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2021년 11월 18일 목요일 (맑음)
산행코스: 두모 주차장 ~ 팔선대능선 ~ 상사바위 ~ 좌선대 ~ 제석봉 ~ 보리암 ~ 쌍홍문 ~ 금산 탐방지원센터
산행거리: 4.4km
산행시간: 11:40 ~ 15:45
산행트랙:
등산지도:
8년 만에 남해 금산에 간다.
좋기는 하지만 멀어서 가기 힘든 곳이다.
그 먼 곳까지 다시 가는 이유는 팔선대능선을 타기 위해서이다.
비탐 암릉이라 걱정이 되긴 하지만 가리봉 대장님까지 오셨으니까.
모든 인간관계가 그렇지만 산우란 인간관계는 신뢰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저 사람이 날 절대 버리고 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가리봉 대장님과 만사 대장님은 그런 믿음이 있는 분들이다.
그 분들에게는 내가 좀 거추장스러울지 모르지만. ㅎ
어쨌든 오늘 팔선대능선을 가보고 나면 아마도 금산을 또다시 갈 일은 없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 좀 서글퍼지긴 한다.
내가 젊다면 그런 생각은 하지 않을 것 같으니까.
하지만 앞으로 남은 내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인 오늘 하루를 행복하게!
쪽빛 남해 바다를 따라 버스가 달려 두모 주차장에 우리를 풀어놓았다.
28명 중 엄선된(?) 8명만 팔선대능선으로 간다.
안내산악회에서는 일반적으로 서로 본체만체 하며 산행을 하지만 이런 경우에는 서로 똘똘 뭉쳐 간다.
길도 모르고 위험하니까 그럴 수밖에 없다.
사실 난 힘도 없고 바위 앞에 서기만 하면 벌벌대니까 여기 낄 처지가 못 되는데 열정(?) 하나 보고 날 끼워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남자가 여섯 명인데 설마 여자 두 명 건사하지 못할까?
게다가 진주 언니는 잘 가니까 나만 챙겨주면 된다. ㅎ
진주 언니는 69세라는데 어찌 그리 산행을 잘 하는지 부러울 따름이다.
나도 그 나이가 되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아니, 그런 건 바라지도 않고 100명산 정도만이라도 잘 다닐 수 있었으면 좋겠다.
주차장에서 부소암이 있는 능선을 바라보며 5m 정도 도로를 따라가다가 철책이 끊어진 곳에서 산으로 들어선다.
출입 금지 현수막 뒤로 소리 소문도 없이 스며든다.
이후 길인 듯 아닌 듯 한 곳을 가파르게 치고 올라간다.
나뭇가지에 여기저기 긁히고, 멍들고, 옷이 뜯기고 난리도 아니지만 이런 게 오지산행의 묘미지. ㅎ
오랜만에 목요산행의 spirit을 느낀다.
부소암
묘를 지나 500m 정도 올라가면 큰 바위들이 나온다.
조망터에서는 두모마을이 보인다.
이후 바위 길과 숲길을 번갈아가며 계속 가파르게 올라간다.
왼쪽으로는 부소암이 보인다.
정말 절묘한 곳에 지은 절이다.
이미 12시가 한참 넘어 배에서 천둥소리가 난다
난 시간되면 꼭 먹어야 하는데.ㅜㅜ
중간에 잠시 바위에 걸터앉아 점심을 먹었다.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게 허겁지겁 샌드위치 하나를 쑤셔 넣고 또다시 올라간다.
부소암
암릉에서 시간이 얼마나 소요될지 모르는데다, 오늘 가는 사람들 중에 길을 아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으니까 일단은 부지런히 올라가는 것 같다.
드디어 팔선대 암릉 구간이 나온다.
여긴 밧줄 이런 거 하나도 없다.ㅜㅜ
좋은인연 대장님이 자일을 가져오셨다는데 자일은 멋으로만 들고 다니시는지 한 번도 사용하질 않았다.
하긴 가리봉 대장님이랑 5명이 선두에서 가고, 좋은인연 대장님이랑 3명이 후미에서 갔는데 난 가리봉 대장님이랑 갔기 때문에 자일을 사용할 수도 없었다.
바위를 기어올랐다가 내려갔다가 건너뛰기도 하고, 정 안 되면 절벽같이 가파른 산 사면으로 우회하기도 하고, 해산굴을 3번 정도 빠져나가기도 하고...
상사바위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제부터 진짜 힘든 구간이다.
우리가 길을 몰라 더 힘들었는지도 모르지만.
멋있긴 한데 너무 힘들고 무서워서 정신없이 가느라 사진을 찍을 여유가 없었다.
그나마 안전한 곳에서 사진을 찍었는데도 다리가 어찌나 후들거리는지.
오늘 삼년고개를 열댓 번은 구른 것 같다.
오래 살겄네.ㅋ
상사바위
해산굴
해산굴
드디어 상사바위 앞에서 정규탐방로에 진입하였다.
상사바위에서 지나온 팔선대능선을 보니 무지 뿌듯하다.
장하다, misscat!
오늘 나를 위해 어깨를 내어주고, 등을 내어주고, 무릎을 내어주고, 손과 발을 내어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상사바위 상단
보리암
지나온 팔선대능선
상사바위에서 좌선대와 제석봉을 지나 쌍홍문 갈림길로 갔다.
시계를 보니 두 시간이나 남았네.
너무 빨리 내려가는 거 아냐?
금산 정상은 별로 볼 것이 없으니 보리암에서 쉬다 가야겠다.
좌선대
제석봉에서 바라본 상사바위
음성굴
보리암
왼쪽부터 상사바위, 좌선대, 제석봉
보리암으로 올라가 간식을 먹고 쉬다가 쌍홍문을 지나 금산 탐방지원센터로 내려갔다.
내려가는 길은 가파른 돌계단이라 천천히, 천천히 내려갔다.
쌍홍문
주차장에서 팔선대능선을 보니 너무 멋있다
인간이 만든 작품이 아무리 뛰어나도 하나님께서 만든 작품을 절대 못 따라가는 것 같다.
그런데 내려가서 보니 오늘 산행거리가 4.4km밖에 안되었다.
헐, 한 12km는 걸은 것 같은데..
거리가 짧으니 팔선대능선에서 좀 더 오래 있다가 내려왔어도 되었을 텐데 너무 빨리 내려와서 속상하다.
정신없이 암릉을 타느라 사진을 많이 못 찍은 것도 속상하다.
하지만 좋은인연 대장님과 가리봉 대장님이 사진을 많이 찍으셔서 많이, 많이 퍼왔다. ㅎ
(날짜가 없는 사진들은 모두 퍼온 사진임.)
What a wonderful 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