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2022년 4월 20일 수요일 (맑음)
산행코스: 동학사 주차장 ~ 천정골 ~ 큰배재 ~ 남매탑 ~ 삼불봉 ~ 관음봉 ~ 연천봉 ~ 갑사 ~ 갑사 먹거리장터
산행거리: 9.3km
산행시간: 09:17 ~ 14:35
산행트랙:
등산지도:
계룡산은 젊은 시절 추억이 깃든 산이다.
갑사에서 금잔디고개로 올라 동학사로 내려가는 길에 내 젊음의 한 페이지가 있다.
동학사 ~ 갑사 코스가 올라와 얼른 신청을 하였다.
동학사 주차장에 내리니 벚꽃은 이미 다 졌지만 봄기운이 상쾌하여 기분이 좋다.
상가 지역을 통과하여 천정탐방지원센터 쪽으로 간다.
천정탐방지원센터
큰배재까지 천정골을 따라 꾸준히 올라간다.
올라갈수록 너덜 경사가 심해진다.
벌써 반팔을 입어야 할 정도로 덥다.
오늘은 산행 거리에 비해 시간을 많이 줬기 때문에 천천히 올라갔다.
천정탐방지원센터에서 2.4km 정도 올라가면 큰배재이다.
큰배재
큰배재에서 직진하여 남매탑으로 향하였다.
산위에는 아직 산벚꽃이 남아있다.
봉우리를 오른쪽으로 우회한 후 남매탑 고개를 지나고, 동학사 갈림길을 지나 가파르게 올라가면 남매탑이 나온다.
남매탑 앞에는 거북이 모양의 돌 의자들이 있고, 옆에는 상원암이 있다.
남매탑
상원암
남매탑에서 다시 가파르게 올라가면 삼불봉 삼거리이다.
오른쪽으로는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에 올라 지독한 사랑의 열병을 앓던 젊은 시절의 내 모습을 본다.
아직도 먼지 묻은 책장을 들추면 흐릿한 기억 속에서도 그 시절의 아픔이 떠오른다.
성장통...
슬픔도, 절망도 지금은 다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다.
삼불봉고개
이곳에서 직진하면 금잔디고개로 가면 바로 갑사로 내려가게 된다.
삼불봉은 왼쪽으로 간다.
조금 가면 갈림길이 나온다.
삼불봉으로 올라가는 길과 우회하는 길.
진주 언니가 자신 있게 우회로로 가기에 삼불봉은 안 올라가느냐고 물었지만 대답도 없이 앞서 간다.
난 가봤으니까 안 가도 되긴 하는데 언니는 가야 하지 않나?
삼불봉을 우회한 후 관음봉으로 가는 삼거리에 이르러서야 삼불봉을 가야 한단다.
길고 가파른 철계단을 올라가면 삼불봉 정상이다.
장군봉과 그 뒤로 갑하산이 보이고, 자연성릉을 지나 관음봉에서 천황봉에 이르는 주능선이 보인다.
삼불봉 정상
장군봉, 갑사한 방향
관음봉, 천황봉 방향
다시 철계단을 내려가 왼쪽으로 간다.
가다 보니 대장님과 몇몇 분들이 모여 있었다.
자세히 보니 같이 버스를 타고 내려온 산우 중 한 분이 쓰러져있었고 대장님이 심폐소생술을 하며 119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혼자 앞서 가시다 쓰러져계신 걸 뒤따라가던 산우들이 발견해 응급조치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구조대원들이 올 때까지 번갈아가며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동공이 풀리고 점점 입술이 파랗게 변해가고 있었다.
아, 이 분도 이렇게 산에서 잠드시는구나.
오래전 선자령에서 겪었던 일이 생각났다.
어떤 일은 반복이 되어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마음이 너무 심란하고 온 몸에 힘이 풀려 조금 떨어진 곳으로 가 안정을 취하였다.
잠시 후 헬기가 보였다.
이렇게 쉽게 떠날 수 있는 세상인데 살아있는 동안 더 사랑하고 더 기쁘게 살아야겠다.
살아있는 사람은 살아가야 하니까.
인생은 때로 잔인하고 냉정하지만 그게 인간의 한계 아니겠는가?
봉우리를 몇 개 넘은 후 자연성릉을 타고 간다.
날씨는 왜 이렇게 좋고, 경치는 왜 이렇게 멋있는 거야?
흙에서 와서 흙으로 돌아가는 거니까 너무 심란해하지 말자.
삼불봉
관음봉에 이르는 자연성릉, 왼쪽으로는 쌀개봉과 천황봉
(관음봉으로 올라가는 계단)
자연성릉을 지나 계단을 270개 올라간 후 잠시 쉬었다가 또 올라가면 정자가 있는 관음봉이 나온다.
계룡산 정상은 천단이 있는 천황봉이지만 천황봉에는 군 시설이 있기 때문에 관음봉이 정상 역할을 하고 있다.
오른쪽으로는 지나온 삼불봉과 자연성릉이 보이고, 그 뒤로 갑하산이 보인다.
아래로는 동학사가 보인다.
정면에는 가야 할 연천봉이 보인다.
연천봉에 이르는 능선은 연천봉 고개까지 왼쪽 산허리길로 우회할 것이다.
왼쪽으로는 쌀개봉과 천황봉, 머리봉, 향적산이 보인다.
저긴 언제 가보나?
관음봉 정상
동학사 방향
삼불봉에서 지나온 능선, 맨 뒤가 갑하산
연천봉 방향
쌀개봉, 천황봉, 머리봉, 맨 뒤가 향적산
관음봉에서 가파르게 100m 내려가면 초소가 있는 관음봉고개가 나온다.
이곳에서 은선폭포를 지나 동학사로 내려갈 수 있다.
연천봉은 오른쪽으로 산허리를 타고 간다.
800m 가면 연천봉고개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연천봉은 200m 거리에 있다.
헬기장을 지나 연천봉으로 올라갔다.
연천봉고개
연천봉에는 정상석 대신 연천봉 석각이 있다.
계룡산 주능선이 보이는, 조망이 아주 좋은 곳이다.
연천봉 정상
삼불봉에서 지나온 능선
쌀개봉, 천황봉, 머리봉
삼거리로 돌아가 갑사 쪽으로 내려갔다.
갑사까지는 2km인데 무지, 무지 가파른 너덜 내리막이다.
여기를 급하게 내려가면 무릎이 다 나가겠지만 오늘은 시간 여유가 있어 천천히 내려간다.
내려가는 중간에 계곡에서 족욕을 하였다.
벌써 족욕을 하게 되다니!
시간 가는 것이 너무 빨라서 무서울 지경이다.
금낭화가 예쁘게 핀 갑사는 작지만 고즈넉하고 정감이 가는 절이다.
연등을 너무 많이 매달아놓아 대웅전이 안 보일 정도였다.
갑사에서 다시 2km 정도 내려가면 갑사 먹거리 장터가 나온다.
갑사 탐방지원센터를 지나 내려가는 길에는 황매화와 겹황매화가 지천으로 피었다.
이곳에서 황매화 축제를 하는 모양이다.
황매화
겹황매화
갑사 탐방지원센터
먹거리 장터에서 산채비빔밥과 도토리 빈대떡을 먹고 주차장으로 가서 버스를 탔다.
갑사 먹거리장터
날씨도 좋고, 산행도 너무 좋았는데 마음은 무겁다.
하나님, 아무런 후회나 아쉬움도 남기지 않은 채 천국의 소망을 가지고 기쁘게 세상을 떠날 수 있게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