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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레길 외

2021.08.09 (울진) 왕피천 둘레길

산행일시: 2021년 8월 9일 월요일 (흐린 후 비 오고 맑음)
산행코스: 구산리 탐방안내소 ~ 상천제4초소 ~ 용머리바위 전망대 ~ 학소대 ~ 원점회귀
산행거리: 7.6km
산행시간: 11:25 ~ 15:40
산행트랙:

(울진)왕피천 20210809.gpx
0.04MB

등산지도:


열대야는 사라졌지만 아직 한낮의 열기는 뜨겁고 습도가 높아 진이 빠진다.
태풍이 오더라도 나는 떠난다, 왕피천으로.
휴가도 끝났을 것 같은데 고속도로는 왜 그리 막히는지.
다들 나처럼 더위에 지쳐 뛰쳐나온 사람들인가?
좁은 산길을 버스가 위태롭게 돌고 돌아 구산리 탐방안내소 앞에 도착하였다.
해설가(?)가 나오셔서 간단한 주의사항을 얘기한 후 트레킹을 시작하였다.

 

2km 정도 시멘트 도로를 따라가면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으로 내려가면 왕피천 숲속캠핑장이고, 오른쪽으로 올라가면 트레킹 코스이다.

 

조금만 가면 상천제4초소가 나온다.

초소에 계신 분들과 인사를 하고 데크 계단을 내려가면 예쁜 숲길이 나온다.
하늘은 가는 비를 내렸다, 맑게 개었다, 세찬 바람과 함께 굵은 비를 내렸다, 온갖 재주를 다 부리지만 숲 속은 너무도 평안하다.

오늘은 이런 숲길만 걸어도 좋을 것 같다.

 

이후 오르락내리락 산길을 걸어 전망대에 도착하였다.

용머리바위와 깊이를 알 수 없는 용소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용머리바위

전망대를 지나면 계곡으로 내려선다.

이제부터 계곡 트레킹인가?
그런데 이거 너무 힘들잖아?
아침가리골 정도 될 줄 알고 왔는데 여긴 완전 딴 세상이다.
강바닥에 자갈이 아니라 큰 돌들이 깔려있어 강바닥이 고르지 않고 갑자기 풀썩 꺼지기 일쑤이다.

게다가 이끼가 많이 끼어서 몹시 미끄러웠다.
비가 와서 그런지 수심도 깊고 물살이 세었다.
왕피천은 물길을 따라 걷는 트레킹을 할 수 있는 곳은 아니다.

강가를 따라 요리조리 바위를 피해 학소대까지 가다 보니 강 건너편으로 가게 되었다.
되도록 수심이 얕은 곳에서 다시 강을 건너려 하였지만 사방을 둘러봐도 너무 깊다.
그렇다고 다시 되돌아가는 것도 끔찍하고.
오도 가도 못한 채 "대장님!"만 목 놓아 부르다가 간신히 도움을 받아 가슴까지 차오르는 강을 건널 수 있었다.

 

강을 건넜다고 끝이냐?
아니지.
등로가 빤히 보이는데 올라갈 수가 없다.
결국 생각지도 않던 암벽 트레킹까지 하게 되었다.

 

학소대

남들은 내가 오늘 왕피천 트레킹을 제일 제대로 했다고 하지만 난 정말 조난당하는 줄 알았다. ㅜㅜ
기운이 빠져 거북바위까지는 가지도 못하고 탐방안내소로 되돌아갔다.
돌아가는 길에 강가에서 우산을 쓰고 앉아 눈물 젖은 빵이 아니라 비에 젖은 소금빵으로 점심을 먹었다.
먹고 나니 기운이 좀 나서 물놀이도 하고.

 

내 인생에 이런 경험을 할 날이 앞으로 또 있을까?
I doubt it.
그래서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감사하다.
오늘도 삶의 한 페이지를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록할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