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2021년 5월 16일 일요일 (비)
유학 시절 멕시코 음식을 파는 카페테리아에서 알바를 한 것을 계기로 멕시코 음식을 좋아하게 되었다.
귀국을 한 후 당시에는 멕시코 음식점이 흔하지 않았고 집에서 만들어 먹기는 여의치가 않아 먹지를 못하고 있었다.
이후 패밀리 레스토랑들이 우후죽순 생기면서 멕시코 음식을 먹을 수 있었지만 예전에 내가 먹던 그런 맛은 아니었다.
어쩌면 내가 기억하는 멕시코 음식은 단순히 음식이 아니라 그 시절의 추억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외국 아이들은 번쩍 번쩍 드는 음식 트레이를 나는 무거워서 들지 못하고 낑낑대며 애쓰던 기억, 부리토를 잘 싸지 못해 고생하던 기억, 노상 'Don't worry, be happy'를 흥얼거리는 흑인 아줌마와 함께 타코 쉘을 튀기던 기억, 내 키보다 더 긴 앞치마를 입고 산더미같이 쌓인 설거지 앞에서 망연자실하던 기억 등등...
알바를 하고 나면 녹초가 되어 곯아떨어지곤 하였는데 당시에는 힘들었더라도 지금은 아름답게 기억되는 시간들이다.
내 인생의 황금 같은 20대였으니까.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갑자기 파히타가 먹고 싶어서 용감하게 만들어보았다.
만들어보니 세상 쉽네!
이 쉬운 걸 왜 여태 만들어 먹질 않았지?
오랜만에 추억과 함께 배 터지도록 먹었다.
지금 이 시간도 나중에는 아름답게 기억될 것을 믿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