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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2022.01.15 (통영 수우도) 은박산(195m)

산행일시: 2022년 1월 15일 토요일 (흐린 후 맑다가 흐려짐)
산행코스: 선착장 ~ 고래바위 ~ 신선봉 ~ 백두봉 ~ 금강봉 ~ 해골바위 ~ 은박산 ~ 선착장
산행거리: 6.0km
산행시간: 07:10 ~ 10:55
산행트랙:

(수우도)은박산 20220115.gpx
0.03MB

등산지도:


산을 650개 정도 가고 나니 새로운 산을 가기가 쉽지 않다.
공지는 안 올라오고, 개인적으로 가려면 너무 불편하고, 별로 알려지지 않은 산들이라 위험 부담도 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섬 산행을 다녀야 할 것 같은데.
사실 섬 산행은 날씨만 괜찮으면 만족도 100%이다.
특히 겨울에는 따뜻해서 더 좋다.

그런데 무박인 경우가 많아서 문제다.
버스 안에서 잠을 자질 못하니까 가고는 싶은데 망설여지는 것이다.
연육교가 생기기를 기다리지만 마냥 기다릴 수도 없고.
더구나 수우도 은박산은 공지가 잘 올라오지 않는 곳이라 무조건 가보기로 하였다.
밤 11시 50분 사당에서 산악회 버스를 탔다.
어두울 때 돌아다니는 거 딱 질색이지만 어쩌랴. ㅜㅜ
안대를 하고, 마스크를 쓰고 잠을 청했다.
제발 잠들어라, 잠들어라, 잠들어라.
어젯밤 잠을 잘 못자서 그런지 두 시간 가량 잠이 들었다.
휴게소 정차를 알리는 소리에 잠이 깼다가 다시 살짝 잠이 들었다.
버스의 흔들거림이 멈춰 눈을 떴더니 4시 5분 전이었다.
밤이라 그런지 삼천포항까지 빨리 왔네.
차 안에서 1시간쯤 기다리다가 수산시장에서 경매가 시작되는 5시에 밖으로 나갔다.

여기는 남파랑길 34코스로 <삼천포 코끼리길>이다.

 

준비해온 아침을 먹고 이른 아침 삶의 현장인 수산시장을 둘러봤다.
경매하는 소리가 요란하다.

요새가 아귀 철인가?
예전에 진해 웅산에 갔다가 먹은 아귀수육이 생각난다.
진짜 맛있게 먹었는데.

 

6시 30분 삼천포항에서 배를 타고 수우도로 향하였다.

정기선은 선실 바닥에 열선이 깔려있어 따뜻한 곳에 누워서 쉴 수가 있는데 이 배는 작은 전세선이라 그런 게 없다. ㅠㅠ

아직도 어둠이 채 가시지 않았을 때 수우도 선착장에 도착하였다.

 

선착장에서 왼쪽으로 빙 돌아가면 데크 계단이 있는 등산로 입구가 나온다.
가파르게 올라가는 길에 사량도가 보였다.

 

사량도 지리망산

첫 번째 갈림길에서 고래바위 쪽으로 간다.

 

동백 숲을 통과하여 올라가면 두 번째 이정표가 나온다.

이곳에서 고래바위에 갔다 와야 한다.

 

고래바위로 가는 길은 바윗길이다.

고래바위에서도 사량도 지리망산이 잘 보인다.

해는 이미 뜬 것 같은데 날씨가 흐려서 그런지 일출을 보지 못하였다.

 

고래바위

딴독섬

고래바위 정상

사량도 지리망산

고래바위를 내려간 후 해안 절벽 길을 따라 가다가 다시 가파르게 올라가면 왼쪽으로 나무 펜스가 있는 곳이 나온다.

 

가야 할 능선

신선대 입구

이곳에서 펜스를 넘어 가파르게 내려가면 신선대이다.
좀 조심해야 하긴 하지만 크게 위험하진 않다.

신선대는 고래바위 조망터이다.

 

신선대

신선대에서 바라본 고래바위와 사량도

다시 바윗길을 올라가서 펜스를 넘은 다음 왼쪽으로 가다보면 수우마을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에 있는 펜스를 넘어가야 백두봉으로 갈 수 있다.

