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2021년 11월 1일 월요일 (맑음)
산행코스: 태종대 ~ 노구소 ~ 말치 ~ 마을길 ~ 초치( ~ 황둔 하나로마트)
산행거리: 15.4km
산행시간: 10:00 ~ 14:05
산행트랙:
등산지도:
기온이 칠락팔락한 가운데 오늘은 10도 언저리이다.
혹시나 추울까 싶어 본딩 팬츠까지 꺼내 입고 집을 나섰다.
안개가 짙게 끼어서 그런지 오늘따라 유난히 고속도로가 막힌다.
10시가 다되어 들머리인 태종대에 도착하였다.
치악산 둘레길 4코스 <노구소길>은 태종대에서 초치까지이다.
거리는 두산 임도로 갈 경우 26.5km, 마을길로 갈 경우 12.6km이다.
여기에다 초치에서 날머리인 황둔 하나로마트까지 3km 정도 가야 하니까 임도로 가는 경우 거의 30km를 가야 한다는 말이 된다.
8시간을 주셨으니까 오늘은 하루 종일 부지런히 걸어야겠다.
태종대에서 돌계단을 내려가면 오른쪽에 있는 바위에 태종대라고 쓰여 있다.
<노구소길> 입구 아치는 왼쪽에 있다.
잠시 강림천 옆길로 가다 도로로 올라가 마을길을 따라서 노구소까지 간다.
노구소(?)
노구소교
노구소교를 건너 강림마을길을 걸어간다.
말치까지 포장임도를 꾸준히 올라가는데 이런 임도 너무 좋다.
지난주보다는 가을이 한층 더 깊어졌다.
포장도로만 아니라면 더 좋을 것 같다.
같은 곳을 바라보며 같은 것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면 그와 함께 대화하며 걷기에도 좋을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사람은 없을 것이기에 나 자신과 대화하며, 하나님과 대화하며 걸어간다.
모든 걱정, 근심을 다 쏟아버리며 걷는다.
(이 외롭고 아름다운 산 속에 집 하나)
말치에 도착하니 감시원이 두산 임도가 폐쇄되었다고 한다.
헐, 이런!
괜히 빨리 걸어왔나?
하지만 어차피 마을길로 가야 한다면 5코스까지 가봐야겠다.
말치
말치에서부터는 계속 내림막길이다.
역시나 포장도로라 눈 감고도 갈 수 있다.
5코스까지 가려고 부지런히 걸어갔다.
오늘 5코스까지 가면 접속 구간을 걸을 필요가 없다.
두산2리마을회관을 지나 누가 말을 붙여도 대꾸도 안 하고 열심히 걸어가고 있는데 해피도우미에게서 문자가 왔다.
2시간을 앞당겨 4시에 출발한단다.
하여튼 장사 머리는 잘 돌아가네.
사람들이 오늘 5코스까지 가면 다음 주에는 취소를 할 테니 5코스를 가지 못하도록 시간을 줄인 것이리라.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었네.
점심을 안 먹고 좀 더 빠르게 간다면 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가볼까?
하지만 힐링하며 걷겠다고 치악산 둘레길을 걷는 것인데 그렇게 걸으면 원래 의도에서 벗어나는 것 아닌가?
갑자기 전투력을 상실하여 걷기가 싫어졌다.
5코스를 포기한 후 길가에 앉아 점심을 먹고 천천히 걸어갔다.
황금캠핑장을 지나 두만교 쪽으로 우회전하여 올라간다.
이정표가 없기 때문에 주의해서 가야 한다.
가을이 물든 뱀골 계곡은 가슴이 시리도록 아름다웠다.
예전에 백두대간 첫 구간 산행 중 마장터로 내려가는 길에 느꼈던 그런 황홀함을 다시 느끼며 걷는다.
아름다움을 느낄 때마다 왜 외로움도 동시에 느끼는 것일까?
아마도 나 또한 고독하고 쓸쓸하게 살 운명인가보다.
뱀골 계곡
이런 곳을 지날 때면 좋은 카메라 하나 사서 멋진 사진을 남기고 싶지만 쓸데없이 올인하는 성격이라 후환(?)이 두려워 안 사려고 애를 쓴다.
뱀골 계곡을 지나면 두산 임도 갈림길이 나온다.
초치에서 1.1km 떨어진 지점이다.
슬슬 경사도가 높아지다가 초치를 300m 남겨둔 지점에서부터 가파른 산길이 나온다.
올라가는 도중 다리를 다친 고라니를 보았다.
걷지도 못하면서 사람들을 피해 필사적으로 도망치려 몸부림치는 모습이 너무 불쌍해서 눈물이 날 정도였다.
치악산 둘레길 안내소에 신고를 하려고 하니 여긴 통화 불가 지역이네. ㅠㅠ
초치까지 올라가서 신고를 하였다.
부디 구조가 되었으면 좋겠다.
다친 고라니
초치에서 5코스가 연결된다.
아쉽지만 내가 선택한 일에 대해 미련 갖지 말자.
초치
날머리인 황둔 하나로마트는 왼쪽으로 내려간다.
낙엽이 수북이 깔린 길을 100m 정도 내려가면 포장도로가 나온다.
이후 포장도로를 따라 황둔 하나로마트까지 내려갔다.
다음에는 이 길을 다시 올라가야 한다.
오늘 한 시간만 더 줬더라도 5코스까지 갈 수 있었는데. ㅜㅜ
아, 지나간 일은 생각하지 말자니까!
식당에서 순두부 백반을 먹고, 옆집에서 쌀찐빵을 사먹었다.
이곳에도 찐빵마을이 있는 것을 보니 찐빵이 유명한가 보다.
어쨌든 오늘 하루도 잘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