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2020년 5월 12일 화요일 (흐린 후 맑음)
산행코스: 중2리 해뜨는마을 ~ 바위굴성 ~ 종자산 ~ 노송능선 ~ 해뜨는마을
산행거리: 8.3km
산행시간: 11:20 ~ 15:55
산행트랙:
등산지도:
거의 사라지는 듯했던 코로나19바이러스가 이태원 클럽에서 다시 시작되었다.
이번 집단 감염이 더 심각한 것은 유흥업소라 그곳에 있던 사람들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동안 애쓴 것이 허무하게 사라지는 것은 아닌지 많은 사람들이 허탈해하고 분노하고 있다.
하지만 백신이나 치료제가 나오지 않는 이상 이런 일들은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것 같아 걱정이 된다.
어쨌든 또다시 당분간은 개인 산행을 해야 하려나?
그래서 오늘은 이전부터 가보고 싶던 포천에 있는 종자산으로 간다.
중2리 해뜨는마을 앞에 차를 세우고 산행을 시작하였다.
오늘 맑다고 했는데 어찌 된 일인지 잔뜩 흐린 채 종자산은 구름 속에 가려있었다.
중2리 해뜨는마을 등산로 입구
종자산
녹색 철문을 지나 펜스를 따라가다 벌깨덩굴이 만발한 오른쪽 산길로 들어선다.
비에 젖은 숲이 싱그럽다.
이런 날이 산행하기에는 좋은데 정상에 올라가서는 해가 났으면 좋겠다.
곧이어 가파른 오름이 시작된다.
벌깨덩굴
올라온 길(보기보다 상당히 가파르다)
너덜 지대를 가로지르면 철 계단이 나온다.
오른쪽으로는 작은 폭포가 있다.
철 계단을 올라가면 밧줄 구간이 나온다.
아이고, 여기가 이렇게 험한 산이었나?
검색해본 블로그들에서는 그런 말이 없었는데. ㅠㅠ
조심해서 기어 올라가면 오른쪽으로 바위굴성이 나온다.
어마 무지 크다.
이렇게 클 줄 몰랐는데.
카메라로 다 찍을 수가 없을 정도로 컸다.
바위 벽면에는 암벽 클라이밍을 위한 볼트들이 수없이 박혀있었다.
바위굴성
계속 올라가면 커다란 바위 앞에 벤치가 놓여있다.
여기가 조망터인데 오늘 날씨가 흐려서 꽝이다.
다시 가파르게 올라가면 종자바위에 도착한다.
바위굴성이 내려다보인다.
저 아래 포천 서킷도 보인다.
2018년에 완공되었는데 주민들의 민원 때문에 아직도 방치되어 있어 안타깝다.
종자바위
바위굴성
포천 서킷
8부 능선까지 계속해서 가파르게 올라간다.
오늘 살방살방 산행일 줄 알았는데 꽤 난이도가 높은 산이다.
3시간 만에 산행 끝내고 내려가서 점심을 먹으려고 달랑 콩알만 한 감귤만 들고 왔는데 어째 좀 불안해진다.
8부 능선
8부 능선에서 정상까지는 500m 남았다.
능선을 타고 가는 것이라 좀 편안할 줄 알았더니 계속 가파르다.
게다가 흙만 염소 똥 반이다.
똥을 피해 다니는 건 아예 포기하고 걸어갔다.
길도 안 좋지, 날씨도 흐리지, 진짜 실망스러운데 정상 부근에는 아직 산철쭉이 예쁘게 피어있어 그나마 위로가 되었다.
구름 속에 홀로 서있는 소나무를 지나 종자산 정상에 도착하였다.
조망이 좋은 곳인데 산 위는 완전히 구름 속에 잠겨있어 진짜 아~무것도 안 보인다. ㅠㅠ
종자산 정상
종자산 정상에서 직진하여 내려가면 지장산으로 가게 된다.
하지만 난 오늘 이곳에 온 목적이 따로 있다.
바로 노송 능선이다.
노송 능선으로 가기 위해 8부 능선까지 내려갔다.
올라올 때보다 더 가파른 것 같다.