 

백두봉 입구

가파르게 내려간 다음 동백 숲을 통과한다.

남녘에서는 벌써 동백꽃이 피기 시작하였다.

하긴 부산에서 12월에 동백꽃을 보기도 하였으니까.

 

백두봉으로 가는 길에는 좀 까칠한 구간이 있다.
바위 사면을 가로질러 내려가야 하는데 겁이 나서 조심조심 가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다.

후에 백두봉에 가서 이 구간을 봤더니 여간 아슬아슬한 게 아니었다.

 

제일 힘들었던 구간

지나온 힘들었던 구간(하얀 옷을 입은 산우가 내려가는 것이 보인다.)

이후 백두봉 정상으로 올라가는 바위에는 끈이 있어서 잡고 올라갈 수 있었다.
백두봉 정상에서도 지나온 고래바위와 사량도가 보였다.
반대편에는 가야 할 해골바위가 보였다.

 

백두봉

고래바위와 사량도

해골바위가 있는 해안

백두봉 정상에서는 바람이 강하게 불어 서둘러 내려갔다.
이후 배낭을 벗어둔 곳으로 올라간 다음 은박산 정상으로 향하였다.
작은 돌탑이 있는 봉우리로 올라가면 산악회에서 바위에 해골바위-> 라고 적어놓았다.
아는 사람만 볼 수 있을 정도이다.
여기가 금강봉이다.

 

금강봉으로 가는 길에 바라본 백두봉

금강봉 정상(해골바위 입구)

이곳에 또다시 배낭을 벗어두고 해골바위로 갔다.
해수면까지 내려가야 하니까 가파르게 한참 내려가야 한다.
오늘 산행 중 제일 힘든 구간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계속 출입금지 구역을 가게 되네. ㅠㅠ

어차피 다 가는데 안전장치나 잘 해놓지.

 

해골바위로 내려가는 길에는 밧줄이 두 개 걸려있었다.

출입금지 구간이라며 밧줄은 왜 걸어놓았는지.

가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해골바위는 구멍이 뻥뻥 뚫려있는 바위이다.
해골바위가 여러 곳에 있지만 진안 해골바위가 제일 멋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규모면에서는 은박산 해골바위가 가장 크다.
이곳에는 비박을 하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로 넓고 평평한 구멍도 있었다.

 

해골바위

한참 서로 서로 사진을 찍어 주다가 금강봉으로 돌아갔다.
올라가는 길이 너무 가팔라서 기진맥진하여 금강봉으로 돌아간 후 간식을 먹으며 쉬다가 갔다.

 

금강봉 정상

금강봉에서 봉우리를 하나 넘은 후 다시 올라가면 조망이 좋은 은박산 정상이다.
아침보다는 날씨가 맑아져서 조망이 더 좋았다.

남해, 통영, 사천까지 다 보인다.

 

은박산 정상

사량도 지리망산

이곳에서 수우마을로 내려갔다.
급경사 주의라고 쓰여 있었는데 가파르긴 해도 위험할 정도는 아니었다.
해수면까지 내려간 후 둘레길을 따라 선착장으로 돌아갔다.

 

배를 타고 삼천포항으로 나가 수산시장에서 반건조 가자미 13마리를 3만원에 사고, 아귀수육을 먹으러 갔다.
그런데 아귀 요리는 전문점에서만 하는지 일반 식당에서는 안 한다고 하였다.
잘 알아듣지도 못하겠는 경사도 사투리를 들으며 물어, 물어 <송포아꾸찜>이라는 식당을 찾아가 오매불망 그리던 아귀수육을 먹었다.
엄청 싱싱하긴 한데 어째 예전에 먹던 맛은 아니네.
그래도 아귀수육은 이때 아니면 먹을 수가 없다고 하니...

 

삼천포항

배불리 먹고 마음까지 풍성해져 서울로 돌아갔다.
은박산은 사실 배편만 있다면 구태여 무박으로 갈 필요는 없는 곳이다.

산행 시간이 4시간이 안 걸리니까.
그래도 고생을 하며 가볼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작은 고추가 맵다고 은박산은 낮지만 야무진 산이었다.

산행할 맛도 나고, 조망도 좋고, 볼 것도 많은.

그런데 이 좋은 산을 안 가겠다고 하는 사람은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