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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 <방랑자들> (Bieguni)

지은이: Olga Tokarczuk

 

이 책은 여행과 관련된 100여 편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있다.
장편소설이라고 하는데 사실 에세이와 소설이 뒤섞여있는 것 같다.
주제가 "여행"이라고 하기에도 뭐하다.
원제인 <Bieguni>는 폴란드 어로 "극(極)"이라는 뜻이다.
한 쪽 끝에서 다른 쪽 사이를 이동하는 것이 여행이라는 말인가?
생각의 이동까지 포함한다면 꼭 장소를 이동하지 않더라도 어디서든 여행은 가능할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이 책의 주제는 여행이라기보다는 다양한 형태의 이동에 관한 것이다.
변하지 않고 정체되어 있는 것은 삶이 아니라는, 결국 노마드의 삶을 얘기하고 있는 것 같다.
플라스티네이션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와 그것이 여행과 무슨 상관인지 의아했다.
책을 읽다 보니 플라스티네이션으로 상징되는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인체의 불멸(?)은 이동(변함)이 없음으로 삶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려는 것일까?
노벨상 수상자의 수준이 나와는 다르겠지.
내 수준으로 이해할 수 있는 가장 감명적인 에피소드들은 요제피네 졸리만이 플라스티네이션 처리되어 전시된 자신의 아버지의 시신은 돌려주길 요청하며 오스트리아의 황제 프란츠 1세에게 보낸 우아하고 아름다운 서신이었다.
이 책에서 말하길, 여행할 때 어디로 가는지, 왜 그곳으로 가려는지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항상 떠나기를 꿈꾸는 misscat, 너는 왜 그곳으로 가려고 하니?
"제가 본 것들, 그건 모두 제 것입니다."
그렇다, 내 눈으로 본 것, 내 두 발로 걸은 곳만이 내가 아는 것이고 내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행의 궁극적인 최상의 단계는 "내가 어디에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여기 내가 있으므로."인 것이라고 하니 난 아직 그 단계는 멀었나보다.
최상의 단계에 이를 때까지 오늘도 난 떠나기를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