8부 능선까지 내려가서 보니 노송 능선으로 가려면 여기가 아니라 위쪽에서 오른쪽으로 갔어야 하네.
옆에 보이는 저 능선으로 가야 하는 건데.
다시 정상 쪽으로 올라가다가 중간에 왼쪽으로 가로질러 가서 등로를 찾았다.
조금 가면 헬기장이 나온다.
사람들이 많이 다닌 것 같지는 않지만 등로를 찾기에는 그다지 힘들지 않다.
등로에는 납작납작한 판상형 돌들이 깔려있었다.
첫 번째 헬기장
지나온 8부 능선
두 번째 헬기장을 지나면 커다간 바위 위로 올라서게 된다.
내려갈 길이 마땅치 않아 오른쪽으로 돌아서 산허리를 따라 우회하였다.
비에 젖은 흙이 미끄러워 가파른 산허리를 가로지르는 것이 상당히 힘들었다.
이곳으로는 사람들이 지나간 흔적도 없었지만 그렇게 가면 아까 우회했던 바위 아래로 가게 되고 등로가 나타난다.
두 번째 헬기장
(이 바위를 우회하여 내려갔다.)
이후로 절벽 위 능선을 따라간다.
미끄러운 돌들이 있고 때로 등로도 분명치 않아 편안히 걸어갈 수 있는 길을 결코 아니었다.
간혹 광동산악회 리본이 달려있어 제대로 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까탈스런 바위 구간을 지나면 드디어 노송 능선에 도착한다.
그새 날이 개어 파란 하늘이 보였다.
사진에서 봤을 때는 노송 능선이 각흘산 능선 같은 것일 줄 알았는데 완전히 나의 착각이었다.
황철봉 너덜길 같은 가파른 내리막 능선이 한탄강까지 연결되어 있었다.
순간 한숨이 나왔다.
아침도 커피 한 잔에 식빵 한 조각 먹고, 2시가 다 될 때까지 귤만 먹었더니 배가 엄청 고팠다.
이미 기운이 다 빠졌는데 저길 어떻게 내려가나? ㅠㅠ
노송 능선
기운도 없는데 여기서 미끄러져 넘어지면 큰일이다 싶어 천천히 조심하여 내려가는데 유탄이 보였다.
헐, 설마 지금도 이곳으로 사격 훈련을 하는 건 아니겠지?
놀란 가슴 진정시키려 잠시 쉬면서 건너편 능선을 바라보는데 염소 가족이 사뿐사뿐 올라가고 있었다.
이게 다 너희들 똥이지?!!!
흑염소 가족
유탄
지나온 능선
포천 서킷
내려온 길
한탄강
너덜 내리막이 끝나면 길도 보이지 않는 잡목 숲을 헤치고 내려가야 한다.
삼거리에 도착하면 왼쪽으로 간다.
길 가에는 향기가 나는 하얀 종이들이 떨어져 있었다.
멧돼지들을 쫓는 향이라고 한다.
가다 보면 포획틀도 있었다.
이곳에 멧돼지들이 많긴 많나 보다.
그런데 여기가 출입금지 구역이었나?
계속해서 출입금지 안내판이 나왔다.
위에는 아무런 안내판이 없었는데.
염소농장을 지나고, 포천 서킷을 지나 중2리 해뜨는마을까지 가서 산행을 마쳤다.
노송 능선을 내려와 중2리 해뜨는마을까지 거의 3km나 걸어야 했는데 너무 배가 고파서 산행하는 것보다 더 힘들었다.
해뜨는마을로 돌아가 차를 타고 3분 거리에 있는 지장산 막국수 집으로 갔다.
전에 지장산에 갔다가 내려와서 먹은 집인데 맛있게 먹은 기억이 있어서 다시 갔다.
막국수(8,000원)와 메밀전(8,000원)을 먹었는데 너무 배가 고파서 그런지 하여튼 엄청 맛있었다.
생각보다 힘든 산행이었고 산행 내내 염소 똥과 함께 하느라 상쾌하지는 않았지만 멋진 바위굴성과 가보고 싶던 노송 능선을 가볼 수 있어 만족하였다.
더욱이 노송 능선을 내려갈 때는 날씨까지 화창하여 종자산 온 보람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