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202021년 9월 18일 토요일 (맑음)
산행코스: 운두령 ~ 계방산 ~ 주목 군락지 ~ 이승복 생가 ~ 자동차 야영장 ~ 주차장
산행거리: 10.7km
산행시간: 09:50 ~ 14:25
산행트랙:
등산지도:
8년 만에 계방산에 갔다.
겨울에 갔다가 얼어 죽는 줄 알고 다시는 못 갈 산이라 생각했는데 여름에는 시원할 듯도 하여 기회를 엿보다가 무더위는 지났지만 봉평 메밀꽃도 볼 겸 가보기로 하였다.
오늘은 하늘도 맑고, 태풍 탓인지 기온도 높지 않아 좋은 산행이 될 것 같다.
운두령에서 내려 계단을 올라간다.
오른쪽에서는 파란 가을 하늘 아래 괴상한 소리를 내며 풍력발전기가 돌아가고 있었다.
운두령
계단을 올라가면 한동안 힐링 숲길이 이어진다.
초록 초록한 숲 그늘을 걷노라니 무거웠던 마음이 좀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계방산은 눈 산행지로 유명하지만 여름에도 좋고, 가을 단풍도 예쁠 것 같다.
지금 이곳은 투구꽃이 지천이라 산행이 끝날 때까지 투구꽃은 질리도록 보았다.
투구꽃
운두령에서 2km 정도 가면 힐링 숲길이 끝나고 가파른 오르막이 나온다.
계방산의 높이가 해발 1,500m가 넘으니까 이 정도는 올라가 줘야겠지.
코끼리 코 같은 나무를 지나 가파르게 올라가면 비상 구급함이 있는 쉼터가 나온다.
가파른 길을 올라가다 쓰러지는 사람이 있을까 봐 비상 구급함을 설치해놓았나?
그런데 구급함을 들여다보니 별 약은 없는 것 같다.
코끼리 코 같은 나무
두 팔 벌려 우뚝 선 나무를 지나면 헬기장이 나오고 조금 더 올라가면 전망대가 나온다.
사방이 뻥 뚫려있어 가슴이 확 트이는 곳이다.
돌탑이 있는 계방산 정상이 보이고, 멀리 설악산과 오대산은 구름을 걸치고 있다.
헬기장
전망대
가야 할 계방산 정상
살짝 내려섰다가 계방산 정상을 향하여 올라간다.
산 위에는 벌써 단풍이 들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산 아래까지 내려가겠지.
그리고 곧이어 겨울이 오고 이 한 해도 지나가겠지.
올해도 잘 살았나?
일을 그만 둔지 2년 되었는데 며칠 전 큰애가, 엄마가 집에서 썩고 있다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라고 과~하게 평가해줘서 고맙기는 한데 좀 마음이 불편했다.
사실 나도 그 부분이 항상 걸리긴 했었기 때문이다.
내 소명을 다하지 못해서 나중에 하나님께 혼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
그런데 내가 일을 안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찾아서 하지 못하는 것뿐인데. ㅠㅠ
둥근이질풀
계방산 정상이 보이는 두 번째 헬기장에는 식탁이 마련되어 있다.
그곳에서 예쁜 하늘을 바라보며 점심을 먹었다.
아직 12시도 안되었지만 산행 후 봉평 메밀꽃 축제장을 간다니까 미리 먹는 게 좋을 것 같아서이다.
헬기장
헬기장에서 다시 가파르게 올라가면 계방산 정상이다.
정상에서도 조망은 좋다.
오늘 날씨가 좋고 미세먼지 없이 깨끗해서 더 좋은 것 같다.
이 순간만큼은 아무런 근심, 걱정 없이 온전한 안식을 누리는 느낌이다.
과남풀
계방산 정상
지나온 전망대와 헬기장
가야 할 능선
정상에서 자동차 야영장 쪽으로 내려간다.
이쪽으로는 마가목이 참 많다.
위 사진의 붉게 보이는 것이 다 마가목 열매이다.
그리고 산 위라 단풍도 더 많이 들어있었다.
마가목
봉우리를 한 개 넘은 후 주목 군락지로 내려간다.
이곳 주목들은 그다지 오래된 것 같지는 않다.
예전에 사진을 찍었던 나무에서 다시 사진을 찍었다.
나무는 변함없는데 나만 늙었네. ㅠㅠ
주목 군락지
예전에 사진을 찍었던 나무
2013년 사진
이후 4km가량 가파른 너덜길을 내려간다,
예전에는 눈이 쌓여 몰랐는데 여기가 이렇게 등로가 안 좋은 곳이었네!
삼신봉에서 쌍계사로 내려가는 길만큼 거칠고 긴 너덜 내리막이다.
옹달샘을 지나 내려가자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더니 노동계곡이 나타났다.
비가 와서 계곡도 참 좋다.
알탕할 소도 여러 군데 있고.
촛대승마
마지막으로 계곡을 건너면 임도가 나온다.
임도를 따라가면 자동차 야영장이 나온다.
휴가철이 끝났을 것 같은데 생각보다 야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저 물건들 다 가지고 와서 텐트 치고 자느니 그냥 펜션에서 자는 게 수월할 것 같은데?
캠핑용품 사는 비용도 꽤 많이 들 것 같고.
하긴 그건 개인의 취향이니까.
자동차 야영장 아래에는 이승복 생가가 있다.
이런 거 보면 나라 걱정에 가슴이 답답해진다.
misscat, 넌 너무 걱정이 많아.
네가 걱정하지 않아도 다들 잘 살고, 세상도 잘 굴러갈 테니 네 걱정이나 해.
이승복 생가
자동차 야영장에서 2km 정도 도로를 따라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다음에 또 계방산을 가게 된다면 절대 이쪽으로 하산하지 말아야겠다.
산행은 너무 좋았는데 정상에서 노동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이 너무 험하고, 자동차 야영장에서 주차장까지 땡볕에 도로를 걸어가는 길도 너무 길었다.
주차장에서 버스를 타고 봉평 메밀꽃 축제장으로 갔다.
기대했던 메밀꽃은 자세히 보아야 보일 정도였다.
한 2주는 더 있어야 할 것 같다.
꽃구경은 포기하고 식사를 하러 갔다.
<풀내음>이라는 음식점에 들어갔는데 3시가 넘었음에도 대기해야 했다.
참, 어디는 장사가 안 되어서 세상을 떠나는 사람들이 있는데. ㅠㅠ
또, 또 걱정하려고?
오늘은 그냥 맛있게 먹자.
메밀전병, 메밀부침, 메밀묵, 감자떡이 나오는 메밀 모둠과 비빔 메밀국수를 먹었다.
맛있게 잘 먹고 상경하였다.
그런데 나 혼자만 이렇게 잘 놀고 다녀도 되나?
끝까지 걱정을 달고 사네요. 쯧쯧.
* 2013년 1월 19일 계방산 산행기 https://blog.daum.net/misscat/3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