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시: 2014년 4월 18일 금요일 (흐림)
산행코스: 서원곡입구 ~ 학봉 ~ 개나리동산 ~ 무학산 ~ 서마지기 ~ 만남의 광장 ~ 마산여중
등산지도:
그제 16일,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는 고등학교 아이들을 태운 배가 침몰하는 사건이 있었다.
배에 문제가 있다는 뉴스를 접하고 처음에는 설마 큰 일이야 있겠냐고 생각했다.
그런데 배가 서서히 침몰해 가는데도 아이들을 구출하지 못했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지?
수학여행 간다고 들떠있었을 아이들, 그 꽃다운 수많은 아이들이 왜 죽어야 하지?
너무 기가 막히고, 가슴이 아프고, 화가 났다.
너무 울었더니 몸도 마음도 다 아팠다.
집에서 뉴스만 보다가는 이상해질 것 같아 무학산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창원까지 가는 동안 되도록이면 그 사건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썼는데 나도 모르게 불쑥불쑥 생각이 나며 눈물이 났다.
서원곡 입구에서 내려 산행을 시작하였다.
마을길을 따라 가면 등산로 입구가 나온다.
가파른 오름길이 시작되었다 생각되면 곧이어 조망터가 나온다.
마산항이 내려다보인다.
힘들게 올라가느라 잠시 세월호 사건을 잊었는데 바다를 보니 또 생각이 난다.
하늘도 슬퍼하는 듯 잔뜩 찌푸려있다.
불쌍한 우리 아이들...
마산항
학봉을 지나 계속 가파르게 올라가는 길에는 철쭉이 피었다.
오늘 진달래 보러 왔는데 철쭉만 보고 가는 게 아닐까?
그런데 꽃봉오리를 보니 또 아이들 생각이 난다.
꽃봉오리 같은 아이들이 피지도 못하고 져버렸네. ㅠㅠ
학봉 정상
가야 할 능선
동네 산이라 그런지 갈림길이 많아서 조심해야 했다.
개나리동산을 지나니 진달래가 눈에 띄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좀 늦게 왔나?
땅에 떨어진 진달래를 보니 또 아이들이 생각난다.
잔뜩 흐린 하늘 아래 무학산 정상에서 인증 사진을 찍고 서마지기로 내려갔다.
가면서 예상했던 대로 진달래는 끝물이었다.
피지도 못하고 진 아이들이 있는데 그까짓 게 무슨 대수라고. ㅠㅠ
무학산 정상
서마지기
서마지기에서 만남의 광장 쪽으로 내려가는 길은 편안하다.
우중충한 날씨 속의 침울한 숲이 오히려 날 위로해주는 것 같았다.
나도 같은 마음이라고, 나도 마음이 아프다고, 하지만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산을 내려가니 예쁜 꽃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너무 슬퍼하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듯했다.
쉽게 잊힐 수는 없겠지만, 그리고 잊어서도 안 되겠지만 허망하게 쓰러진 아이들이 이 땅에 밀알이 되어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길 간절히 기도한다.