻고 나니 개운하다.

가야산성터를 지나,

 

가야산성 

백운동 주차장으로 내려가니 4시 20분이었다.

버스에 오르니 대장님 왈, 남산제일봉에 갔던 사람이 택시를 타고 오는 중이라고 40분에 출발한단다.

세상에 이런 법이!

그럴 거면 15분 더 주지 왜 그렇게 야박하게 구셨나요?

오늘 리딩 하신 한솔뫼 대장님, 정말 너무하신다. ㅠㅠ

대장님의 타이트한 시간 관리 때문에 오늘 나 말고도 정상에 가지 못한 사람들이 꽤 된다.

다들 속으로 불만이 많을 것 같다.

하지만 인생 어디 내 뜻대로 되던가?


현정,

오늘 어땠니?

너도 산이 하는 이야기를 들었니?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비가 올 때가 있으면 해가 날 때도 있고.

묵묵히 한 걸음씩 걷다 보면 어느새 정상에 도착하고 또 어느새 산을 내려가 있더구나.

많이 힘들지?

이럴 때 어떠한 말도 위로가 안 될 테지만 꿋꿋이 견디어주길 기도할게.

하루빨리 네 환한 미소를 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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