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Robert R. McCammon
1207쪽에 이르는 장편소설을 이틀 만에 읽었다.
역시 소설은 술술 읽혀서 좋다.
물론 이 책의 짜임새가 단단해서 그런 것이겠지만.
<세일럼의 마녀들>의 추리소설 판이라고 해야 하나?
하지만 이 책은 해피 엔딩이라서 마음이 편하다.
그리고 이 책은 단순한 추리소설이 아니라 인간 본성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인간이 얼마나 비이성적이며 비합리적일 수 있는지, 또한 집단 광기에 휩쓸려 인간이기를 포기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 지를 역사는 보여주고 있다.
마녀사냥은 1600년 대 뿐만 아니라 지금도 우리 주위에서 끊임없이 지속되고 있다.
아담과 하와 이래로 우리 안의 마녀는 사람들의 욕망을 먹이 삼아 날마다 자라고 있는 것이다.
"하느님이 허락하신 것 이상을 바라는 인간의 본능과 욕구가 없는 곳이 이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의인 열 명만 있어도 소돔과 고모라를 멸망시키지 않겠다고 하신 하나님의 말씀대로 위험과 손해를 감수하면서 진리를 수호하려는 사람들이 있음으로 해서 이 세상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리라.
"사람들은 그렇게 살아요. 절름거리는 정신과 무너진 이상을 가지고, 그렇게 살아가요. 그리고 해가 갈수록 무엇이 자신을 절름거리게 하고 무너뜨렸는지를 잊어버려요.... 그러고는 한때 그들이 가졌던 희망 어린 정신과 거대한 이상을 품은 젊은 영혼들을 어린 바보로 여기는 거죠... 왜냐하면 사람들은 그렇게 살아가니까요."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세상과 타협하여 우리의 이상과 고귀함을 잃어버리는 것이라면 평생 철부지 어린아이로 사는 것이 나을 것 같다.
또한 이 책은 성장 소설이기도 하다.
우즈워드 판사의 품을 떠나 독립적인 인격체로 성장하는 매튜의 자기 선언을 보라.
"저는 남자입니다. 제가 보고 있는 진실을 위해 싸울 수 없다면 제가 어떤 남자가 되겠습니까?"
사실 이 말은 남자뿐 아니라 모든 인간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진리의 편에 설 수 없다면, 진실의 편에 설 수 없다면 과연 그를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게다가 끝까지 이성과 감정을 구별할 줄 아는 이 젊은이가 상당히 마음에 든다.
물론 현실에서는 그것이 모래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것만큼이나 힘든 일이겠지만.
매튜가 우즈워드 판사에게 편지를 쓰는 장면은 실로 감동적이었다.
"판사님은 제게 가장 훌륭하다고 여겨지는 품성들을 주셨습니다. 나 자신의 가치와 다른 사람의 가치를 아는 것 말입니다."
내가 되고 싶고, 만나고 싶은 사람을 소설 속에서라도 볼 수 있어 기뻤다.
p.s. 이제 그만 밤의 새를 날려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