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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The Course of Love)

지은이: Alain de Bottom

이 책은 소설인가, 철학서인가, 심리학서인가, 상담일지인가, 에세이인가?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을 떠올리게 하는 이 책은 라비와 커스틴이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낳고, 결혼 생활을 영위해가는 과정을 통해 사랑의 실체를 예리하게 해부한 책이다.
"보통 우리가 사랑이라 부르는 것은 단지 사랑의 시작이다."
사랑해서 결혼을 하고 나면 동화 속 이야기처럼 "And they lived happily ever after."일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영원한 행복을 약속하는 소울메이트와의 결혼에 대해 저자는 유쾌하리만큼 해학적인 정의를 내린다.

결혼:
자신이 누구인지 또는 상대방이 누구인지를 아직 모르는 두 사람이
상상할 수 없고 조사하기를 애써 생략해버린 미래에 자신을 결박하고서
기대에 부풀어 벌이는 관대하고 무한히 친절한 도박

우리의 낭만주의적 믿음이 얼마나 허황되고 잘못된 것인지 일침을 가한다.
그리고 말한다, 사랑은 열정이라기보다는 기술이라고.
사랑이 어떻게 시작되는지에 대해서만 알고 어떻게 지속되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모르고 있는 사람들에게 사랑은 푸른 하늘의 뜬구름이 아니라 땀 흘려 힘써 일궈야 할 밭임을 알려준다. 
결혼 생활에 권태와 회의가 생기고 사랑에 의심이 드는 부부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낭만주의 결혼관은 알맞은 사람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는 우리의 허다한 관심사와 가치관에 공감하는 사람을 찾는 것으로 인식된다.
장기적으로 그럴 수 있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
우리에게 가장 적합한 파트너는 우연히 기적처럼 모든 취향이 같은 사람이 아니라,
지혜롭고 흔쾌게 취향의 차이를 놓고 협의할 수 있는 사람이다.

에효, 소울메이트에 대한 꿈은 깨야겠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