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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레길 외

2021.11.12 치악산 둘레길 5코스 <서마니강변길>

산행일시: 2021년 11월 12일 금요일 (맑음)
산행코스: (초치 입구 ~) 초치 ~ 중골전망쉼터 ~ 골안골 정상 ~ 송계교 ~ 황둔 하나로마트
산행거리: 10.3km
산행시간: 10:33 ~ 13:45
산행트랙:

치악산 둘레길 5 20211112.gpx
0.06MB

등산지도:


비가 와서 월요일에 취소했던 치악산 둘레길 5코스를 땜방하러 간다.
올 들어 가장 춥다는 날이다.
단단히 겨울 차림을 하고 집을 나섰다.
황둔으로 가는 고속도로에서 차창 밖으로 하얗게 눈이 쌓인 치악산이 보인다.
불현듯 치악산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어머니, 이러시면 안 됩니다.  오늘은 둘레길을 걸으셔야죠.

 

5코스 <서마니강변길>은 초치에서 황둔 하나로마트까지 10.4km이다.
황둔 하나로마트에서 초치까지 3km 정도 올라가야 하는데 접속 구간을 걷기가 싫어서 택시를 불렀다.
황둔 하나로마트에 주차를 한 후 찐빵을 하나 사서 먹으며 택시가 오기를 기다렸다.

기사님께서 신림에서 오는 택시라서 미터대로 요금을 받을 수가 없다고 해서 15,000원을 드렸다.
뭐, 그 정도야 날 위해 투자할 수 있다.

 

초치 입구에서 내려 산길로 500m 정도 올라가면 초치에 도착한다.
이 길을 <원주굽이길>이라고 하나 보다.
오늘은 치악산 둘레길과 <원주굽이길>이 겹치는 구간이다.

 

초치 입구

초치

지난번에 봤던 고라니는 구조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5코스 입구 아치를 지나 넓고 편한 산길을 걸어간다.
조용하고 아름다운 산길을 걸어가며 살아있음에 감사한다.
이 길에서는 외로움도 낭만이다.
자작나무 숲을 지나 가파르게 올라가면 중골전망쉼터에 도착한다.
파란 하늘 아래 감악산이 보인다.
저 산을 함께 넘었던 흰마루 선생님께서는 어떻게 지내시나 궁금하다.
재작년까지는 산행을 하고 계시다고 했는데 작년부터 연락이 안 되어 걱정이다.
80세 중반이시라 혹시라도 안 좋은 소식을 들을까봐 겁이 나서 더 이상 연락을 못하겠다.ㅜㅜ
선생님, 건강하게 오래 사세요.

 

중골전망쉼터

감악산

중골전망쉼터를 지난 후 한동안 내려간다.

간혹 눈이 쌓인 곳도 있다.

지그재그로 내려가는데 뭐가 급한지 중간 중간 샛길로 질러갔다.
생각해보면 우리 세대는 여유를 즐기지 못하고 아직도 경쟁이라는 틀 안에 갇혀있는 것 같다.
심지어 산행이나 트레킹을 할 때에도 그렇다.

빨리 간다고 누가 상 주는 것도 아닌데 무조건 빨리 가려고 하니 말이다.
물론 안내산악회를 다니다 보니 버스 놓칠까봐 그러는 것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여유를 누릴 줄 몰라서 그러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와서 시간도 많은데 이 아름다운 길을 무엇 하러 질러가는지 나도 날 모르겠다. ㅠㅠ

 

다시 골안골 정상을 향해 올라간다.
중골전망쉼터에서 골안골 정상까지 1km 정도 걸었다.

정상에 있는 벤치에 앉아 소금빵을 하나 먹으며 여유를 잡으려고 하는데 가만히 있으니까 좀 추워 빵만 먹고 바로 길을 떠났다.

 

골안골 정상

골안골 정상에서 2.5km 내려가면 송계교이다.

다시 지그재그로 내려간다.
덕분에 가파른 내리막길을 편하게 내려갈 수 있다.
내리막길 끝에서 계곡을 따라 내려간다.

오늘은 걷는 동안 내내 동제 님이 동영상에 깔아준 <인생이란 다 그런 것>이란 노래가 귓가에 맴돌았다.

 

인생이란 다 그런 것, 끝도 없고 시작도 없는 걸

그대는 왜 눈물을 흘리나, 부질없는 일

 

인생이란 다 그런 것, 느낄수록 가슴만 아픈 걸

그대는 왜 눈물을 흘리나, 부질없는 일

 

외로움은 사랑 만들고, 친구는 바람 따라 떠나가더라

우리는, 우리는 세월의 그림자

 

인생이란 다 그런 것, 빈손으로 왔다 가는 걸

그대는 왜 눈물을 흘리나, 부질없는 일

 

인생이란 다 그런 것, 때가 되면 알게되는 걸

그대는 왜 뒤돌아 서있나, 부질없는 일

 

바람 따라 친구는 갔어도 꽃잎은 변함없이 피고 지더라

우리는, 우리는 세월의 그림자

 

인생이란 다 그런 것, 빈손으로 왔다 가는 걸

그대는 왜 눈물을 흘리나, 부질없는 일

 

그대여 이젠 눈물을 거두세, 이제는 그만

 

극한까지 밀어붙이며 분 단위로 계획을 세워 살아온 스스로에게 이제는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misscat, 이제는 너무 열심히 살지 않아도 돼.  너무 반듯하게 살지 않아도 돼.

초치에서 송계교까지의 산길은 흰 눈이 소복이 쌓인 날 좀 더 여유로워진 자신과 함께 다시 걷고 싶다.

 

내려온 길

송계교

송계교에서 5km 정도 가면 황둔 하나로마트에 도착한다.
송계교에서부터는 평지 길이다.

서마니강을 따라 데크 길과 매트 길을 걸어간다.
이 길은 <원주굽이길> 16코스 <황둔쌀찐빵길>이기도 하다.

물이 너무 맑아 멀리서도 강바닥이 보일 정도였다.

 

송계교에서 2km 가면 유치교가 나온다.
유치교에서부터는 흙길이다.
갑자기 바람이 강하게 불기 시작해서 걸어가기가 힘들 정도였다.
오늘 코스 중 가장 힘든(?) 구간이었다.
바람아, 난 네가 좋은데 왜 날 힘들게 하니? ㅜㅜ
강변길을 따라 이팝나무를 심고 있었다.
이팝나무 꽃이 하얗게 피는 봄에는 외로움 찾아 떠돌던 바람도 사랑을 만나게 될 것 같다.

 

길 양쪽으로 심고 있는 이팝나무

감악산을 바라보며 황둔 하나로마트로 돌아간 후 근처 식당에서 한우 국밥을 먹었다.(10,000원)
고기 냄새도 나지 않고, 무와 버섯을 듬뿍 넣어서 그런지 국물이 깔끔하여 정말 맛있게 먹고 포장까지 해서 집에 가지고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